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되면 속 썩이는 디젤車 “힘 딸리고 연비저하…”
동아경제
입력 2015-02-06 10:00 수정 2015-02-06 10:48
“자동차 시동을 걸면 심한 소음이 발생해요. 연비도 예전만 못하네요.”
디젤 자동차의 매연을 걸러주기 위해 의무적으로 장착된 매연저감장치(Diesel Particulate Filter·이하 DPF)가 특정 조건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차량 성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주들은 소음, 출력 및 연비 저하 등을 경험하고 나서야 DPF 문제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쉐보레 올란도 디젤 소유주 서창건 씨(36·가명)는 “거의 매일 올란도를 이용해 출퇴근 한다”며 “한 달에 서너 번 차량 출력저하와 동시에 엔진 경고등이 들어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고 호소했다. 그는 “정비소에서는 올란도 DPF에 남아있는 매연 찌꺼기를 태워주는 게 전부”라며 “이 같은 현상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차량은 차주들 사이에서 DPF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모델이다.
일부 수입차도 비슷한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2014년형 BMW 520d 차주 박장현 씨(42·가명)는 얼마 전 차량 소음과 연비저하 등이 발생해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박 씨는 “평소처럼 시동을 걸었는데 어느 순간 밑바닥에서 ‘칙칙’하는 쇠 마찰음이 올라왔다”며 “2개월 동안 같은 현상이 반복돼 차량을 점검받았다”고 했다.
점검결과 해당 차량은 냉간 시 DPF에서 이상 소음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하고 박씨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는 “서비스센터는 DPF 소음이 정상 차량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며 “정비 담당자가 이와 관련 BMW 내부 지침 등의 이유로 부품을 교체해주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그는 지난달 30일 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현재 출시되는 디젤 승용차량에는 DPF가 의무적으로 장착돼 있다. DPF는 차량 매연을 고온의 엔진 열로 태워 매연을 줄이는 장치다. DPF 특징은 차량 속력이 시속 60km를 넘어야 매연 찌꺼기가 남지 않지 않고 잘 배출된다. 하지만 저속구간의 시내주행이 잦은 차량들은 그만큼 필터에 오염물질이 축적될 가능성이 크고 DPF 자체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자동차품질연합 김종훈 대표는 “DPF가 제 기능을 못할 경우 매연이 오히려 더 발생할 수 있다”며 “정기적으로 청소를 해주거나 일정 시간 고속운전을 통해 불완전 연소된 찌꺼기를 없애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를 인식하고 실행에 옮기는 운전자들은 많지 않았다. 환경부는 수도권 대기 질 개선을 위해 지난 2005년부터 노후 경유 차량에 DPF 장착 비용을 한 대당 500만~700만 원씩 모두 4000억 원을 지원했다. 또한 장치 장착 이후 10개월 경과하거나 10만km를 주행한 차량을 대상으로 1차례 당 10만 원씩 청소비용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석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지난해 10월 국감자료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9만2100대의 필터 청소 대상차량 가운데 76%인 6만9950대는 청소를 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환경부가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수도권의 대기 질 개선을 위해 쏟아 부은 막대한 예산을 결국 낭비한 꼴”이라며 “DPF 필터 청소 등 정기적인 관리까지 의무화할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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