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성남·안양 신축 옆 구축 아파트 사라”

이한경 기자

입력 2021-08-14 14:51 수정 2021-08-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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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부동산 애널리스트 채상욱 “GTX 수혜 입지 잘못 고르면 쪽박”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임대차 3법과 청약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하는 채상욱 ㈜포컴마스 대표. [홍중식 기자]

또 올랐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1억5751만 원으로, 전월 대비 1468만 원 상승했다. 7월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나서 집값이 고점 수준이니 추격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집값 상승세는 꺾일 기미가 전혀 없다.

“집값은 더 오를 겁니다. 돌이켜보면 2017년부터 2020년 초까지는 누가 봐도 청와대와 정부 주도로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습니다. 지난해 21대 국회 출범 후에는 국회 주도로 대책을 쏟아냈고요. 옳든 그르든 전면에 나서 ‘내가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세력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사령탑이 안 보입니다. 이러면 시장에서는 내년 대선까지 손 놓으려나 보다 생각하게 됩니다. 각자도생, 각자 알아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는 거죠. 말하자면 부동산 문제를 책임지는 운전사가 없는 셈이라 부동산시장은 더욱 과열될 우려마저 안고 있습니다.”

“집값이 더 오를까”라는 질문에 과열 우려를 내비친 채상욱 ㈜포컴마스 대표는 자타공인 부동산 전문가다. 아주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채 대표는 2011년부터 10년간 하나금융투자 건설·부동산 애널리스트로 재직하며 베스트 애널리스트로서 명성을 얻었다. 특히 정책, 시장, 금융, 통계 등을 망라하며 부동산시장에 대한 입체적이고 합리적 분석 방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름이 높다. 현재 경제부동산 유튜브 ‘채상욱TV_작은부자되기’를 운영 중인 그는 부동산과 주식 관련 책도 여러 권 펴냈는데, ‘오를 지역만 짚어주는 부동산 투자 전략’ ‘대한민국 부동산 지난 10년, 앞으로 10년’ ‘부동산 공부는 처음이라’ 등이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 큰 폭으로 두 차례 상승
최근 만나는 전문가에게 공통으로 던지는 질문이다. 집값은 앞으로도 오를까.

“‘앞으로’가 언제까지인지 모르겠지만 답변부터 하면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를 거다. 원래 부동산은 자산시장의 일부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 가격이 지난해 기준 5700조 원 규모로, 국내총생산(GDP)의 3배에 달한다. 한 나라 자산은 경제가 성장하고 가계소득이 증가하면 필연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 지금 문제는 GDP 증가 속도 대비 주택 가격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거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두 번 올랐는데 그 과정에서 정부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부동산 열기가 점점 고조됐고 위험을 감내하면서 집을 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게 문제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어떻게 작동했나.

“2017년 주택임대사업자(주임사) 활성화 방안을 골자로 한 12·3 부동산대책이 발표되니까 이듬해 다주택자들이 주임사 등록을 2배로 하면서 서울을 포함한 전국 85㎡(이하 전용면적 기준) 이하, 그리고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소형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치솟았다. 급기야 40평형대 가격을 턱밑까지 쫓을 만큼 올라 정부가 9개월 만에 주임사 세제혜택을 줄이는 9·13 부동산대책을 발표해 과열을 잠재워야 했다. 그 뒤로 부동산시장은 1주택 시장으로 바뀌고 있는데 그것이 기존처럼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형태가 아니라,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형태다. 여기에는 또 바뀐 청약제도와 대출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요즘 ‘영끌’을 해 집값을 올리는 세대로 30대가 지목되고 있는데 그들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85㎡ 이하 주택은 전량 청약가점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점수가 낮은 젊은 세대는 청약에서 당첨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실제로 2017년 8·2 부동산대책 이후 30대의 서울 주택 당첨자 비중은 기존 40%에서 현 9%로 떨어진 상황이다. 그래서 기존 집을 사려고 보면 대출 규제가 심하다. 결국 전세 끼고 대출 받아 갭투자 형태로 집을 매수하게 됐고, 이것이 지금 부동산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선 후에는 부동산시장에 변화가 생길까.

“변곡점이 찾아온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장이 과열된 지금쯤 안정화를 위해 나와야 하는 메시지나 정책이 다 뒤로 미뤄져 하는 말이다. 물론 2024~2025년쯤 3기 신도시나 도심 재개발이 이뤄지면 주택 공급 물량이 늘어 숨통은 트일 거다. 그 기다림의 시간이 짧지 않기에 나만 빼고 다 집을 산 상황에서, 나만 빼고 자산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다리기란 쉽지 않다고 본다.”


그럼 지금 집을 사는 편이 낫다는 것인가.

