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시작 단계부터 정부 통제… 지자체 결정 권한 제동
주애진 기자 , 강성휘 기자
입력 2018-02-21 03:00 수정 2018-02-21 03:00
[깐깐해지는 재건축]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국토교통부가 20일 내놓은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조치는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는 재건축 사업을 첫 단계부터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진행 단지의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했고, 재건축이 끝난 뒤에는 초과이익을 환수하기로 했었다. 이로써 재건축 사업의 시작, 진행, 이후를 모두 아우르는 ‘3단계 규제 패키지’가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가 안전진단을 직접 통제하는 것만으로도 재건축 가능 연한 연장과 비슷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는 대부분 안전진단을 통과했기 때문에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 등 비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부는 이와 별도로 현재 30년인 재건축 연한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고무줄 안전진단’ 중앙정부가 원천봉쇄
이번 조치의 핵심은 구조안전상 붕괴 위험이 있는 아파트만 재건축을 허용하되 안전성 여부를 판단하는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실상 중앙정부로 이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안전진단 자체를 할지 말지 결정(현지조사)할 때부터 국토부 산하기관이 개입할 수 있게 했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장이 현지조사를 진행해 지역민들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구조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시장, 군수가 (안전진단 관련) 전문성이 없다. 육안 검사를 공무원이 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지자체장이 공공기관에 현지조사를 의뢰하지 않으면 추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조건부 재건축’ 제도를 손보겠다는 것은 이번 규제의 숨겨진 칼날이다. 안전진단 판정 결과는 △재건축이 필요 없는 유지·보수 △조건부 재건축 △재건축 적합으로 나온다. 조건부 재건축은 안전에 큰 결함이 없는 경우 지자체장이 재건축 시기를 조정해서 진행하도록 돼있지만 사실상 재건축 적합이나 다름없이 운용돼 왔다. ‘고무줄 안전진단’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인근 단지들도 조건부 판정(2014년)을 받았다. 정부는 조건부 판정을 받아도 그 적정성 여부를 국토부 산하기관이 사후에 심사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사업을 추진할 수 없게 했다.
국토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안전진단 종합평가 비중이 구조안전성 중심에서 주거환경 위주로 바뀐 것도 이번에 모두 뜯어고쳤다. 40%까지 주거환경 비중을 높였던 명분은 주거의 편리성과 쾌적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이를 15%로 낮췄다. 시설노후도도 30%에서 25%로 낮췄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재건축을 틀어막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주거환경 항목에서 최하 등급(20점 이하)을 받으면 구조안전성 등 다른 항목과 관계없이 재건축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최하 등급을 받는 사례는 거의 없다. 김 정책관은 “그 대신 지진 피해 등 안전이 우려되는 단지는 지금보다 빨리 재건축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 양천구 등 직격탄, 재개발 아파트는 반사이익
서울에서 이번 조치로 당장 영향을 받는 아파트는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단지 등 총 10만3822채에 이른다. 노원(8761채), 강동(8458채), 송파구(8263채)도 개정안에 따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목동이 있는 양천구(2만4358채)인 것으로 분석된다. 물량이 많은 데다 최근 재건축 기대감으로 집값이 크게 올랐던 곳이기 때문이다. 목동 신시가지 1∼6단지, 8·9·13단지는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넘겼지만 아직 안전진단을 신청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재건축 사업 초기 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연한만 채우면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기대가 사라지면서 사업 초기 단지들의 거품이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단지에 적용되는 3중 구조의 규제가 시행되면서 전반적으로 사업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전진단을 받지 못한 재건축 단지가 비강남권에 몰려 있어 재건축 시장의 양극화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재건축 연한 30년을 넘기고도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서울 아파트 중 75%가 비강남권에 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단기적으로는 안전진단을 이미 통과한 재건축 아파트의 희소성이 부각돼 이들 단지의 가격만 오르는 등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지어진 새 아파트, 재개발 사업지 등으로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던 자금이 어떤 식으로든 갈 곳을 찾을 것이라는 것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강남 재건축 시장의 열기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서울 집값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애진 jaj@donga.com·강성휘 기자
