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게임보이’가 세계 시장을 석권한 이유[조영준의 게임 인더스트리]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입력 2023-09-08 11:00 수정 2023-09-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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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전혀 모르더라도 ‘슈퍼 마리오’나 ‘포켓 몬스터’, ‘동물의 숲’ 같은 게임을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들 게임은 전 세계에서 수천만 장씩 판매된 인기 게임인데요, 모두 ‘닌텐도’라는 게임 개발사가 개발했습니다.

현재 닌텐도는 ‘스위치’라는 휴대용 게임기를 출시해 전 세계 게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데요, 이 스위치는 어느 날 뚝딱 나타난 것이 아닙니다. 지난 30여년간 여러 게임기 개발 이력을 거치며 노하우를 쌓아 현재의 스위치에 이른 것이죠.

그렇다면 이 스위치의 조상이라고 할 만한 게임기는 무엇일까요? 닌텐도의 첫 카트리지 교환형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가 그 주인공입니다.

닌텐도 게임보이 / 출처=게임동아
게임보이는 지난 1989년 4월 21일에 일본에서 처음 출시됐습니다. 1991년도 5월 2일에 국내 현대전자를 통해서 국내 시장에 ‘미니컴보이’로 소개됐기에, ‘미니컴보이’로 기억하시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게임보이는 투박한 디자인에 화면도 작은 이상한 게임기입니다. 두툼하면서 흰색의 본체가 흡사 냉장고 같아서 ‘냉장고 게임기’라고 불리기도 했죠.

하지만 이 게임보이가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반응은 달랐습니다. 전 세계가 깜짝 놀랄 정도로 혁신적 제품이라는 평가가 이어졌죠. 당시에 휴대용 게임기라고 하면, LSI(대규모집적회로, LSI・Large Scale Integration) 방식의 게임기를 말했습니다. 형광빛을 보이며 정해진 동작만 취할 수 있는 아주 단순한 형태로, 버튼을 타이밍에 맞춰 간단하게 누르는 게 게임의 전부였죠.

뒷면에 게임팩을 꽂아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 출처=게임동아
그런 분위기에 돌연 등장한 게임보이는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뒷면에 게임 팩을 꽂을 수 있어, 팩만 따로 구입해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256 x 256 해상도에 단 4색만 지원했고, 사운드도 노이즈가 들끓을 만큼 열악했지만, 그런 건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게임이 정말 다채롭고 재미있었으니까요.

또 자체 발광 기능이 없어서 어두우면 보이지 않았고, 또 화면에 무척 잔상도 심했지만 AA 크기 건전지 4개만 끼면 30시간은 거뜬하게 버틸 수 있었기에, 당시 아이들에겐 꿈의 게임기와도 같았습니다. 이 게임보이를 샀다고 하면 바로 학교에서 ‘인싸’가 될 정도였죠.

이렇게 게임보이가 엄청난 성공을 거뒀음에도, 닌텐도는 그에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조금씩 기기를 개량해 출시했고, ‘슈퍼 마리오’, ‘포켓 몬스터’ 시리즈 등 게임보이 전용 킬러 콘텐츠를 꾸준히 내놓으면서 전 세계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석권했습니다.

여기에 스퀘어의 다양한 RPG 시리즈까지 등장하면서 게임보이는 전 세계에서 5천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게 됩니다.

훨씬 작아진 게임보이 포켓(오른쪽) / 출처=게임동아
닌텐도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1996년에는 크기를 더욱 줄인 ‘게임보이 포켓’이 출시됐고, 이후 1998년에는 자체 빛이 내어 밤에도 즐길 수 있는 ‘게임보이 라이트’가 출시됐습니다. 또 같은 해에 총 56색의 동시 발색이 가능한 ‘게임보이 컬러’도 등장했습니다.

휴대용 게임기 시장이 점차 커지자 세가에서도 ‘게임기어’를 선보이고, 반다이에서도 ‘원더스완’ 같은 휴대용 게임기를 게임보이의 대항마로 출시했지만 도저히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말 그대로 ‘압승’해버렸죠.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게임보이’와 ‘게임보이 컬러’ 시리즈만 합쳐서 무려 1억 1800만 대 넘게 판매됐습니다.

이렇게 ‘게임보이 컬러’로 시장을 장악한 닌텐도는 또 다른 신형 휴대용 게임기를 준비합니다. 2001년에 출시된 ‘게임보이 어드밴스’는 또 한 번 전 세계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강타했죠.

게임보이 어드밴스 / 출처=게임동아
‘게임보이 어드밴스’는 닌텐도의 가정용 게임기 슈퍼 패미콤 급의 성능을 보여주면서, 그동안 ‘게임보이’가 보여주지 못한 신세계를 경험하게 해줬습니다. 총천연 컬러에 확대 축소 기능도 지원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고품질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당연히 ‘게임보이 어드밴스’도 개량이 거듭됐고요. 초반에는 자체 발광 기능이 없었으나, 후속기기인 ‘게임보이 어드밴스 SP’부터는 자체 발광 기능도 갖췄습니다. 나아가 더 작은 게임기인 ‘게임보이 미크로’까지 출시하면서, ‘게임보이 어드밴스’ 관련 시리즈만 또다시 전 세계에서 8천 150만대가 판매됐습니다.

정말 대단하죠? 이렇게 1989년부터 2000년대 중순까지, ‘게임보이’ 형제들로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석권한 닌텐도는 2004년 들어 화면이 2개인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를 출시했고, 이후 가정용 게임기 ‘위’(Wii)에서 쌓은 노하우를 접목해서 지금의 스위치를 내놓게 됩니다.

닌텐도 스위치는 휴대용 게임기지만, 집 거실 TV에 거치하면 가정용 게임기로도 변신이 가능한 구성을 보여줬는데요, 오늘날 소니 플레이스테이션과 MS 엑스박스와 함께 게임업계 최고의 게임기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게임보이 어드밴스는 다양한 시리즈로 출시됐다 / 출처=게임동아
‘스마트폰 업계에 애플이 있다면 게임업계에는 닌텐도가 있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닌텐도는 꾸준히 게임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 닌텐도의 탄탄한 행보 뒤에는 ‘게임보이’로부터 이어지는 강력한 운영 노하우가 깃들어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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