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애플 앱 과세 갈등에… 애꿎은 개발자만 등터질판
동아일보
입력 2013-10-22 03:00 수정 2013-10-22 03:00
애플 “사업자번호 있어야 앱 등록”… 느닷없는 안내에 SW업계 발칵
“과세 압박 받았다” 주장… 정부는 부인, 논란 거세지자 이틀만에 방침 철회
미국의 애플이 한국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자사의 앱 장터에 앱을 올릴 때 반드시 사업자등록을 하도록 했다가 파문이 일자 이틀 만에 취소했다. 그러나 애플코리아 측은 “관련 내용을 수정해 재공지할 수도 있다”고 말해 불씨를 남겼다. 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면 만 14세 이하 청소년이나 직장인 등은 개발한 앱을 애플 앱스토어에 올릴 수 없게 된다.
이와 관련해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는 “정부가 세수(稅收) 확충을 위해 애플 측에 요청한 것 아니냐”며 “창조경제를 내세운 정부가 부족한 국고를 채우기 위해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망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9일 한국 앱스토어 계정으로 아이튠스(애플의 콘텐츠 판매시스템)에 접근한 개발자들은 유·무료를 가리지 않고 앱을 신규 등록하거나 새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할 때 이름, 주소, e메일, 전화번호 외에 추가로 사업자등록번호와 통신판매사업번호를 입력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이는 한국에서는 세금을 낼 조건을 갖춘 개발자만 앱을 판매할 수 있다는 의미로,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조치다.
해외 앱 개발자가 한국 앱스토어에 제품을 등록할 때도 국내에서 개발자의 정보를 볼 수 있도록 앱 정보란에 이름, 주소, e메일, 연락처 등을 노출하도록 강제했다. 이를 두고 소프트웨어 업계는 “한국의 과세당국이 향후 해외 개발자가 한국에서 판매한 앱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기 위해 압력을 가한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20일 오후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소프트웨어 업계는 큰 혼란에 빠졌다. 에디토이라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김국현 대표(40)는 “애플의 정책대로라면 사업자등록이 불가능한 청소년들이나 취업 등의 이유로 사업자등록을 꺼리는 대학생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1년 당시 고교 2학년이었던 유주완 씨의 ‘서울버스’ 같은 반짝이는 앱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겸업이 금지된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로 앱을 등록할 수 없게 된다.
사업자등록을 하면 1인 개발자라도 판매액이 6개월에 600만 원을 넘을 경우 자신의 수입에 대해 소득세를 내야 한다. 또 4대 보험 등에 가입해야 하고 통신판매업 면허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4만5000원을 내야 한다.
논란이 거세지자 애플은 21일 오후 3시경 앱 등록 화면에서 사업자등록번호 등 추가정보 기재란을 삭제했다. 애플코리아 측은 “조속한 시일 안에 사업자등록과 통신판매등록 등의 기준을 마련해 재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혼란을 초래해 송구스럽다”면서도 “이 같은 판매자 정보 수집활동이 애플만의 결정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로부터 스마트폰용 앱 거래에 대해 10%의 부가세를 부과하라는 압박을 오래전부터 받아 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2010년 국내에서 판매되는 앱에 10%의 부가세를 과세하기로 결정했다.
국세청은 5월 “애플, 구글 등 해외 앱 장터에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기재부, 국세청, 미래창조과학부 등은 “애플과 사전에 논의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개발자의 주소와 전화번호만 요구한다”며 “현재까지 사업자등록번호를 받으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도 없었고, 우리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앱 장터도 사업자가 아닌 일반 개발자에게는 사업자등록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과세 압박 받았다” 주장… 정부는 부인, 논란 거세지자 이틀만에 방침 철회
미국의 애플이 한국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자사의 앱 장터에 앱을 올릴 때 반드시 사업자등록을 하도록 했다가 파문이 일자 이틀 만에 취소했다. 그러나 애플코리아 측은 “관련 내용을 수정해 재공지할 수도 있다”고 말해 불씨를 남겼다. 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면 만 14세 이하 청소년이나 직장인 등은 개발한 앱을 애플 앱스토어에 올릴 수 없게 된다.
이와 관련해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는 “정부가 세수(稅收) 확충을 위해 애플 측에 요청한 것 아니냐”며 “창조경제를 내세운 정부가 부족한 국고를 채우기 위해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망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9일 한국 앱스토어 계정으로 아이튠스(애플의 콘텐츠 판매시스템)에 접근한 개발자들은 유·무료를 가리지 않고 앱을 신규 등록하거나 새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할 때 이름, 주소, e메일, 전화번호 외에 추가로 사업자등록번호와 통신판매사업번호를 입력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이는 한국에서는 세금을 낼 조건을 갖춘 개발자만 앱을 판매할 수 있다는 의미로,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조치다.
해외 앱 개발자가 한국 앱스토어에 제품을 등록할 때도 국내에서 개발자의 정보를 볼 수 있도록 앱 정보란에 이름, 주소, e메일, 연락처 등을 노출하도록 강제했다. 이를 두고 소프트웨어 업계는 “한국의 과세당국이 향후 해외 개발자가 한국에서 판매한 앱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기 위해 압력을 가한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20일 오후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소프트웨어 업계는 큰 혼란에 빠졌다. 에디토이라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김국현 대표(40)는 “애플의 정책대로라면 사업자등록이 불가능한 청소년들이나 취업 등의 이유로 사업자등록을 꺼리는 대학생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1년 당시 고교 2학년이었던 유주완 씨의 ‘서울버스’ 같은 반짝이는 앱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겸업이 금지된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로 앱을 등록할 수 없게 된다.
사업자등록을 하면 1인 개발자라도 판매액이 6개월에 600만 원을 넘을 경우 자신의 수입에 대해 소득세를 내야 한다. 또 4대 보험 등에 가입해야 하고 통신판매업 면허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4만5000원을 내야 한다.
논란이 거세지자 애플은 21일 오후 3시경 앱 등록 화면에서 사업자등록번호 등 추가정보 기재란을 삭제했다. 애플코리아 측은 “조속한 시일 안에 사업자등록과 통신판매등록 등의 기준을 마련해 재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혼란을 초래해 송구스럽다”면서도 “이 같은 판매자 정보 수집활동이 애플만의 결정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로부터 스마트폰용 앱 거래에 대해 10%의 부가세를 부과하라는 압박을 오래전부터 받아 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2010년 국내에서 판매되는 앱에 10%의 부가세를 과세하기로 결정했다.
국세청은 5월 “애플, 구글 등 해외 앱 장터에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기재부, 국세청, 미래창조과학부 등은 “애플과 사전에 논의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개발자의 주소와 전화번호만 요구한다”며 “현재까지 사업자등록번호를 받으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도 없었고, 우리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앱 장터도 사업자가 아닌 일반 개발자에게는 사업자등록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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