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엔지니어들 “기술적 한계 느껴 배출가스 조작”
동아경제
입력 2015-11-09 11:42 수정 2015-11-09 13:18
폴크스바겐의 엔지니어들이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인정하면서 ‘디젤게이트’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9일 뉴욕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은 지난 일요일(현지시간 8일) 자체조사 결과를 통해 배출가스 데이터의 조작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독일 일간지 빌트 암 존탁은 이날 보도에서 “폴크스바겐의 엔지니어들은 마틴 빈터콘 전 최고 경영자(CEO)가 정한 배출가스 목표치를 달성하는데 기술적 한계를 느껴 데이터를 조작해 보고해 왔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타이어 공기압을 평소보다 높이는 등 꼼수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적게 보고해 왔으며, 이 같은 방법은 지난 2013년부터 올 초까지 사용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폴크스바겐 대변인은 자세한 경위에 대해선 밝히지 않으면서도 “내부조사 결과 연료 소비 데이터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으며 발생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빈터콘 전 CEO는 지난 2012년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폴크스바겐은 201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6년 보다 30% 감축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당시 빈터콘 CEO의 발언은 지구 온난화를 늦추기 위해 유럽지역이 내세운 강력한 규정보다 더 높은 수치로 친환경 디젤을 내세운 회사의 전략과 맞물려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빈터콘 전 CEO의 과욕은 회사의 엔지니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으며, 결과적으로 데이터 조작이라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 것.
앞서 지난 3일(현지시간) 폴크스바겐은 내부 조사를 통해 약 80만대의 차량에서 배출가스 이산화탄소 수치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 추가로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폴크스바겐은 성명서를 통해 배출가스 불일치 차량 80만대 가운데 9만8000대는 가솔린 차량이라고 밝혔으며, 이번 발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확정됐다.
마티아스 뮐러 폴크스바겐 현 최고경영자는 이번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해 유럽연합 재무장관들에게 서한을 보내,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배출가스 조작에 따른 추가 연료사용 또는 이산화탄소 배출과 관련한 세금 부담 확대분을 차주가 아닌 폴크스바겐에 물려달라고 요청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분석가들을 인용해 이번 사태와 관련해 폴크스바겐이 벌금, 소송비용, 리콜에 따른 수리비용 등으로 최대 35억 유로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폴크스바겐 미국법인은 이번 디젤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문제의 엔진을 장착한 차량을 구매한 차주에게 일종의 선불카드를 제공할 예정으로 최대 1250달러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외신들은 “폴크스바겐이 500달러짜리 선불카드와 폴크스바겐 전시장에서 쓸 수 있는 500∼750달러 선불카드를 차주에게 제공할 것이며 오는 9일 이를 확정해 고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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