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중단 여부 확정 못한채… 해 넘기는 신한울 3, 4호기

이새샘 기자

입력 2018-12-25 03:00 수정 2018-12-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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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탈원전 마지막 단계지만 수천억 매몰비용에 중단 결정 미뤄
정부-울진군 협의체 첫회의 취소… 두산重과 보상협의도 진척 없어
건설재개 서명운동 10만명 넘어


경북 울진에서 가동 중인 한울원자력발전소 전경. 한울 1∼6호기와 신한울 1, 2호기가 가동 중이며 신한울 3, 4호기도 건설될 예정이었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현재 건설이 중단된 상태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정부가 신한울 3, 4호기 건설 중단에 따른 보상 문제 등을 지자체, 지역주민 등과 논의하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고 19일 첫 회의를 열 계획이었지만 돌연 취소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주기기 납품업체인 두산중공업 간 보상 합의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 탈(脫)원전 정책의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신한울 3, 4호기 건설 중단 결정이 보상 문제 등으로 지연되는 모양새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울진군 등에 따르면 정부와 울진군은 19일 울진군, 한수원, 지역주민, 산업부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한울 3, 4호기 건설 관련 진실·소통 협의체’ 출범식을 갖고 첫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의 전날 울진군 측이 ‘정부가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해 논의하기로 했다’는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내면서 이 회의가 전격 취소됐다. 울진군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회의가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 방법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신한울 3, 4호기 건설에 대한 어떤 전제도 없이 완전히 열린 입장에서 논의를 하자는 취지로 협의체를 구성한 것인데 울진군 측이 먼저 회의 취지와 배치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해 회의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여전히 신한울 3, 4호기 건설을 백지화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제8차 계획 때와 비교해 현재 정책을 변경할 만한 상황 변화가 없는 만큼 신규 원전 백지화라는 정부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신한울 3, 4호기는 정부가 지난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건설을 취소하기로 한 신규 원전 6기 중 2기다. 이 중 천지원전 등 4기는 월성원전 폐쇄와 함께 올해 6월 한수원 이사회 의결을 통해 확정됐다. 하지만 신한울 3, 4호기의 경우 지난해 발표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됐을 뿐 한수원 이사회 결정은 보류된 상태다.

정부와 한수원이 이처럼 신한울 3, 4호기와 관련한 결정을 미루는 이유 중 하나는 막대한 매몰비용이다. 다른 신규 원전과 달리 신한울 3, 4호기는 종합설계용역이 끝나고 지난해 발전사업허가를 받는 등 사업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이 때문에 설계비, 각종 관리비, 용역비 등이 1500억 원 이상 투입됐다. 여기에 두산중공업이 이미 제작을 완료한 주기기 납품비용, 울진군에 지급한 건설지역지원금 1400억 원 등을 합치면 매몰비용은 6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두산중공업은 주기기 제작비용을 한수원이 추정하는 3200억 원보다 2000억 원 가까이 높게 추정하고 있어 매몰비용이 8000억 원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두산중공업과 제작비용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달라 합의에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8월 한수원은 현재 신한울 3, 4호기 사업에 대해 1291억 원의 손상차손 처리를 했다. 아직 건설 중단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며 매몰비용 일부를 손해로 처리한 것이다.

원전업계는 이 같은 정부 움직임에 대해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달 13일 시작한 서명운동에는 24일 현재까지 약 10만5000명이 서명한 상태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력핵공학과 교수는 “원전업계의 일감 절벽을 막고 원전 건설 기술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신한울 3, 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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