BMW 오토바이타고 알프스산맥 일주하기<2편>
동아경제
입력 2012-10-24 16:54 수정 2012-10-24 18:02
#비바, 이탈리아
이튿날의 여정은 산 중턱의 길을 따라 멀지않은 이태리 국경을 넘는 것으로 시작했다. 오스트리아와 이태리의 접경 지역인 스탈러 사텔(Staller Sattel)은 이미 해발 2,052미터. 이태리로 접어들어 내려오는 길은 왕복 차선이 겨우 한 차선 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모터사이클이었기 때문에 흥에 겨워 굽이쳐 내려왔다.
지나치는 수많은 유럽의 라이더들을 지나치며 손인사도 나눴다. 많은 유럽 라이더들은 손을 완전히 들어 인사하기보다 그립에서 손을 떼지 않고 손가락만으로 인사하곤 했다. 그들은 우리가 맞닥뜨릴 장면을 이미 본 이들이다.
물론 우리가 지나온 펼쳐진 절경과 굽이친 도로는 만족스러웠지만, 굽이친 길 아래 펼쳐진 안테르셀바(Anterselva) 호수는 그 이상의 장관이었다. 해발 3,000미터 이상의 산들이 병풍처럼 호수 건너 편으로 자리하고, 호수 위로 그 모습이 그대로 비쳤다.
단순히 기분 탓일 수 있지만 이태리는 더욱 따뜻한 감성이 느껴졌다. 작은 시골 마을을 지나면서는 약간의 걱정도 있었다. 작은 소형차 정도 밖에 지날 수 없는 마을의 좁은 길에 고배기량 모터사이클이 지나면 아무리 주의한다해도 배기음이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깜짝 놀란 듯한 현지 주민들의 얼굴도, 급히 창문을 열거나, 밖으로 나온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산으로 오르면 정감 넘쳤던 이들의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좀 전에 지나쳤던, 산 중턱에서 햇빛을 받고 있는 마을은 아까 보았던 주민들의 표정이 겹쳐져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좁은 숲 길을 따라 난 포장도로를 올라 멋진 바위산 아래 위치한 식당에 도착했다. 비록 깨지고 울퉁불퉁한 포장 도로였지만 대수롭지 않았다. 도착한 곳은 소천한 교황 바오로 3세가 방문했던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곳에서 즐긴 파스타가, 에스프레소 한 잔이 맛이 없을리 없지 않을까.
바위산을 지나며 만난 오프로드는 알이 굵은 자갈들로 이뤄져 지금까지 지나온 오프로드 가운데 비교적 난이도가 있는 코스였다. 초심자라면 긴장할 수 있겠지만, GS 시리즈의 즐거움 가운데 G를 체험하기엔 가장 적합했다.
오프로드 라이딩에서 눈 앞의, 정확하게 말하면 프론트 타이어 바로 앞의 노면은 이미 과거다. 현재를 보려면 그보다 앞을 봐야 한다. 눈 앞에 닥친 것은 절대로 피하거나 요령있게 헤쳐 나갈 수 없다. 겨우 가능한 것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핸들 그립을 붙잡고 힘을 빼거나 넘어질까 두려와 양 발을 내려놓는 정도다.
시야를 멀리 가져가는 것은 온로드나 오프로드 모두에서 적용된다. 발을 내려놓는 스텝을 밟고 올라서서 무릎과 허리, 그리고 팔이 충격에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정도만 숙지하더라도 어지간한 둔턱은 전혀 무리없이 주파가 가능하다. GS는 이런 환경에서 누구라도 쉽게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모터사이클이기 때문이다.
GS는 온로드에서 장점을 충분히 보여줬다. 장착된 타이어는 대부분 오프로드 성향이 높게 설정된 쪽이 었지만, 극단적으로 기울인 상태에서 급격한 스로틀 조작만 없다면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 물론 평균적으로 고속 주행보다는 탄력있게 속도를 유지하면서 달렸고, 작고 좁은 길에서의 코너링도 훌륭하게 통과했다. 특히, 숙소로 향하는 길은 연속된 180도 코너들이 즐비했는데 경사 마저 심해, 어지간한 차량으로는 운전자나 동승자의 피로가 극심할 것으로 생각됐다.