“만약 무주택자가 그 질문을 한다면 사야 한다고 답하겠다. 보통 첫 주택은 특정 지역에 오래 살 계획이고, 2년 이상 임차가 필요하며, 이제 집 문제로부터 자유롭고 싶다 하면 사는 거 아닌가. 지금 집값이 많이 올랐으니 사지 말아야겠다고 말하는 건 지극히 투자적인 마인드다. 투자와 주거를 결합하면 잘못된 선택을 할 위험이 크다. 물론 요즘 사람들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1주택 갭투자의 경우에도 옛날에는 자기가 거주할 지역에 전세 끼고 사놨다 나중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요즘은 내가 얼마쯤 있는데 어느 지역에 샀을 때 가장 많이 오르겠느냐고 묻는 분이 많다. 실수요 마켓일 때는 집값이 이렇게 가파르게 상승하지 않았지만, 투자적 마인드를 가진 분이 늘어나면서 부동산시장이 과열되는 거 같다.”


부동산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는 날이 올까.

“이번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목표로 25회차 이상 대책을 발표했지만 그 목적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러면 반대로 정책이 하나도 작동을 안 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일종의 세그먼트(세분화)들을 만들어냈는데 흔히 말하는 9억 원 이하 아파트, 9억 원 초과 아파트, 15억 원 이상 아파트, 85㎡ 이하 아파트, 85㎡ 초과 아파트, 규제지역, 비규제지역 같은 기준이 이미 작동하고 있다. 과거 주임사 제도를 시행했다 부작용이 나오니 원래대로 되돌렸던 것처럼,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제도 중 부작용이 큰 것들을 고치기만 해도 시장은 제대로 돌아가리라 생각한다. 임대차 3법도 시장 안정화가 목적이었지만 오히려 전세가를 대폭 상승시켜 갭투자가 용이한 환경으로 바꿔놓았다. 무엇보다 임대차 3법과 청약제도 개선은 정말 시급하다. 잘못된 것들을 고칠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주거에 투자를 결합시키지 마라’고 했지만 대한민국에서 환금성이 용이하고 재산 증식이 가능한 첫 번째 자산은 아파트다. 매수를 결심한 이들에게 어떤 지역을 추천하고 싶은가.

“이제 서울 강남4구,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구로·관악구), 양영강(양천·영등포·강서구) 같은 지역적 접근은 옛날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이미 시장은 세그먼트화된 지 오래다. 지금은 일단 수도권 안에서 9억 원 이하 아파트를 매수하라 권하고 싶다. 전세를 끼면 더 비싼 집을 살 수 있겠으나 초반부터 투자 마인드로만 접근하면 점점 레버리지를 높여가다 삐끗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굳이 지역으로 얘기한다면 경기도다. 지난해에도 경기도가 강세였는데, 경기도는 인구 1000명당 공급 주택 수가 380호가 안 될 정도로 부족하다. 앞으로 가구 증가도 경기도에 집중될 테고 주택 부족 현상이 해소될 개연성도 매우 적어 주택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투자 지역적 접근은 이제 그만
수도권 아파트의 강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시스]



GTX를 따라가면 될까.

“그것은 또 다른 문제다. GTX 라인은 아직 개발이 덜 된 곳이라 지금 가격에 GTX 가치가 이미 반영됐다, 혹은 지나치게 반영됐다 같은 판단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공부하면 입지 가치를 볼 줄 알게 되지만 많은 공력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 의견만 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 그것보다 쉽게 찾고자 한다면 신축 아파트 옆에 위치한 구축 아파트를 찾는 편이 훨씬 낫다. 지난해 경기권에서 강세였던 지역이 수원, 성남, 안양 같은 구시가지다. 이 지역 모두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데, 아파트가 건설돼 새로운 전세 가격이 형성될 경우 옆에 위치한 구축 아파트들 역시 우리도 정비사업을 진행하면 저 가격 이상은 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돼 ‘키 맞추기’가 이뤄진다. 전세 가격은 입지 가치보다 근거가 더 높다. 그 가격을 줄 의향이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게 실제로 증명된 거니까. 더불어 신축 준공이 예정된 지역의 구축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피해야 하는 부동산은?

“아직 우리나라에는 공동주택 아파트의 장점이 많다. 비(非)아파트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공부는 처음이라’는 부동산 입문서 같은 책이다. 이런 책을 낸 이유는?

“소위 ‘선수’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부동산시장이 이렇게 과열되기 전 많이 움직였을 거다. 지금은 부동산 매수 허들이 가장 높았던 사람들까지 관심을 갖는 시기라, 그런 사람들일수록 기본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가장 싸게 매수하는 방법은 청약이지만, 기존 주택을 매수하면 청약 기회가 날아간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분들에게 주택에 포함되지 않아 청약 기회를 유지하면서 주거 안정도 확보하는 방법이 될 수 있는 아파텔(전용면적이 큰 주거용 오피스텔)도 소개했다. 공부 후 선택하면 후회가 없다. 부동산 공부는 모두 꼭 해야 한다.”

※과열 양상을 보이는 부동산시장에 대한 전망과 투자 전략을 담은 채상욱 대표 인터뷰는 주간동아 유튜브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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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02호 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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