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다 무서운 실직 공포… 치료후 복직해도 적응 어려워
김윤종기자
입력 2017-02-03 03:00
[20∼40대 암 발병 급증]국민 35명중 1명꼴 암 생존자
암에 걸려도 70%는 5년이상 생존… 업무부담-동료 눈치에 일 그만둬
경력단절로 경제난-고립감 호소
치료에서 생존자 관리 시대로
선진국선 회사마다 복귀 지원 인력… 한국도 3월 전담부서 만들기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암 환자를 진단하면서 암세포만을 파괴하는 양성자 치료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대기업에 다니다 유방암에 걸린 이지희(가명·34) 씨. 1년간 암을 치료한 뒤 지난해 말 가까스로 회사에 복귀했다. ‘다시 뛸 수 있다’는 신념으로 힘겨운 항암치료를 버텼지만 직장 생활은 예전과 많이 달랐다. 조금만 야근을 해도 너무 힘들었고 암이 재발되지나 않을까 걱정됐다. 결국 그는 어렵게 되찾은 직장에 사표를 냈다.
○ 국민 35명 중 1명은 암 생존자
“암 환자들 사이에서 ‘암을 극복해도 결국 직장 복귀를 못 하고 빵집 차린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와요. 회사에 복귀해 보니 뼈에 사무치게 이 말이 와 닿네요.” 이 씨의 하소연처럼 ‘암 이후의 삶’을 관리하는 문제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인이 기대수명(82세)까지 살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무려 36.2%. 남성은 기대수명(79세)까지 살면 5명 중 2명(38.7%), 여성은 기대수명(85세)까지 3명 중 1명(33.1%)이 암에 걸린다. 국내 암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289.1명에 이른다.
반면 암 생존율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10∼2014년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3%다. 한국인 10명 중 7명은 암에 걸려도 5년 이상 생존한다는 뜻이다. 2001∼2005년 암 생존율 53.9%에 비해 16.4%포인트나 증가했다.
이는 치료 기술의 발달과 평균소득 상승의 영향이다. 또 흡연율이 줄면서 폐암이, 식생활 개선과 조기 검진으로 위암, 대장암, 간암 발생이 감소하고 있다. 현재 국내 암 생존자는 총 146만 명(2015년 1월 기준)이다. 국민 35명 중 1명은 암 생존자인 셈.
암 생존자 중 20∼49세 핵심생산인구에게는 직장 복귀 등 지속적인 경제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립암센터 김열 암관리사업부장은 “과거에는 ‘암’에서 탈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고 전부였다”라며 “이제는 암이 만성질환처럼 여겨지면서 암 치료 후 다시 일상에 정착하는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 암 생존 후 직장 복귀, 현실은?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공기업에 다니던 김모 씨(42)는 위암 수술을 받고 복직했지만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수술 후 후유증으로 식사를 조금씩 자주 해야 했고, 주요 업무였던 거래처 술자리 등은 나갈 수 없었다. 회사도 김 씨를 부담스러워했다.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에 따르면 국내 위암 생존자의 경우 암 진단 후 실업률은 46.6%로 진단 전(34.1%)보다 12.5%포인트나 증가했다. 829명의 폐암 생존자 중 암 진단 전에는 68.6%가 직업이 있었지만 치료 후에는 38.8%로 감소했다.
영어강사 장모 씨(32)는 매일 밤늦게까지 일하던 중 유방암에 걸렸다. 치료 후 학원에 복귀하려 했지만 수험생 관리 등 도저히 업무를 해낼 자신이 없어 5시간짜리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암 생존자들은 피로를 비롯해 직장 생활 중 식단 및 재활운동 부담감, 외모 변화, 업무 시간 중 치료 시간 조절 등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업무 능력이 떨어지면 스스로 위축되고 불안, 우울 증세가 생긴다. 암 수술 뒤 최근 복직한 최모 씨(45)는 “‘제대로 일을 하겠느냐’는 직장 동료들의 부정적 시선에 매일 상처를 받는다”라고 말했다. 암 병력이 없는 성인의 24%가 ‘암 진단을 받은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고 답한 연구도 있다.
○ 정부 암 생존자 관리 전담 부서 신설
암 생존 이후 경력이 단절되면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을 겪는 것을 넘어 ‘생산활동인구 감소’, ‘국가 의료비 증가’ 등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암 생존자를 위한 사회적 기반은 부실하다. 정부의 암 정책이 조기 발견과 의학적 치료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제도 역시 암 치료 시와 달리 암 생존자의 진료에는 별도의 지원이 없다.
반면 독일 네덜란드 등 선진국은 많은 회사들이 암 생존자가 회사에 복귀해 정착할 수 있는 복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를 전담하는 인력까지 배치한다.
