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망신’ 국정감사, 올해 달라진 분위기… 재계 총수 소환 크게 줄어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18-10-10 14:20 수정 2018-10-10 14:32
10일부터 시작된 20대 국정감사가 이전과 달라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매년 대기업 총수가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돼 ‘망신주기’가 반복됐지만 올해는 이런 모습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및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국회 상임위가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소환한 대기업 총수는 이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특히 국감 ‘단골’ 총수로 꼽히는 삼성과 현대차, LG, SK 등 주요 업체 재계 총수들이 올해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도 국가 정세와 국감 분위기에 따라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앞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평양정상회담에 동행했던 경제계 대표와 주요 기업 총수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개별 사안에 대해 대기업 총수를 소환하는 것을 지양하자고 촉구했다.
국회 한 관계자는 “국정감사는 권력분립 원칙에 따라 의회가 정부를 감시하는 게 기본 목적”이라며 “하지만 그동안 일부 상임위 국감에서는 해당 원칙에서 벗어나 ‘기업 감사’나 ‘개인 감사’로 다소 변질된 양상을 보여 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인이나 개인이 증인·참고인으로 소환될 경우 실정법 위반 소지도 없지 않다”며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증인신청은 개인 사생활을 침해하면 안되고 수사 중인 사건에 영향을 주는 감사나 조사도 하지 못하도록 명시돼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감사 또는 조사의 한계)에 따르면 감사 또는 조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 국감에 정부인사가 아닌 경제인이나 문화인 등을 불러 개인 사생활에 관한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국회 관계자는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국감에 대한 일반인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국감 증인 채택이나 질의가 국회의원 ‘홍보의 장’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국감에 대기업 총수나 유명인 등을 소환해 ‘망신주기식’ 감사 행태를 보인 것을 지적한 것으로 작년 19대 국감에 나온 전체 증인의 40% 이상이 기업인으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회에서는 재계 총수나 기업인들을 ‘마구잡이’로 증인 채택했던 과거 행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증인 채택을 하지 않기로 여야가 합의한 것은 입법기관인 국회가 법을 준수한다는 차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한편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지난해 국감을 앞두고 국감에서는 ‘나라 살림’을 따져야지 애꿎은 ‘기업인 국감’이 되면 안 된다고 당부한 바 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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