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침대’ 2라운드… 생활 속 방사선, 이렇게 심했어?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8-05-18 03:00 수정 2018-05-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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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내부 피폭’ 우려
방사성물질, 호흡기 통해 체내 유입… 땀-배변 등으로 일부만 배출
장기간 누적되면 암 유발할 수도
WHO-렘팬 ‘내부피폭’ 워크숍… “생후 3개월 이하 피폭땐 치명적”


연간 피폭선량이 기준치(1mSv)의 최대 9.35배에 달하는 대진침대의 매트리스 속커버를 벗긴 모습. 스펀지에 방사성 핵종 토륨이 함유된 모나자이트를 도포해 라돈과 토론 등이 방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최근 ‘라돈 침대’ 논란이 불거지면서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내부 피폭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내부 피폭에 대해서는 정확한 피폭선량 추산이 어렵고, 원자력발전소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폭선량이 낮은 생활 방사선에 대한 건강영향평가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내부 피폭에 대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최근 단순 노출에 따른 외부 피폭을 평가한 1차 조사 결과에서는 연간 피폭선량이 기준치인 1mSv(밀리시버트)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호흡을 통해 체내로 방사성물질이 유입되는 내부 피폭까지 합산한 2차 조사 결과에서 연간 피폭선량은 기준치의 최대 9.35배까지 치솟았다. 하루 10시간씩 침대 위 2cm 이내에 호흡기를 밀착시킨다고 가정했을 때, 라돈(Rn-222)과 토론(Rn-220)에 의한 내부 피폭선량은 외부 피폭선량(연간 0.025mSv)보다 최대 37배 많았다.

내부 피폭은 호흡뿐 아니라 음식물 섭취, 상처 부위 노출,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 등을 통해 방사성을 띤 물질이 체내로 유입될 때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방사성물질의 입자가 작을수록, 체액에 대한 용해도가 높을수록 인체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다. 심한 경우 장기에 직접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방사성물질이 체내에 한 번 유입되면 반감기(에너지가 절반이 되는 시간)를 거쳐 완전히 붕괴돼 방사성물질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 방사선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반감기가 길면 그만큼 피폭선량이 누적돼 많아진다. 체내 방사성물질은 땀, 배변 등으로 배출되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라돈과 라돈의 동위원소 토론의 반감기는 각각 3.8일, 55.6초로 짧은 편이다. 요오드(I-131)는 8일, 세슘(Cs-137)은 30년, 아메리슘(Am-241)은 432년에 이른다. 진영우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은 “라돈과 토론은 반감기가 짧아 폐에서 혈액으로 침투되기 전에 방사성을 잃는다. 따라서 폐, 기도 등 호흡기를 제외한 갑상샘 등 다른 기관에는 큰 영향이 없다. 모유 수유도 괜찮다”고 말했다. 최근 기준치 초과 사실이 확인된 매트리스 7종의 연간 피폭선량(1.59∼9.35mSv)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했을 때(1회 약 7mSv)와 맞먹는 수준이다. 우주 방사선, 땅·대기의 라돈 가스 등 자연적으로도 우리는 연간 3.08mSv에 노출된다.

하지만 적은 양이라도 장기적으로 반복해서 노출되면 암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생활 방사선량을 연간 총 1mSv 이하로 권고한다. 진 센터장은 “성인보다는 몸집이 작은 어린이가, 비흡연자보다는 흡연자가 더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호흡기를 통해 유입된 라돈과 토론은 폐암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리춘성 캐나다 복지부 방사선보호국 선임연구원은 17일 서울에서 내부 피폭을 주제로 열린 ‘제3회 아시아 세계보건기구(WHO)-렘팬(REMPAN) 워크숍’에서 “생후 3개월 이하의 영아에게 내부 피폭은 매우 치명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진행 중인 렘팬 프로젝트는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내부 피폭 건강영향평가로 한국 등 세계 16개국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아카시 마코토 일본 국립양자방사선과학기술연구원(QST) 박사는 “생활 속 내부 피폭의 경우 대기 중 방사성물질에 대한 측정 데이터가 매우 적고 음식물에 대한 방사선량 평가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성별과 연령, 식습관 등 개인별 차이가 큰 것도 순수 내부 피폭 영향을 파악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진 센터장은 “생활 방사선에 대한 인체 영향은 쉽게 일반화하기 어려운 만큼 장기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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