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 작품 곁, 분단 아픔 담은 韓 현대미술 작품이…
빈=김민 기자
입력 2024-10-18 03:00 수정 2024-10-18 03:00
‘베토벤 프리즈’ 유명한 빈 제체시온
지난달 ‘그림자의 형상들’展 개막
이불-임민욱-함경아 등 작품 전시
황금빛 회화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는 1902년 길이 34m, 높이 2m의 대형 벽화를 제작한다. 베토벤 9번 교향곡 ‘환희의 송가’를 토대로 예술을 통해 환희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베토벤 프리즈’. 클림트의 대표작을 볼 수 있는 오스트리아 빈의 미술관 제체시온에 한국 현대미술 작품이 전시됐다. 지난달 20일 개막한 ‘그림자의 형상들’전을 찾았다.
● “‘쿨한’ 한국, 더 알고 싶어”
10일 전시장에서 만난 제체시온 관장 라미시 다하는 “오스트리아는 20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을 겪었고, 최근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확전 우려와 극우파 부상의 압박 속에 놓여 있다”며 “이런 가운데 냉전이 진행 중인 한국의 큐레이터, 예술가의 시선을 조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함경아의 ‘당신이 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연작은 흔들리는 샹들리에를 찍은 사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비단실 자수 작품이다. 이 자수는 북한의 전통 공예가들이 놓은 것으로, 작가가 밑그림을 준비하고 중국이나 러시아의 중개인을 통해 전달한 다음 기약 없이 기다리다가 결과물을 받으면 완성된다.
넷플릭스로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본다는 다하 관장은 “유럽에서는 대중문화로 ‘쿨한’ 한국과 ‘끔찍한 독재 국가’ 북한의 이미지가 공존한다”며 “예술 작품을 통해 한국의 분단이나 역사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어 인상 깊다”고 말했다. 그는 “이불처럼 유명한 작가뿐만 아니라 함경아의 작품도 제작 과정부터 놀라웠다”고 덧붙였다.
● 전쟁의 공포, 빈에서도 공명
전시는 냉전과 분단의 현실을 조명하는 것을 넘어 이주, 난민, 기후 위기 등 보편적인 문제로도 관심사를 넓힌다. 한국 작가뿐만 아니라 라미로 웡, 민윤, 닐바르 귀레슈 등 빈에서 활동하는 작가,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아르헨티나), 리 킷(중국), 미카엘 레빈(미국) 등 작가 18팀의 설치, 조각, 회화, 영상 등을 선보인다.
중국계이지만 페루 리마와 빈을 오가며 활동하는 라미로 웡은 중국 전통 음식을 먹는 식기를 여행 가방 속에 담아 굳혀서 일부를 드러내며 정체성을 탐구한다.
이번 전시는 주오스트리아 한국문화원에서도 동시에 열린다. 윤진미의 ‘꿈꾸는 새들은 경계를 모른다’ 등을 볼 수 있다.
제체시온 큐레이터 베티나 스푀르는 “나의 조상 중에도 제2차 세계대전 때 사망한 사람이 많으며 오스트리아도 프랑스, 러시아, 미국에 의해 분단된 역사가 있기에 전시장 속 예술 작품들이 공명하는 바가 있다”고 밝혔다. ‘그림자의 형상들’전은 11월 17일까지 열린다.
빈=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지난달 ‘그림자의 형상들’展 개막
이불-임민욱-함경아 등 작품 전시
황금빛 회화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는 1902년 길이 34m, 높이 2m의 대형 벽화를 제작한다. 베토벤 9번 교향곡 ‘환희의 송가’를 토대로 예술을 통해 환희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베토벤 프리즈’. 클림트의 대표작을 볼 수 있는 오스트리아 빈의 미술관 제체시온에 한국 현대미술 작품이 전시됐다. 지난달 20일 개막한 ‘그림자의 형상들’전을 찾았다.
● “‘쿨한’ 한국, 더 알고 싶어”
10일 전시장에서 만난 제체시온 관장 라미시 다하는 “오스트리아는 20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을 겪었고, 최근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확전 우려와 극우파 부상의 압박 속에 놓여 있다”며 “이런 가운데 냉전이 진행 중인 한국의 큐레이터, 예술가의 시선을 조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DMZ 근처에서 전시했던 임민욱 작가의 ‘커레히―홀로 서서’가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의 ‘상상의 끝 III’과 함께 전시됐다. 빈=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지정학적 긴장, 팬데믹, 기후 위기 등을 통해 드러난 우리 시대의 그림자를 조명한다. 메인 전시장에 들어서면 이불, 임민욱, 함경아 등 남북 관계를 주제로 한 작품이 보인다. 함경아의 ‘당신이 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연작은 흔들리는 샹들리에를 찍은 사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비단실 자수 작품이다. 이 자수는 북한의 전통 공예가들이 놓은 것으로, 작가가 밑그림을 준비하고 중국이나 러시아의 중개인을 통해 전달한 다음 기약 없이 기다리다가 결과물을 받으면 완성된다.
넷플릭스로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본다는 다하 관장은 “유럽에서는 대중문화로 ‘쿨한’ 한국과 ‘끔찍한 독재 국가’ 북한의 이미지가 공존한다”며 “예술 작품을 통해 한국의 분단이나 역사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어 인상 깊다”고 말했다. 그는 “이불처럼 유명한 작가뿐만 아니라 함경아의 작품도 제작 과정부터 놀라웠다”고 덧붙였다.
이불 작가가 DMZ에서 철거한 철조망을 녹여 만든 ‘오바드 V’. 빈=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이불의 ‘오바드 V’는 2018년 남북군사합의로 철거된 비무장지대(DMZ) 감시 초소의 철조망을 녹여 만든 탑이다. 임민욱의 ‘커레히―홀로 서서’는 오랜 기간 수집한 군용 모포 위에 그림을 그렸다. 군대에서 병사의 몸과 생각은 자유로울 수 없지만 모포를 덮고 잠을 잘 때는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을 주목해 꿈에서 나타날 것 같은 원초적인 이미지를 담았다.● 전쟁의 공포, 빈에서도 공명
전시는 냉전과 분단의 현실을 조명하는 것을 넘어 이주, 난민, 기후 위기 등 보편적인 문제로도 관심사를 넓힌다. 한국 작가뿐만 아니라 라미로 웡, 민윤, 닐바르 귀레슈 등 빈에서 활동하는 작가,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아르헨티나), 리 킷(중국), 미카엘 레빈(미국) 등 작가 18팀의 설치, 조각, 회화, 영상 등을 선보인다.
중국계이지만 페루 리마와 빈을 오가며 활동하는 라미로 웡은 중국 전통 음식을 먹는 식기를 여행 가방 속에 담아 굳혀서 일부를 드러내며 정체성을 탐구한다.
이번 전시는 주오스트리아 한국문화원에서도 동시에 열린다. 윤진미의 ‘꿈꾸는 새들은 경계를 모른다’ 등을 볼 수 있다.
제체시온 큐레이터 베티나 스푀르는 “나의 조상 중에도 제2차 세계대전 때 사망한 사람이 많으며 오스트리아도 프랑스, 러시아, 미국에 의해 분단된 역사가 있기에 전시장 속 예술 작품들이 공명하는 바가 있다”고 밝혔다. ‘그림자의 형상들’전은 11월 17일까지 열린다.
빈=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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