다소 지루할 정도로 많고 짧게 끊어지는 헤어핀 코너들을 돌아나가며 산을 올랐다. 포장 도로였지만 노면 상태는 그리 좋지 못했고, 해가 떨어지고 있는 것과 동시에 구름이 짙어져 피로는 한층 가중됐다. ‘대체 이 위에 뭐가 있길래 오를까’ 하는 생각을 할 때 즈음이다.
해발 2,000미터 위에서 구름으로 한 번, 산으로 두 번 연출된 저녁 무렵의 해는 뾰족한 봉우리 사이로 소수에게만 허락된 빛을 내리고 있었다. 산 중턱에 위치한 마을, 저 빛 속의 마을에서도 자신들에게 허락된 이 저녁 햇빛에 감탄할 것이라 느꼈다.
만찬과도 같은 경관을 즐기고 해발 2,251미터 높이를 자랑하는 크로스티스 산 정상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의 산장으로 들어갔다. 장비를 풀고 나무 난로를 두고 즐기는 저녁 식사 중 산장 주인이 들어와 “귀한 손님이 왔으니 궁금한 사람은 조용히 따라와 달라”고 얘기했다. 알프스의 야생 여우였다.
#리듬을 타는 라이딩
지난 밤의 구름을 보며 비를 걱정했던 것은 의미가 없었다. 이미 2,000미터 높이의 올라왔으니 내려갈 즐거움도 분명했다. 하지만 어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산중턱을 내려가면서 아래로 보이는 절경은 멋진만큼 꽤 위협적이었단 점이다.
실제 노면의 난이도는 전혀 높지 않았다. 단지 다소 차가운 공기와 밤새 굳은 몸, 길 아래로 아찔하게 보이는 능선이 몸을 더 움츠리게 했다. 오프로드도 중간 중간 만날 수 있었으며, 투어링을 즐기는 몇 몇 라이더들을 마주치기도 했다.
처음 다른 라이더들을 정면에서 만났을 땐, 등골이 오싹했다. 투어팀에 앞서서 사진 촬영을 하고 그들을 뒤쫒으며 몇 번씩 속도를 높여 코너를 돌아나갔기 때문이다. 만약 자유롭게 속도를 높여 코너를 돌다가 사고가 났다면 그대로 사건이 될 수 있었다.
능선을 모두 내려오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몸이 풀리는데 시간이 좀 걸린 편이다. 이틀을 계속해서 라이딩을 하면서 몸이 피로해진 탓도 있다. 하지만 모든 도로와 오프로드는 즐겁다. 눈이 심심할 틈도 없다. 멋진 도로일 수록 라이더들의 숫자는 더욱 많아져 서로 인사하기도 바쁘다.
라이딩은 리듬을 탄다. 굳이 음악적인 리듬과 직접 비교할 필요는 없겠지만 리듬을 어떻게 타느냐에 따라 즐거움은 크게 달라진다. 모터사이클 라이딩은 운전자인 라이더와 모터사이클의 대화와도 같다. 모터사이클이 원하는 바를 라이더가 입력하고, 라이더가 원하는 바를 모터사이클이 보여준다. 여기에는 라이더의 포지션, 브레이킹, 가속에 따라 변화하는 서스펜션의 움직임도 포함된다. 엔진이 가장 풍부한 출력을 쏟아낼 수 있는 회전 영역을 유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말하면 그룹 라이딩에서 리듬을 타는 것은 쉽지 않다. 대열이 길어질 수록 그렇고, 성향이나 실력에 따라서도 그렇다. 하지만 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마음 가는대로 타는 것이 가장 잘 타는 것은 아니다. 균형을 맞추고, 앞서가는 라이더의 리듬을 파악하고 대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무전기나 무선 통신 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룹 내에서도 맘이 맞는 동료가 있다면 그 즐거움은 배가 된다. 이번 투어에서 팀 어시스턴트로 참여한 마커스 린더가 그랬다. 사진 촬영으로 일행들을 먼저 떠나보내면 마커스는 장비를 챙기는 동안 기다렸다가 함께 달렸다. 그의 입장에서는 다소 귀찮을 수 있겠지만 글쎄, 그도 충분히 즐기지 않았을까. 그룹을 먼저 보내고 뒤쫒는 오프로드 내리막 길에서 어떻게 달렸는지는 둘 만의 비밀이다. <3편에 계속>
BMW 오토바이타고 알프스산맥 일주하기 <1편 다시보기>
나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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