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사람 죽여” 난타당한 저커버그, 유해콘텐츠 청문회서 “죄송”

홍정수 기자

입력 2024-02-02 03:00 수정 2024-02-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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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동 성착취물 피해자 가족들
저커버그 향해 “당신 손에 피 묻었다”
의원 “당신은 백만장자” 책임 추궁
스냅챗-틱톡 CEO도 고개 숙여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앞줄 오른쪽)가 지난달 31일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의 대처 소홀로 온라인에서 성착취 피해를 당한 아동의 가족들에게 일어서서 사과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의 린다 야카리노 CEO(앞줄 왼쪽)가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두 사람 외에 틱톡, 스냅챗, 디스코드 등 5개 빅테크 기업 CEO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워싱턴=AP 뉴시스

“저커버그 씨, 당신 손에는 피가 묻어 있어요. 당신 회사의 서비스가 사람을 죽였다고요.”

지난달 31일 미국 상원 청문회장에 앉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를 향해 공화당의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질타를 퍼부었다. 방청석에서는 앳된 얼굴의 자녀 사진을 든 피해 가족 수십 명이 박수를 치며 동조했다.

이날 청문회는 상원 법제사법위원회가 온라인에서 아동 성착취물을 비롯한 유해 콘텐츠가 확산되는 것에 대한 빅테크 기업의 책임을 묻기 위해 마련됐다. 아동·청소년이 소셜미디어에서 각종 유해 콘텐츠에 노출되고, 성착취 피해 등을 당해 일부가 목숨까지 잃고 있지만 정보기술(IT) 공룡들이 대책 마련에 소홀하다는 이유에서다.

약 4시간 동안 열린 청문회에는 메타 외에도 스냅챗, 틱톡, X(옛 트위터), 디스코드 등 5개 기업의 CEO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이 5개 기업 중 덩치가 크고 인지도가 가장 높은 저커버그 CEO에게 질타가 집중됐다. 메타가 운영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이용자는 전 세계에 최소 20억 명에 이른다. 지난해 미 실종·학대아동센터(NCMEC)에 접수된 온라인 아동 성착취물 신고 3600만 건 중 절반 이상이 페이스북에서 접수됐다.

이날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5명의 CEO를 호되게 몰아붙였다. 공화당 조시 홀리 상원의원은 저커버그를 일어서게 한 후 “피해자에게 사과할 마음이 있냐”고 물었다. 저커버그는 일어나 방청석을 향해 “누구도 겪어선 안 되는 일이었다. 여러분이 겪은 모든 일에 대해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홀리 의원은 “당신은 백만장자다. 개인적으로 책임질 의향이 있냐”고 몰아붙였다. 저커버그가 “우리의 일은 업계 최고 수준의 도구(tool)를 만들어…”라며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자 홀리 의원은 “돈을 벌겠다는 것 아니냐”며 말을 잘랐다.

공화당 마샤 블랙번 의원도 10대 이용자의 평생 가치를 270달러(약 36만 원)로 추산한 메타의 내부 문서를 제시하며 “당신들에게 어린이는 상품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다른 CEO도 잇따라 사과했다. 에번 스피걸 스냅챗 CEO는 미성년자가 스냅챗에서 마약을 산 후 사망한 사례에 관해 “비극을 막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콘텐츠 기업의 면책 조항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며 “법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냉소했다. 저우서우쯔(周受資) 틱톡 CEO는 올해 아동보호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계인 저우 CEO에게는 중국과의 연관성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기도 했다. 틱톡의 모회사는 중국 바이트댄스이며 미국에서는 중국공산당이 틱톡을 통해 서방 주요국의 개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는 ‘중국공산당에 가입한 적이 있느냐’, ‘국적이 중국이냐’는 의원들의 거듭된 질문에 “나는 싱가포르 사람”이라고 답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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