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 일자리 뺏긴다?’ 긴장하는 게임업계[조영준의 게임 인더스트리]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입력 2023-08-03 11:00 수정 2023-08-2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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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부각되면서 구글이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글로벌 IT 선두 기업들이 대부분 인공지능을 차세대 주력 사업 모델로 선택했습니다.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게임업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등 주요 게임사도 인공지능 기술 연구에 뛰어든 상황입니다.

이처럼 게임사가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이유는, 개발자 인건비 상승과 개발 기간 증가로 인한 비용 부담을 인공지능을 통해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일러스트 분야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면, 전문 일러스트레이터가 없더라도 수준급의 일러스트를 순식간에 그릴 수 있습니다. 비용 절감이 곧 영업 이익으로 이어지는 게임사 입장에서는 굉장한 매력인 셈이죠.

인공지능이 몇 개의 키워드를 토대로 즉시 그려낸 캐릭터 일러스트 / 출처=AI연구모임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 도입을 모두가 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한 대로, 인공지능 기술은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반면, 이로 대체될 수 있는 직군 종사자들은 졸지에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걱정하고 있는데요.

현재 인공지능 기술이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는 일러스트 분야는 이후 인공지능이 좀 더 확장되면 인력 구성 변동이 심하게 발생하리라 예측됩니다. 100% 수작업으로 처리되는 일러스트 분야는 게임 개발 과정에서 가장 많은 인원, 그리고 가장 많은 시간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험이 많은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도 캐릭터 일러스트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인공지능 일러스트를 활용하면 몇 가지 키워드만 입력하면 바로 캐릭터가 생성됩니다. 실제로 ‘디모’라는 게임으로 유명한 대만의 개발사 ‘레이아크’는 인공지능 일러스트 도입 후 대다수의 일러스트레이터를 해고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레이아크 퇴사 후 인공지능 일러스트 사용을 트위터로 비판한 일러스트레이터 / 출처=트위터
특히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분야는 배경 일러스트입니다. 캐릭터 일러스트는 엉덩이와 허벅지가 등이 강조된 캐릭터로 유명한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처럼, 그림만 봐도 일러스트레이터의 개성이 드러나지만, 사실적인 묘사 중심인 배경 일러스트는 누가 그리더라도 사실상 큰 차이를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일러스트는 기존 그림의 화풍을 학습해서 새로운 그림을 만드는 방식이기에, 캐릭터 전문 일러스트레이터 역시 누군가가 자신의 화풍을 도용해 새로운 그림으로 만들까 봐 위기감을 갖고 있습니다. 게임업계는 아니지만, 네이버웹툰이 공모전에 인공지능 그림을 활용한 웹툰 출전을 허용했다가, 웹툰 작가들의 거센 반발로 결국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향후 변경될 순 있겠지만, 현행법상 일러스트레이터의 화풍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의 화풍을 동의 없이 인공지능에 학습시켜서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 해도 불법이 아닙니다. 이에 일러스트레이터들은 격렬히 반대하고 있지만, EU에서 발표된 인공지능 법에서도 결과물에 ‘Made with AI’라는 문구를 넣으라는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성우들 역시 인공지능 도입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성우를 활용하면, 유명 성우의 목소리를 그대로 학습시켜 해당 성우 없이도 완벽하게 대사 녹음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 ‘베데스다’의 유명 게임인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은 이용자들이 무단으로 만든 딥페이크 포르노 콘텐츠가 다수 등장해 성우들이 화들짝 놀라는 일도 있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목소리가 포르노 영상에 등장한다고 하니 얼마나 소름 끼치는 상황입니까! 미국 성우협회인 ‘NAVA(National Association of Voice Actors)’는 이 사건을 공식 트위터를 통해 거론하면서 인공지능 반대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성우 도입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NAVA / 출처=트위터
일러스트, 성우 직군 외에도 인공지능 기술에 위기감을 갖는 직군은 더 있습니다. 게임 내 버그 테스트나 직업 밸런스 테스트 등 많은 인원이 필요한 QA(품질검사) 작업에도 사람 대신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으며, 번역도 인공지능이 원활하게 활약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엔씨소프트’는 이미 ‘리니지W’를 통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실시간 언어 번역 기능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프로그래밍 분야는 자사의 핵심 기술 노출을 염려해, 챗GPT 등의 오픈 인공지능 활용을 꺼려하는 상황이지만, 향후 오픈 인공지능이 아닌 상업용 인공지능이 활성화된다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상황이 비단 게임업계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미 웹툰, 웹소설 분야는 인공지능 일러스트 때문에 한바탕 난리가 났으며, 음악 분야에서도 인공지능 작곡으로 인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롯데리아’는 최근 인기 가수 윤하가 출연한 광고에 인공지능이 작곡한 곡을 적용해 화제가 됐고,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인공지능 작곡가 ‘이봄’이 작곡한 6곡에 대해 저작권료 지급 중단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체로 고급 직업으로 인식되는 의료계, 법조계에서도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가 시작됐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과거 병력과 증상을 기준으로 판단을 내리는 내과 의사, 과거 판례를 바탕으로 판결을 내리는 판사의 경우,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좀더 정확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근미래의 직업군을 어떻게 대체하고 변경할지 직장인의 한 사람으로 관심이 쏠립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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