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탑승”… 투자 판 바꾸는 1770조 미래시장

박민우 기자 , 이상환 기자

입력 2021-07-14 03:00 수정 2021-07-14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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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제약없는 가상세계서 친구 만나고 회의하고 문화활동
美 로블록스 석달새 주가 92%↑, 에어비앤비-구글-테슬라 제치고
지난달 서학개미 순매수 1위로… 국내도 메타버스 펀드 잇단 출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걸그룹 블랙핑크와 팝스타 설리나 고메즈의 아바타가 춤을 추고 있다.(왼쪽/유튜브 캡처) 하나은행이 12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개최한 ‘하나글로벌캠퍼스‘ 오픈행사(오른쪽/하나은행 제공)

해외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직장인 이모 씨(38)는 최근 갖고 있던 테슬라 주식을 모두 팔고 ‘로블록스’ 주식을 사들였다. 미국 어린이들이 요즘 유튜브보다 로블록스를 더 많이 이용한다는 뉴스를 접하고서다.

로블록스는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으로, 뉴욕 증시에서 가장 핫한 종목으로 꼽힌다. 미국 9∼12세 어린이의 약 70%가 사용해 미국의 ‘초통령’(초등학생에게 대통령 같은 존재)으로 불린다. 이 씨는 “아이들이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즐기고 친구를 사귀는 세상이 됐다”며 “앞으로 메타버스에서 모든 사회 활동을 할 수 있을 거 같아 투자하게 됐다”고 했다.

세계 곳곳을 휩쓸고 있는 ‘메타버스 열풍’이 투자 판도도 흔들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앞다퉈 메타버스 대장주에 올라타고 있고, 메타버스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 로블록스 주가 석 달 만에 92% 급등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가상의 공간에서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 경제, 문화적 활동이 이뤄지는 세상을 가리킨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지난해 957억 달러(약 110조 원)이던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030년 1조5429억 달러(약 177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메타버스 플랫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도 치솟고 있다. 대표 주자가 로블록스다. 월간 활성 이용자가 1억5000만 명이 넘는다.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2시간 36분으로 틱톡(58분), 유튜브(54분)보다 훨씬 길다. 올 3월 10일 뉴욕 증시에 상장한 로블록스는 이달 12일 현재 86.54달러로 마감해 공모가(45달러) 대비 92.31% 급등했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Z가 만든 ‘제페토’는 전 세계 2억 명이 이용하는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증시에서 네이버 주가는 올 상반기(1∼6월)에만 47.35% 뛰었다. 메타버스 수혜주로 꼽히는 코스닥 상장사 선익시스템도 상반기 279.72% 치솟았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기에 탑재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사다.

○ 서학개미, 운용사도 메타버스 열풍 탑승

국내 투자자들도 메타버스 열풍에 올라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주식은 로블록스로 총 8153만 달러(약 934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에어비앤비(2위·7785만 달러)와 구글(4위·4988만 달러)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4월까지 7개월 연속 순매수 1위였던 테슬라는 35위까지 밀렸다.

금융투자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지난달 14일 업계 최초로 메타버스 펀드 ‘KB 글로벌 메타버스 경제 펀드’를 선보였다. 엔비디아 등 가상공간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기업과 로블록스,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로 9일 현재 수익률이 4.38%에 이른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1.85%)을 뛰어넘는 성적이다. 삼성자산운용도 지난달 28일 ‘삼성 글로벌 메타버스 펀드’를 내놨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메타버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조만간 메타버스 내에 금융회사 지점도 개설될 것으로 보인다. IBK투자증권은 최근 메타버스 환경에 맞는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해 ‘메타시티포럼’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전장석 IBK투자증권 디지털영업본부 본부장은 “비대면 계좌개설을 하는 것처럼 고객의 아바타가 가상세계에서 계좌를 개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나, 우리은행 등이 최근 제페토에서 은행장과 신입 행원들이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은행권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정부 역시 5월 민관협력체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결성하는 등 산업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들에게 메타버스라는 놀이터가 만들어졌다”며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영역이 확장될 것”이라고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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