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다”…원-엔 환율 각각 1300원-900원 내려오자 외화예금 ‘반등’

신무경 기자

입력 2025-05-09 15:40 수정 2025-05-0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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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5.5.8/뉴스1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 가능성에 원화 가치가 반등하면서 달러화와 엔화 예금 잔액이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가치가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은 없어 달러화는 원-달러 환율 1300원대에서, 엔화는 원-엔 환율 900원대에서 외화 자금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8일 현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화 예금 잔액은 629억44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577억1400만 달러였는데, 연휴가 길었던 이달 들어 3영업일 만에 52억3000만 달러(7조3042억 원)가량 증가했다.

달러화 예금 규모는 지난해 12월 637억9700만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3개월째 감소세를 보인 바 있다. 이후 4월에는 전달보다 늘어나며 증가세로 돌아섰는데, 5월 들어선 더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엔화 예금도 감소세를 보이다 반등했다. 3월 9266억 엔에서 4월 8751억 엔으로 516억 엔 줄었는데, 2일에는 9096억 엔으로 급증했고 8일에는 9518억 엔까지 불었다. 3영업일 만에 767억 엔(7426억 원) 늘어난 셈이다.

은행 관계자는 “최근 달러화, 엔화 예금 반등은 환율 하락에 따른 저점 매수 수요가 일부 유입됐기 때문으로 보인다”라며 “해당 구간에서 환율의 심리적 저점 인식이 작용해 가격 매력에 주목한 일부 투자자들의 수요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환율 단기 급등락에 맞춰 외화예금을 적극적으로 사고파는 고객들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며 “환율 상승기에 주로 환차익을 실현하는 경우가 많고 하락기에 다시 매수하는 등 환율과 잔액이 반비례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은 1300원 선으로 내려왔는데, 8일 원-달러 환율은 1396.6원까지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온 건 지난해 11월 29일 이후 5개월여만이다. 원-엔 환율은 8일 968.25원이었다.

최근 미중 협상 개시로 중국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과 미국 관세 전쟁이 조기에 마무리되면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 여지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관세 충격을 위안화 가치 절하를 통해서 흡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위안화에 원화도 동조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 미국이 아시아 주요국 통화 절상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원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5월 긴 연휴로 늘어난 해외여행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환전하고 남은 금액을 예금 보유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낙원 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미중 무역 협상 기대감과 대만 달러 강세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선을 밑돌았고, 원-엔 환율도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등으로 960원대까지 내려왔다”며 “원화 기초체력이 워낙 약해 고환율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외화예금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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