암 생존자 지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정부는 ‘암생존자 전담 부서’를 만들 예정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다음 달 국립암센터에 암생존자지원과가 신설된다. 암 생존자의 건강관리, 심리적 지원, 사회 복귀 프로그램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복지부 강민규 질병정책과장은 “암 생존자를 위한 권역별 통합센터도 올해 안에 3곳을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주대병원 전미선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임산부처럼 암 생존자도 조금 배려해 주고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도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암에 걸려도 70%는 5년이상 생존… 업무부담-동료 눈치에 일 그만둬
경력단절로 경제난-고립감 호소
치료에서 생존자 관리 시대로
선진국선 회사마다 복귀 지원 인력… 한국도 3월 전담부서 만들기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암 환자를 진단하면서 암세포만을 파괴하는 양성자 치료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국민 35명 중 1명은 암 생존자

한국인이 기대수명(82세)까지 살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무려 36.2%. 남성은 기대수명(79세)까지 살면 5명 중 2명(38.7%), 여성은 기대수명(85세)까지 3명 중 1명(33.1%)이 암에 걸린다. 국내 암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289.1명에 이른다.
반면 암 생존율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10∼2014년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3%다. 한국인 10명 중 7명은 암에 걸려도 5년 이상 생존한다는 뜻이다. 2001∼2005년 암 생존율 53.9%에 비해 16.4%포인트나 증가했다.
이는 치료 기술의 발달과 평균소득 상승의 영향이다. 또 흡연율이 줄면서 폐암이, 식생활 개선과 조기 검진으로 위암, 대장암, 간암 발생이 감소하고 있다. 현재 국내 암 생존자는 총 146만 명(2015년 1월 기준)이다. 국민 35명 중 1명은 암 생존자인 셈.
암 생존자 중 20∼49세 핵심생산인구에게는 직장 복귀 등 지속적인 경제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립암센터 김열 암관리사업부장은 “과거에는 ‘암’에서 탈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고 전부였다”라며 “이제는 암이 만성질환처럼 여겨지면서 암 치료 후 다시 일상에 정착하는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 암 생존 후 직장 복귀, 현실은?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공기업에 다니던 김모 씨(42)는 위암 수술을 받고 복직했지만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수술 후 후유증으로 식사를 조금씩 자주 해야 했고, 주요 업무였던 거래처 술자리 등은 나갈 수 없었다. 회사도 김 씨를 부담스러워했다.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에 따르면 국내 위암 생존자의 경우 암 진단 후 실업률은 46.6%로 진단 전(34.1%)보다 12.5%포인트나 증가했다. 829명의 폐암 생존자 중 암 진단 전에는 68.6%가 직업이 있었지만 치료 후에는 38.8%로 감소했다.
영어강사 장모 씨(32)는 매일 밤늦게까지 일하던 중 유방암에 걸렸다. 치료 후 학원에 복귀하려 했지만 수험생 관리 등 도저히 업무를 해낼 자신이 없어 5시간짜리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암 생존자들은 피로를 비롯해 직장 생활 중 식단 및 재활운동 부담감, 외모 변화, 업무 시간 중 치료 시간 조절 등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업무 능력이 떨어지면 스스로 위축되고 불안, 우울 증세가 생긴다. 암 수술 뒤 최근 복직한 최모 씨(45)는 “‘제대로 일을 하겠느냐’는 직장 동료들의 부정적 시선에 매일 상처를 받는다”라고 말했다. 암 병력이 없는 성인의 24%가 ‘암 진단을 받은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고 답한 연구도 있다.
○ 정부 암 생존자 관리 전담 부서 신설
암 생존 이후 경력이 단절되면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을 겪는 것을 넘어 ‘생산활동인구 감소’, ‘국가 의료비 증가’ 등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암 생존자를 위한 사회적 기반은 부실하다. 정부의 암 정책이 조기 발견과 의학적 치료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제도 역시 암 치료 시와 달리 암 생존자의 진료에는 별도의 지원이 없다.
반면 독일 네덜란드 등 선진국은 많은 회사들이 암 생존자가 회사에 복귀해 정착할 수 있는 복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를 전담하는 인력까지 배치한다.
암 생존자 지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정부는 ‘암생존자 전담 부서’를 만들 예정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다음 달 국립암센터에 암생존자지원과가 신설된다. 암 생존자의 건강관리, 심리적 지원, 사회 복귀 프로그램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복지부 강민규 질병정책과장은 “암 생존자를 위한 권역별 통합센터도 올해 안에 3곳을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주대병원 전미선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임산부처럼 암 생존자도 조금 배려해 주고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도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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