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남 유흥왕국 ‘형제의 난’ 진풍경 “장남 호텔서 성매매”신고한 노모

조동주 기자 , 최지선 기자

입력 2017-08-07 03:00 수정 2017-08-0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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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유명클럽-호텔 운영 가문 상속분쟁 점입가경

서울 강남 호텔업계 큰손(2010년 사망)의 부인 A 씨(84)가 5월 서울지방경찰청에 성매매를 단속해 달라는 진정서를 냈다.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에 딸린 풀살롱(풀코스 룸살롱) 형태 유흥주점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A 씨가 신고한 호텔은 자신의 장남 B 씨(61)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또 B 씨의 동생 측은 이 호텔에서 과거 근무할 당시 경찰관들에게 50만∼100만 원씩 상납을 했다며 그 기록이 담긴 이른바 ‘자폭 장부’를 경찰에 제출했다.


○ ‘상속 분쟁’에서 시작된 ‘형제의 난’

어머니가 아들을, 동생이 형을 신고한 이 사건의 발단은 상속 분쟁이었다. 6일 경찰과 A 씨 가족 등에 따르면 A 씨의 남편은 2010년 지병으로 사망하기 2년 전 자신이 가진 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 2만 주를 장남 B 씨에게 물려준다는 유언장을 작성해 공증을 받았다.

하지만 A 씨와 차남(56), 4남(55)이 2014년 “유언장이 적법한 절차로 작성되지 않았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형제의 난’이 본격화됐다. 4남과 쌍둥이인 3남은 상속권을 포기했다. A 씨는 남편이 숨진 뒤 호텔 운영 방식 등을 두고 장남과 갈등을 빚다 차남, 4남과 함께 장남을 압박했다고 한다.

A 씨와 차남, 4남은 서울중앙지법에 “장남이 물려받은 주식을 법정 상속 비율에 따라 나눠달라”고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연달아 제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차남과 4남은 “아버지가 유언장을 쓰기 직전 지병이 심각했다”며 “유언 취지가 아버지의 진정한 의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장남은 “아버지는 유언장을 쓴 이후인 2008년 10월에도 회사 대출 서류에 직접 서명하며 정상 업무를 수행했다”고 반박했다.

A 씨와 차남이 제기한 소송은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4남이 낸 소송은 1심에서 패했지만 최근 2심에서 일부 승소해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 장남 vs 어머니-차남-4남

장남 B 씨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회사는 강남구의 유명 호텔과 클럽, 그리고 서초구의 또 다른 호텔과 유흥주점 등이다. 강남구 호텔에 딸린 클럽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까지 널리 알려져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서초구의 호텔은 월 수익이 1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가족에 따르면 B 씨는 강남구의 클럽을 동생인 차남에게 운영하도록 했다. 또 서초구의 호텔 운영을 차남에게 맡겼다고 한다. 그런데 B 씨가 자신의 아들을 후계자로 내세우면서 차남, 4남과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차남은 2015년 7월 강남구 클럽의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다. 또 클럽 이사를 맡았던 4남은 2014년 6월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대표는 B 씨가, 이사는 B 씨의 아들이 맡았다.

또 A 씨가 성매매 신고를 한 서초구 호텔의 경우 전체 지분의 절반을 갖고 있던 차남이 2015년 10월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B 씨는 차남이 운영하던 호텔이 부도가 난 뒤 차남의 지분 전체를 사들였다고 주장했다.


○ 공중전화로 112에 성매매 신고

경찰은 지난달 24일 서초구 호텔과 유흥주점을 압수수색했다. A 씨 등이 신고한 것처럼 성매매와 경찰관들에 대한 상납이 실제 있었는지 수사 중이다. 경찰은 서초구 호텔을 관할한 지구대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이 돈을 받았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B 씨 동생 측이 경찰에 넘긴 상납 장부엔 경찰관 실명은 없고 ‘순찰 50만 원’ ‘회식비 100만 원’ 식으로 적혀 있어 경찰 수사가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들어 공중전화로 112에 ‘B 씨 소유 서초구 호텔에서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신고가 자주 들어왔다고 한다. B 씨는 지난달 서울 서초경찰서에 “A 씨와 동생이 공중전화로 허위 신고를 한다”며 진정서를 냈다.

하지만 경찰은 공중전화 신고 당사자가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와 동생들은 어차피 자신들이 호텔 경영권을 가지지 못할 바엔 회사를 망하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동주 djc@donga.com·최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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