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항공, 대한항공 백기사 나선 건 美 안보전략과 연관”

변종국 기자

입력 2019-07-03 03:00 수정 2019-07-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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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안보 업계 국제정치학적 분석

미국 델타항공이 토종 사모펀드인 KCGI(강성부 펀드)와 경영권 분쟁 중인 한진그룹의 백기사로 등장한 것을 놓고 미국의 군사안보 전략이 사실상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델타항공은 지난달 21일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4.3%를 매입하면서 사실상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2일 복수의 국회 국방위원회 관계자는 “국방 전문가들과 미군 관계자들은 대한항공에 대한 KCGI와 국민연금의 공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었다”며 “대한항공은 항공사이면서 동시에 미군 군용기의 창정비(기체를 분해한 뒤 내부 장비를 교체)를 맡고 있는 방산업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과 KCGI의 갈등을 단순히 경영권 싸움이 아닌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해석인 셈이다.

대한항공은 1978년부터 항공기 정비사업(MRO)을 담당하는 항공우주사업부에서 미군 군용기의 정비사업을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미 공군 전투기인 F-15와 F-16, A-10, C-130은 물론이고 CH-47, UH-60 등 미군 헬기 정비도 맡고 있다. 방위산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군 항공기 및 헬기 정비 물량의 약 60%를 담당한다. 올해 2월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F-35 정비 업체로 이뤄진 컨소시엄인 ‘TEAM ROK’에도 대한항공이 포함됐다. 미군에 있어 대한항공은 안보 전략을 함께하는 전략적 파트너이기도 하다.

미국은 지난달 1일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서는 안보에 위협이 되는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호주 등 동맹국 및 지역 파트너들과의 네트워크 및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지역 파트너 중 한 회사인 대한항공도 협력 강화 대상에 포함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KCGI가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부를 분사하겠다고 밝힌 점도 불안감을 주는 요인이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KCGI 측은 1월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는 한진’이라는 제목의 117쪽짜리 보고서에서 “항공우주사업부를 분사할 경우 대한항공의 차입금 개선에 큰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KCGI가 경영권을 잡게 될 경우 MRO 부문을 떼어낼 수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국방 전문가는 “수십 년간 미군과 정비 파트너로 함께한 대한항공의 MRO 분야를 떼어내겠다고 하는 것이 미국에는 어떤 메시지로 들리겠느냐”고 말했다.

국내 국방 전문가들은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확보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전략적 불확실성이 제거된 것으로 보고 있다.

델타항공 측은 이런 해석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긋고 있다. 델타항공 측은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번 투자가 미국의 안보 전략 차원의 투자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사기업이다. 미국 정부와 협의를 한 적은 결코 없다”며 “이번 지분 확보는 대한항공과의 장기적인 파트너십 강화와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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