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EU에 또 ‘백기’…내년부터 RCS 문자규격 도입

뉴시스

입력 2023-11-17 11:32 수정 2023-11-17 11:32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구글의 수년 노력 통했다…애플, DMA 규제 우려에 RCS 채택
아이메시지는 그대로 유지…USB-C 이어 이번에도 EU 영향



애플이 내년부터 3세대 문자 규격인 ‘RCS’를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도 도입하기로 했다. 구글이 수년에 걸쳐 애플을 압박한 끝에 폐쇄적이었던 아이메시지 생태계의 문이 열렸다.

17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말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가 채택한 메시지 표준인 RCS에 대한 지원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애플이 RCS 도입을 결정한 것은 구글이 삼성전자, 이동통신사들은 물론 유럽연합(EU) 등과 손잡고 전방위 압박을 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구글과 GSMA가 개발·채택한 RCS는 지난 2019년께부터 전세계에 본격적으로 보급됐다. 이용자 간 무료 텍스트 전송, 5MB 이하 파일 무료 전송, 보내기 취소, 그룹 채팅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종단 간 암호화가 적용돼 이용자 간 보안을 강화할 수 있고, 마치 카카오톡처럼 와이파이 환경에서 메시지나 사진 등을 주고 받는 것도 가능하다. 삼성전자, 구글 등 안드로이드 폰에서는 RCS가 빠르게 정착했다.

하지만 애플은 자체 메시지 규격인 아이메시지를 고수해왔다. 아이메시지는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맥 등 애플 제품끼리만 연동된다. 같은 통신망을 쓰더라도 다른 브랜드의 스마트폰과는 기능이 연동되지 않는다.

애플과 비(非) 애플 제품이 문자를 주고받을 경우에는 2세대 규격인 SMS·MMS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로 인해 아이폰으로 안드로이드폰에 사진·동영상 등을 보낼 경우 화질이 저하되거나 특정 환경에서는 아예 전송조차 되지 않는 문제가 나타나곤 했다.

이에 구글은 RCS 도입 이후 수년째 애플에 RCS 도입을 촉구해왔으나 애플은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왔다. 강력한 보안과 함께 이용자 충성도까지 높여주는 아이메시지를 두고 굳이 RCS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애플의 아이메시지 고집이 계속되자 구글은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전통적인 안드로이드 동맹인 삼성전자도 애플의 RCS 도입을 촉구하는 광고·캠페인 등을 진행했고, 최근에는 유럽 주요 통신사들과 함께 EU 집행위원회(EC)에 아이메시지를 디지털 시장법(DMA) 핵심 규제 대상으로 지정해달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EU도 실제로 아이메시지의 DMA 적용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아이메시지가 EU 국가 내에서 독점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확인에 들어간 것이다.

DMA 적용 대상은 EU 내에서 연매출 75억 유로 이상, 시가총액 또는 시장가치 750억 유로 이상, 월간 이용자 4500만명 이상, 최소 3개 회원국에서 서비스 제공, 연 1만개 이상 이용사업자(입점업체) 보유 등의 기준을 충족한 기업이다.

아이메시지가 DMA의 핵심플랫폼 서비스로 지정된다면 제3자 서비스와의 상호 운용이나 자사 플랫폼 외부에서 입점업체들이 자체 사업 홍보나 계약을 하는 것도 모두 허용해야 한다. 이같은 의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연간 매출액 최대 10%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고, 반복 위반 시에는 최대 20%까지 과징금이 오른다.

아이메시지가 EU의 초강력 규제를 받게 되기 전 애플이 발빠르게 문제 해결에 나선 셈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RCS를 도입하게 되면 안드로이드 사용자들도 아이메시지가 제공하던 기능들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등에서는 청소년 사이에서 아이메시지 기능을 쓸 수 없는 안드로이드폰 사용자가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같은 문제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아이메시지의 기능이 사라지거나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 애플 기기 간 아이메시지는 그대로 유지하되, 안드로이드 기기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경우에만 SMS/MMS 대신 RCS가 도입된다. 아이메시지를 다른 OS(운영체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도 아니며, 아이메시지만의 ‘파랑 말풍선’과 구분되는 ‘초록 말풍선’도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애플은 RCS를 도입하게 되는 만큼 GSMA 회원사 등과 함께 RCS의 보안, 암호화 성능 등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 협력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RCS 규격 도입을 발표하면서 USB-C 충전단자에 이어 또 한번 EU의 압력에 무릎을 꿇게 됐다. 앞서 애플은 EU의 전자기기 충전단자 단일화 규제로 인해 올해 출시된 아이폰15 시리즈부터 11년 만에 처음으로 USB-C 단자를 탑재하게 됐다.

애플은 “RCS가 기존의 SMS/MMS와 비교했을 때 더 나은 상호 운영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이것은 애플의 아이메시지와 함께 계속해서 작동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