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서도 민첩한 곤충의 움직임… “수중로봇에 적용”
박건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4-01-15 03:00 수정 2024-01-15 03:00
소금쟁잇과 곤충인 ‘라고벨리아’
다리의 털 이용해 자유롭게 회전
물맴이, 노 젓듯이 다리 움직여
“바다에서도 안정적인 로봇 기대”
지구상에서 가장 민첩하고 빠른 곤충의 움직임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잇달아 나왔다. 험한 파도가 몰아치는 해양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수중로봇 개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물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소금쟁잇과와 딱정벌렛과 곤충의 움직임을 분석해 최근 발표한 2개 연구 결과를 8일(현지 시간) 소개했다. 빅토르 오르테가 히메네스 미국 메인주립대 생물학과 박사후연구원은 6일까지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통합비교생물학회 연차총회(SICB2024)’에서 소금쟁잇과의 하나인 ‘라고벨리아’들이 물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라고벨리아류는 방수성 털이 부채꼴 모양으로 달린 다리 덕분에 수면 위아래를 오가며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하천 바닥이 급경사를 이뤄 물의 흐름이 빠른 여울 지대에 서식하기 때문에 ‘여울벌레’라고도 불린다. 수면에 둥둥 떠 있다가 물 위에 먹이가 나타나면 민첩하게 헤엄쳐 낚아채는 게 습성이라고 알려져 있다.
히메네스 연구팀은 라고벨리아들이 급격하게 방향을 틀어 먹이를 쫓을 수 있는 동력이 다리 사이에 난 ‘부채꼴 털’임을 확인했다. 물 같은 유체 속을 움직일 때 항력에 저항해 자유자재로 몸을 회전하는 건 쉽지 않다. 연구팀은 라고벨리아 약 150마리를 수집해 고속카메라로 이들의 움직임을 촬영했다.
라고벨리아가 회전을 하기 위해 한쪽 다리를 쭉 펴자 다리에 달린 부채꼴 털이 넓게 펼쳐졌다. 부채가 펼쳐지는 데는 10밀리초(1000분의 1초)가 소요됐다. 이는 눈을 깜박이는 속도보다 약 5배 빠른 속도다. 연구팀은 라고벨리아가 다리 근육을 위해 부채꼴 털을 펼쳤다 닫는 방식으로 항력을 이겨내며 50밀리초 이내에 180도 회전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크리스 로 미국 코넬대 생물공학과 교수가 이끈 연구팀도 8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딱정벌레목에 속하는 물맴이(학명 Gyrinidae)가 다리를 마치 배를 젓는 노처럼 활용함으로써 1초 만에 자기 몸길이의 약 100배 거리를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수영 국가대표가 일반적으로 1초에 몸길이의 3.5배 정도만큼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빠른 수치다. 물맴이의 움직임을 고속카메라로 촬영하자 물맴이가 다리를 뒤로 밀어내는 속도보다 몸체를 앞으로 당기는 속도가 미세하게 더 빠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헤엄치기 위해 다리를 곧장 뒤로 미는 게 아니라 몸통과 수직이 되도록 아래쪽으로 한 번 밀어낸 뒤 후방으로 쭉 뻗었다. 이를 통해 마치 헬리콥터의 날개가 회전하며 소용돌이를 만들 듯 물 표면에서 일종의 소용돌이를 만들어 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밝혀낸 곤충의 움직임을 수중로봇에 적용하면 더 민첩하고 빠른 동작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국내에서는 이미 2015년 조규진 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소금쟁이를 모방해 물 위를 걷고 튀어오르는 68밀리그램의 작은 로봇을 개발한 바 있다.