국토교통부가 20일 내놓은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조치는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는 재건축 사업을 첫 단계부터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진행 단지의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했고, 재건축이 끝난 뒤에는 초과이익을 환수하기로 했었다. 이로써 재건축 사업의 시작, 진행, 이후를 모두 아우르는 ‘3단계 규제 패키지’가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가 안전진단을 직접 통제하는 것만으로도 재건축 가능 연한 연장과 비슷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는 대부분 안전진단을 통과했기 때문에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 등 비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부는 이와 별도로 현재 30년인 재건축 연한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고무줄 안전진단’ 중앙정부가 원천봉쇄
이번 조치의 핵심은 구조안전상 붕괴 위험이 있는 아파트만 재건축을 허용하되 안전성 여부를 판단하는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실상 중앙정부로 이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안전진단 자체를 할지 말지 결정(현지조사)할 때부터 국토부 산하기관이 개입할 수 있게 했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장이 현지조사를 진행해 지역민들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구조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시장, 군수가 (안전진단 관련) 전문성이 없다. 육안 검사를 공무원이 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지자체장이 공공기관에 현지조사를 의뢰하지 않으면 추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조건부 재건축’ 제도를 손보겠다는 것은 이번 규제의 숨겨진 칼날이다. 안전진단 판정 결과는 △재건축이 필요 없는 유지·보수 △조건부 재건축 △재건축 적합으로 나온다. 조건부 재건축은 안전에 큰 결함이 없는 경우 지자체장이 재건축 시기를 조정해서 진행하도록 돼있지만 사실상 재건축 적합이나 다름없이 운용돼 왔다. ‘고무줄 안전진단’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인근 단지들도 조건부 판정(2014년)을 받았다. 정부는 조건부 판정을 받아도 그 적정성 여부를 국토부 산하기관이 사후에 심사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사업을 추진할 수 없게 했다.
국토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안전진단 종합평가 비중이 구조안전성 중심에서 주거환경 위주로 바뀐 것도 이번에 모두 뜯어고쳤다. 40%까지 주거환경 비중을 높였던 명분은 주거의 편리성과 쾌적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이를 15%로 낮췄다. 시설노후도도 30%에서 25%로 낮췄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재건축을 틀어막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주거환경 항목에서 최하 등급(20점 이하)을 받으면 구조안전성 등 다른 항목과 관계없이 재건축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최하 등급을 받는 사례는 거의 없다. 김 정책관은 “그 대신 지진 피해 등 안전이 우려되는 단지는 지금보다 빨리 재건축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 양천구 등 직격탄, 재개발 아파트는 반사이익
서울에서 이번 조치로 당장 영향을 받는 아파트는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단지 등 총 10만3822채에 이른다. 노원(8761채), 강동(8458채), 송파구(8263채)도 개정안에 따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목동이 있는 양천구(2만4358채)인 것으로 분석된다. 물량이 많은 데다 최근 재건축 기대감으로 집값이 크게 올랐던 곳이기 때문이다. 목동 신시가지 1∼6단지, 8·9·13단지는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넘겼지만 아직 안전진단을 신청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재건축 사업 초기 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연한만 채우면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기대가 사라지면서 사업 초기 단지들의 거품이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단지에 적용되는 3중 구조의 규제가 시행되면서 전반적으로 사업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전진단을 받지 못한 재건축 단지가 비강남권에 몰려 있어 재건축 시장의 양극화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재건축 연한 30년을 넘기고도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서울 아파트 중 75%가 비강남권에 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단기적으로는 안전진단을 이미 통과한 재건축 아파트의 희소성이 부각돼 이들 단지의 가격만 오르는 등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지어진 새 아파트, 재개발 사업지 등으로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던 자금이 어떤 식으로든 갈 곳을 찾을 것이라는 것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강남 재건축 시장의 열기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서울 집값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애진 jaj@donga.com·강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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