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환경 이야기]100세 시대… 수명 늘어나면 우리의 삶도 행복할까

이수종 신연중 교사

입력 2019-08-28 03:00 수정 2019-08-2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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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한 부부가 정겹게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수명이 늘어나면서 건강한 노년과 죽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이른바 100세 시대입니다. 보험광고에는 100세 종합보험도 등장했습니다. 지금 중고등학생의 평균 수명은 120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늘은 늘어난 인간의 수명이 우리의 삶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보겠습니다.


○ 돈 많으면 오래 산다? 검증되지 않은 진실!

최근 인간의 수명과 관련해 미국에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소득 상위 1%의 부자들이 하위 1%의 사람보다 15년이나 오래 산다는 내용이죠. 또 2001년부터 2014년 사이 소득 상위 5%에 드는 사람은 평균 수명이 약 2.3년 증가했지만, 하위 5%인 사람들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미국의 연구 결과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6년 소득 상위 20%의 수명은 81.71세에서 2015년 85.14세로 3.43년 증가했습니다. 소득 하위 20%는 같은 기간 75.22세에서 78.55세로 3.33년이 늘어났죠. 사실상 돈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 사이의 수명 차이는 약 한 달에 불과했다는 분석입니다. 지역별 기대수명도 마찬가지입니다. 2006년 기대수명이 가장 높은 서울(83.0세)과 가장 낮은 울산(80.7세)의 편차는 2.3세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기대수명 편차는 계속해서 줄어들었죠.


○ 오래 사는 게 꼭 정답일까?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전체적인 수명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구촌의 전반적인 위생과 영양 상태가 좋아지고 의학도 발달하고 있기 때문이죠. 가난한 사람이 90세 이상을 사는 일도 빈번합니다.

그러나 오래 사는 일이 꼭 좋은 일일까요? 가난한 사람들은 수명이 늘어났지만 적절한 통증 완화 치료를 받지 못합니다. 돈이 없으니 ‘덜 아프게’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거죠.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실감 나는 이유입니다.

부자들은 어떨까요? 부유한 사람도 오래 사는 게 더 괴로운 경우는 있습니다. 난치병에 걸리면 연명치료를 통해 당장 죽지는 않지만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돈 많고 출세한 사람이 우울증에 더 잘 걸린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자신이 마음속에 설정한 기준이 높은 탓에 작은 결핍에도 상대적 박탈감을 더 잘 느끼기 때문입니다. 우울증은 자살로도 이어질 수 있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오래 살 수 있다고 하여 무조건 수명을 연장하는 게 옳은 일인지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연명치료를 받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연명치료는 수분·영양공급을 하는 일반연명치료와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 등의 특수연명치료로 나뉩니다.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1년 동안 중환자실에서 특수연명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1억 원가량의 돈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만약 환자의 나이가 80세를 넘었고 치매가 있어 가족도 못 알아본다면 치료를 하는 게 과연 모두에게 좋은 일일까요? 만약 사전에 환자 본인이 연명치료를 거부했다면 본인은 물론 가족도 고통을 덜 받지는 않았을까요?

이 때문에 존엄사에 대한 논의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2월 4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거죠. 환자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전원이 동의하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됐습니다.


○ 행복한 죽음에 대하여


의학은 점점 발달하고 수명은 늘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질병으로 인한 고통도 줄어들겠죠. 구글의 자회사 칼리코(Calico)는 인간이 500세까지 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그렇게 오래 살 수 있고 고통도 없어진다면 인간은 과연 행복할까요?

영화 ‘In time’에서는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는 미래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극 중 어떤 부자는 주인공에게 시간을 선물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수명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는 더 오래 사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인간이 500세까지 살 수 있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지구가 부양할 수 있는 인구는 100억 명 정도라고 합니다. 늘어난 사람들이 소모하는 에너지는 점차 많아지고, 인간은 자신이 쓴 에너지의 산물인 오염물질 속에서 살아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자연의 기본원리는 순환입니다. 인간도 언젠가는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야 할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 기간을 강제로 연장한다면 ‘자연스러운’ 순환은 고장 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지금은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지구온난화가 심화하고 있습니다. 폭염, 태풍 등 기후변화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죠. 오래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 때문에 자연의 순환이 지체되는 건 아닐까요?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은 인공호흡기를 거부하고 선종했습니다. 평소 환경문제에 대해 실천을 강조하신 것을 생각하면, 자신부터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뜻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자연의 순환을 훼손하는 500년을 사는 대신, 한정된 삶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100년을 사는 건 어떨까요?

이수종 신연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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