애덤 서머스 미국 워싱턴대 해양생물학과 프라이데이하버 연구실 교수는 사이언스에 “차세대 로봇은 지금보다 더 불규칙한 지형, 변화무쌍한 표면에서 움직일 수 있어야 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이동 궤적을 처리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개발돼야 한다”며 “자연계 생물의 메커니즘을 규명한 이번 연구가 더 견고한 차세대 로봇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박건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wissen@donga.com
다리의 털 이용해 자유롭게 회전
물맴이, 노 젓듯이 다리 움직여
“바다에서도 안정적인 로봇 기대”
소금쟁잇과의 하나인 라고벨리아는 가운데 다리에 달린 부채꼴 털을 활용해 민첩하게 헤엄친다. iNaturalist 제공
지구상에서 가장 민첩하고 빠른 곤충의 움직임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잇달아 나왔다. 험한 파도가 몰아치는 해양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수중로봇 개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물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소금쟁잇과와 딱정벌렛과 곤충의 움직임을 분석해 최근 발표한 2개 연구 결과를 8일(현지 시간) 소개했다. 빅토르 오르테가 히메네스 미국 메인주립대 생물학과 박사후연구원은 6일까지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통합비교생물학회 연차총회(SICB2024)’에서 소금쟁잇과의 하나인 ‘라고벨리아’들이 물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라고벨리아류는 방수성 털이 부채꼴 모양으로 달린 다리 덕분에 수면 위아래를 오가며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하천 바닥이 급경사를 이뤄 물의 흐름이 빠른 여울 지대에 서식하기 때문에 ‘여울벌레’라고도 불린다. 수면에 둥둥 떠 있다가 물 위에 먹이가 나타나면 민첩하게 헤엄쳐 낚아채는 게 습성이라고 알려져 있다.
히메네스 연구팀은 라고벨리아들이 급격하게 방향을 틀어 먹이를 쫓을 수 있는 동력이 다리 사이에 난 ‘부채꼴 털’임을 확인했다. 물 같은 유체 속을 움직일 때 항력에 저항해 자유자재로 몸을 회전하는 건 쉽지 않다. 연구팀은 라고벨리아 약 150마리를 수집해 고속카메라로 이들의 움직임을 촬영했다.
라고벨리아가 회전을 하기 위해 한쪽 다리를 쭉 펴자 다리에 달린 부채꼴 털이 넓게 펼쳐졌다. 부채가 펼쳐지는 데는 10밀리초(1000분의 1초)가 소요됐다. 이는 눈을 깜박이는 속도보다 약 5배 빠른 속도다. 연구팀은 라고벨리아가 다리 근육을 위해 부채꼴 털을 펼쳤다 닫는 방식으로 항력을 이겨내며 50밀리초 이내에 180도 회전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크리스 로 미국 코넬대 생물공학과 교수가 이끈 연구팀도 8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딱정벌레목에 속하는 물맴이(학명 Gyrinidae)가 다리를 마치 배를 젓는 노처럼 활용함으로써 1초 만에 자기 몸길이의 약 100배 거리를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수영 국가대표가 일반적으로 1초에 몸길이의 3.5배 정도만큼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빠른 수치다. 물맴이의 움직임을 고속카메라로 촬영하자 물맴이가 다리를 뒤로 밀어내는 속도보다 몸체를 앞으로 당기는 속도가 미세하게 더 빠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헤엄치기 위해 다리를 곧장 뒤로 미는 게 아니라 몸통과 수직이 되도록 아래쪽으로 한 번 밀어낸 뒤 후방으로 쭉 뻗었다. 이를 통해 마치 헬리콥터의 날개가 회전하며 소용돌이를 만들 듯 물 표면에서 일종의 소용돌이를 만들어 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밝혀낸 곤충의 움직임을 수중로봇에 적용하면 더 민첩하고 빠른 동작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국내에서는 이미 2015년 조규진 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소금쟁이를 모방해 물 위를 걷고 튀어오르는 68밀리그램의 작은 로봇을 개발한 바 있다.
애덤 서머스 미국 워싱턴대 해양생물학과 프라이데이하버 연구실 교수는 사이언스에 “차세대 로봇은 지금보다 더 불규칙한 지형, 변화무쌍한 표면에서 움직일 수 있어야 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이동 궤적을 처리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개발돼야 한다”며 “자연계 생물의 메커니즘을 규명한 이번 연구가 더 견고한 차세대 로봇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박건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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