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사 간판전쟁 “‘애스턴 마틴 서울’은 우리 상호”

동아경제

입력 2015-03-20 17:40 수정 2015-03-2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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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통 스포츠카 애스턴 마틴(Aston Martin)의 국내 수입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입사 간 상호 등을 둘러싼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있는 것.

2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영국대사관저에는 찰스 존 헤이(Charles John Hay) 주한 영국대사와 영국/유럽 상공회의소 관계자 등 120명이 참석한 가운데 애스턴 마틴의 국내 진출을 알리는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는 애스턴 마틴의 주요모델 3종이 전시됐다. 영화 007의 본드카로 유명한 DB9을 비롯해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뱅퀴시 그리고 애스턴 마틴의 유일한 4도어 쿠페 라피드 S 등이다.

하지만 신차는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미 지난해 9월 한국 시장에 소개된 모델이고 많은 기자들이 시승까지 마친 탓이다. 같은 차를 두 번 소개하는 꼴이 된 것.

정작 언론의 관심은 공식 수입사와 병행 수입사간의 상호 사용권 공방이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크레송 오토모티브라는 회사가 ‘애스턴 마틴 서울’이라는 상호로 전시장을 열고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크레송 오토모티브는 영국이 아닌 미국 애스턴 마틴으로부터 차량을 공급받는 병행 수입사 형태로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 2월에는 애스턴 마틴 전문 진단 장비를 도입해 서비스 품질 향상과 서비스센터 확충에 나서는 등 빠르게 국내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이후 최근까지 약 50여대를 판매한 회사는 이미 한국시장 판매를 선점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기흥인터내셔널이 지난 1월 영국 애스턴 마틴과 딜러 계약을 체결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처음엔 차량 가격을 놓고 이견을 보였고, 최근엔 ‘애스턴 마틴 서울’이라는 상호명을 기흥인터내셔널이 같이 사용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애스턴 마틴 아시아태평양 총괄이사 패트릭 닐슨(Patrick Nilsson)은 그동안 불거진 수입사간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병행 수입사의 ‘애스턴 마틴 서울’ 상호 사용 문제에 대해서는 금지처분 소송을 내서 문제가 정리됐다”며 “자유롭게 병행수입을 통해 제품을 판매할 수 있지만, 혼란스러운 부분은 고객 보호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크레송 오토모티브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흥인터내셔널이 자사가 쓰고 있는 상호인 ‘애스턴 마틴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행사 준비를 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상호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며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크레송 오토모티브 신봉기 대표는 “기흥인터내셔널이 애스턴 마틴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홍보와 마케팅 등을 진행한 것은 상호도용에 해당한다”면서 “범법행위에 대해 상호사용 중지를 요청했고 만약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양사의 갈등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모두 올해 슈퍼카 브랜드 맥라렌(McLaren) 수입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흥인터내셔널은 다음달 23일 서울 강남에 문을 여는 전시장 2층에 멕라렌 전시장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크레송 오토모티브 역시 멕라렌을 미국에서 들여올 계획이라 두 회사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해 국내 슈퍼카 시장은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스포츠카 브랜드 마세라티는 지난해 총 723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46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영국 럭셔리카 벤틀리 역시 96.3% 증가한 322대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롤스로이스 역시 45대를 팔아 전년보다 50% 증가했다. 독일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는 지난해 총 2568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전년 대비 25.8% 증가했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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