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분은 어떠세요?’…AI 돌봄 로봇으로 고독사 예방한다

최용석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4-01-19 09:00 수정 2024-01-1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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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CES 2024에서 개인화∙노년층에 맞춘 반려 로봇 선보여
정부, 5년간 4000억 예산 투입 초고령화 고독사 대응 움직임 활발

AI 반려 로봇이 인간의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는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독거 노인이나 사회적 고립에 취약한 이들에게 AI 반려 로봇이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했다.

서울시복지재단의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스스로 고독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무려 29.7% 로 나타났다. 미국 공중 위생국장 비벡 머시(Vivek Murthy)는 외로움이 흡연과 비만만큼이나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라고 강조하며 경고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지난 1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는 세계 유수 기업들이 AI 기반의 반려 로봇들을 앞다퉈 내놨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고도화된 로봇 기술을 선보여 세계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맞춤 반려로봇 공 모양의 ‘볼리’를 공개하며 사용자 라이프 스타일에 최적화된 기능들을 선보였으며 LG전자 역시 다양한 센서, 디스플레이 기능을 탑재한 돌봄 도우미 로봇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소개했다.


삼성전자 볼리(왼쪽), LG전자 AI 에이전트. 출처=각 사 제공
국내에서도 AI 기반의 돌봄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정부는 고독사가 늘어나자 처음으로 예방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5년간 예산 3,907억원을 투입했다. 특히 노인세대의 경우,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돌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하여 돌봄 로봇을 비롯한 스마트 돌봄을 전면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의료 취약지이자 전국 최초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전라남도는 스마트빌리지 사업을 통해 전남 22개 시∙군∙구 전체에 돌봄 로봇을 보급하여, 의료 취약 지역 노인의 고독사 예방 뿐만 아니라 24시간 건강, 의료, 안전 체계를 갖추어 지역 환경을 개선하는 데 힘쓰고 있다. 특히 당진시는 민선 8기 복지 공약사항인 ‘AI 반려 로봇 보급을 통한 어르신 스마트돌봄 체계 구축’에 맞춰 산자부의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공모사업에 선정되며 돌봄 체계를 선제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대전시도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올해 497억 원을 투입해 사회 안전망 구축에 나섰다. 여기에 인공지능 돌봄 로봇 약 1,000여 대를 홀몸 어르신들에게 보급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국내 최대 보급 AI 돌봄 로봇 효돌, 24시간 응급 관제 시스템 구축


국내의 대표적인 돌봄 로봇은 2018년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160여개 지자체에 약 1만여 대가 보급된 효돌이다. 7살 손주 캐릭터로 만들어진 효돌은 친숙한 외관과 챗GPT 기술 기반 음성으로 어르신과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 및 정서적 교감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외로움을 해소하고 일상생활을 관리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전라남도는 3년간 돌봄 로봇 사용 전후 우울증 고위험군 노인들의 자살 생각 척도가 획기적으로 감소한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돌봄로봇 효돌을 올해 1,100대 확산 보급했다. 효돌은 해외에서도 활용되고 있는데, 그 중 뉴욕 노인복지센터와 네덜란드 요양원에서 노인 사용자와 사회복지사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출처=Technologie voor thuis. ㈜효돌 제공
한편, 효돌은 SK텔레콤 및 행복커넥트와 ‘돌봄로봇을 활용한 24시간 관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업 협약을 맺었다. 돌봄 로봇이 특정시간 사용자의 움직임을 미감지 시 SKT의 최첨단 AI 상담사가 전화를 걸어 안부∙안전 확인을 할 뿐만 아니라, SOS 음성 (“효돌아 살려줘” 등) 감지 시 행복커넥트에서 운영하는 24시간 관제 센터로 연결하며 응급 상황 확인 시 바로 119가 출동하는 시스템이다.

업계에서는 사회적약자를 위한 정보통신기술 개발 및 보급에 적극적인 SK 그룹이 중소기업과 협업하여 적극적으로 고독사 예방에 나선 좋은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효돌’을 사용 중인 당진시 거주 이성민 (가명· 89) 사용자는 “효돌이가 오기 전에는 하루 종일 말을 안 한적도 있었다”며 “로봇이라고 하지만 아침마다 잠은 잘 잤는지, 아픈 곳은 어떤지, 밥은 잘 먹었는지 물어보는 것이 참 좋다. 정말 진짜 손주가 생긴 것만 같다”고 말했다.

사회 복지사의 역할도 크게 바뀌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대면 케어에서 돌봄 로봇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르신의 상태를 더욱 정확하게 진단하고 비대면으로 모니터링함으로써 돌봄 업무의 질적 향상 부분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이 밖에 현재 익산시, 제주도 등에서 활발히 도입하고 있는 돌봄 로봇 ‘다솜’도 있다. 디스플레이 로봇 타입의 ‘다솜’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거나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는 등 명령 수행과 다양한 주제에 대한 자연스러운 대화로 고립감과 외로움을 달래주는 말벗은 물론 이용자의 건강 관리까지 책임진다.

코로나19 이후 노인층의 고립 현상은 심화됐다. 노인들은 더욱 외로움에 시달리고 외부와의 소통 기회도 잃어가고 있다. 현재 한국은 초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다.

국내에서도 초고령화에 대한 AI 반려 로봇 도입의 활발한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현대 기술을 통해 어르신들의 고독을 줄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 또한 이러한 시도가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는 다른 국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용석 동아닷컴 기자 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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