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식민지에서 브라질 최대 도시로 성장한 상파울루

주간동아

입력 2026-01-0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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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이의 여행블루스] 도시 활력과 남미 열정, 예술이 어우러진 융합의 메트로폴리스

상파울루에 자리한 이비라푸에라 공원. GETTYIMAGES
브라질 최대 도시이자 남미 경제와 문화 중심지인 상파울루에 첫발을 디딘 순간, 남미 특유의 역동적인 도시 감성이 설렘을 증폭한다. 끝없이 이어진 고층 빌딩과 거대한 도로망부터 분주한 차량과 사람들의 물결, 남반구의 강렬한 햇살까지 어느 것 하나 예외가 없다. 한국에서 출발해 대서양을 건너온 긴 여정으로 몸은 지칠 대로 지친 상태지만 이 도시가 내뿜는 무한한 에너지가 피로를 금세 잊게 만든다. 오히려 이국적인 도시를 탐험할 새로운 힘이 솟아난다고 할 수 있겠다.

1554년 포르투갈 예수회 선교사들이 원주민을 포교하고자 작은 선교마을로 세운 상파울루는 이민자들의 손길과 산업화 흐름 속에서 거대한 메트로폴리스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민족과 계층, 그리고 서로 다른 문화가 한데 섞이면서 상파울루만의 독특한 정체성이 만들어졌다.  

상파울루의 아침은 커피 향으로 깨어난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 중 하나다. 상파울루도 역사 깊은 커피 문화를 자랑한다. 시내의 이름 모를 작은 카페에서도 부드럽지만 진한 풍미가 인상적인 커피를 쉽게 맛볼 수 있다. 커피를 홀짝이며 거리를 걷다 보면 현대적인 고층 빌딩과 식민지 시대 유산 같은 건물이 나란히 서 있는 이국적인 풍경이 여행자를 반긴다. 

벽화와 그라피티, 도시 자체가 거대한 캔버스

벽화와 그라피티로 가득한 골목을 지나면 마치 도시 자체가 거대한 캔버스처럼 느껴진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예술과 삶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도시의 심장은 파울리스타 거리다. 넓은 대로를 따라 금융가와 문화공간이 늘어서 있고, 아침이면 직장인들이 바삐 오간다. 

도심 한복판에서 안쪽 골목으로 살짝 들어서면 현지인의 일상이 펼쳐진다. 길가 빵집에서 풍겨 오는 갓 구운 브라질 대표 간식 팡 지 케이주의 고소한 향이 공기를 메우고, 빵과 함께 아침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골목을 채운다. 따뜻한 햇살 아래 펼쳐진 시장에는 산처럼 쌓인 파파야와 망고, 시트러스 향이 이방인의 코를 자극한다. 어느새인가 여행자는 상파울루만의 색과 맛을 온몸으로 기억하게 된다. 

역사적 중심지인 센트로 지역에서는 상파울루의 과거가 살아 숨 쉰다. 16세기 포르투갈 식민지 시대 건축물과 19세기 유럽 이민자의 흔적을 따라 걸음을 옮길 때면 마치 시간의 층위를 따라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쎄광장에 위치한 상파울루대성당의 고딕 양식과 웅장한 스테인드글라스 창은 이곳이 도시의 영적 중심임을 알린다. 주변 광장에서는 노점상과 음악가, 화가들이 어우러져 여행자의 시선을 붙든다. 대성당 앞 계단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면 도시의 생생한 에너지와 은은한 평온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상파울루대성당. GETTYIMAGES
점심 무렵에는 리베르다지 지역으로 향해보자. 일본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이곳은 남미 속 작은 아시아 같다. 이색적인 붉은 등과 상점 간판, 일본식 간식과 브라질식 변형 요리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브라질 전통 스테이크 슈하스쿠를 맛보면 고소한 쇠고기와 향신료가 어우러져 남미 특유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진다. 노릇하게 구워낸 파스텔(파스테우)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간단하지만 풍성한 한 끼로서 만족감을 준다. 여기에 브라질식 과일주스를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다. 

또 다른 얼굴, 상파울루의 밤
오후에는 도시의 고층 빌딩 속 광활한 녹지공간인 이비라푸에라 공원을 둘러보자. 도심 속 공원에 앉아 주변을 관찰하며 상파울루 사람들의 다채로운 일상을 엿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공원 곳곳에는 현대 미술관과 음악당, 전시공간이 자리해 산책과 문화 체험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현지인들은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고, 청소년들은 자전거를 타며, 예술가들은 드로잉을 한다. 도시의 속도와 자연의 여유가 한 화면 안에 공존하는 순간이다. 

상파울루의 밤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빌라 마달레나 지구에서는 재즈 바와 라이브 클럽이 여행자를 맞는다. 태양 아래 활기가 넘쳤던 낮과 달리, 밤에는 음악과 와인, 사람들의 대화가 길거리까지 울려 퍼진다. 거리 벽마다 색색의 그라피티가 빛을 받아 살아 움직이고, 로컬 식당에서는 열대과일과 해산물이 들어간 스튜인 모케카가 고소하게 익는다. 달콤하고 상큼한 칵테일 카이피리냐 한 잔이 더해지면 하루의 피로가 자연스레 녹는다. 밤하늘 별빛보다 찬란한 도시의 불빛 속에서 상파울루는 여행자에게 삶과 예술,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순간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상파울루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다. 이민 역사, 산업과 예술,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과 고층 빌딩의 현대적 에너지가 어우러진 융합 공간이다. 도심을 걷고 시장을 누비며 현지인들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여행자는 이 도시가 걸어온 수많은 삶과 시간의 흔적을 온전히 느낀다. 그리고 브라질 최대 도시의 활력과 남미 특유의 열정, 그 안에 녹아 있는 인간적 정서가 자연스레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새로운 세계를 향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파울루에서 여행자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나씩 만들어간다. 


재이 여행작가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21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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