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겨울, 한탄강 물 위를 걷다[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전승훈 기자
입력 2025-02-08 14:00 수정 2025-02-08 21:21

메인 후보 : 겨울에만 열리는 한탄강 물윗길. 철원군 직탕폭포에서 순담계곡까지 8.5km 구간의 한탄강 협곡을 부교를 따라 걸으며 주상절리를 감상할 수 있다.
● 강물 위를 걷다
물 위를 걷는다고? 아니, 예수님도 아닌데 어떻게?
급류타기로 유명한 한탄강 물 위를 걷는 ‘한탄강 물윗길’이 열린다는 소식에 귀를 의심했다. 그저 강변을 걷는 것이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주 강원 철원 동송읍 직탕폭포에서 태봉대교, 송대소, 승일교, 고석정, 순담계곡까지 8.5km 구간의 한탄강 물윗길을 3시간 동안 걸으면서 신비로운 경험을 했다.
한탄강 물윗길은 진짜로 강물 한 가운데로 걸어가는 것이다. 강물 위에 뜰 수 있는 네모난 플라스틱으로 만든 부교(浮橋)가 겨울(10월말~3월말)에만 임시로 설치된 것이다. 이 부교는 봄이 오면 한탄강 수위가 올라가고 급류가 흐르기 때문에 철거된다.
그래서 한탄강 겨울의 절경을 색다른 시선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강변 양쪽 절벽의 주상절리, 기암괴석, 강물이 굽이쳐 흐르는 세찬 물소리까지 바로 옆에서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3D 아이맥스 영화같은 체험이다.
우리 말로 ‘큰 여울’을 뜻하는 한탄강(漢灘江)은 북한 평강에서 발원해 철원과 경기도 연천, 포천에 걸쳐 136km 구간에 흐른다. 한탄강은 약 54만 년 전부터 12만년 전 화산폭발로 분출한 용암이 식으면서 형성된 현무암이 수만년간 침식돼 만들어진 깊은 협곡을 따라 흐른다.
얼어붙은 한탄강 위를 걸으니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다. 갈대밭 너머 꽁꽁언 강물 위로 쨍한 햇볕이 내려쬔다. 눈이 쌓인 강물 위에는 짐승의 발자국만 가지런히 놓여 있다. 얼음장 밑으로 급류가 돌돌돌 소리를 내며 흘러가기 때문에 사람은 건너가기 힘들다. 급류는 바위에 부딛쳐 파도로 부서시고, 추운날씨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물보라는 크리스탈 왕관같은 고드름을 만들어낸다.
한탄강 급류의 물보라가 얼어 고드름이 맺혔다.
한국의 나이아가라폭포로 불리는 한탄강 직탕폭포.
직탕폭포
부채꼴모양의 주상절리가 발달해 있는 송대소.

남북한이 번갈아 지으며 완성한 한탄강 승일교.
마당바위 휴게소.러시아나 동유럽 어딘가에서 만날 법한 아치형 콘크리트 다리인 승일교엔 치열한 현대사가 담겨 있다. 1948년 공산치하였던 철원에 북한이 절반 정도의 다리를 건설하다가 1950년 6.25 전쟁으로 중단됐다. 전쟁의 끝무렵 남한이 나머지 절반을 지어 1958년 준공했다. 이승만 대통령의 ‘승(承)’ 자와 김일성의 ‘일(日)’ 자를 합쳐 승일교(承日橋)로 불렀다는 설, 한국 전쟁에서 전사한 박승일 장군의 희생을 기리기 위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내려온다.
한탄강 협곡엔 정자가 많다. 그 중에 고석정(孤石亭)은 철원 제일의 명승지다. 강 한복판에 섬처럼 외롭게 서 있는 높이 약 15m 바위 양쪽으로 옥같이 맑은 물이 휘돌아 흐른다.
임꺽정이 은신했다는 한탄강 고석정 바위.

용암바위들이 널빤지처럼 굳은 판상절리가 발달한 순담계곡.
고래와 물고기 모양의 화강암이 많은 순담계곡.계곡의 바위 밑에는 오리가 부지런히 자맥질을 하며 먹이를 찾는다. 주변 나뭇가지를 보니 솜털이 보슬보슬한 새순이 달려 있다. 한탄강엔 아직 눈과 얼음이 가득한데, 봄의 기운은 막을 수 없나보다.

한탄강 태봉대교 아래로 지나가는 물윗길.
서태지가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철원 노동당사.
● 두루미를 보며 평화를 얻다
강원도 철원하면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스산해지고, 추워지는 곳이다. 남침용 땅굴이 있고, 금강산으로 가는 철도는 녹이 슬어 ‘철마는 달리고 싶다’고 외치고 있고, 서태지가 뮤직비디오를 찍은 ‘노동당사’는 동유럽 어디선가 무너져 내린 장벽처럼 서 있다. 쏟아지는 포격에 산비탈과 병사들이 그야말로 녹아내렸다는 아이스크림 고지, 백마의 흰 살결처럼 하얗게 변했다는 백마고지 등 수많은 젊은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던 6.25전쟁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철원평야의 추수가 끝난 논에서 만난 두루미. 두루미는 항상 쌍으로 다닌다.두루미떼를 본격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두루미평화타운에서 시작해서 DMZ내 마을의 논길을 버스를 타고 해설사와 함께 견학하는 탐조프로그램이다. 하루 2회(오전 10시, 오후 2시) 선착순으로 현장접수하는 프로그램이다.
철원 이길리 한탄강 탐조대에서 만난 겨울의 진객 두루미 떼. 김영호 작가 제공
두루미떼가 겨울을 보내는 철원 이길리 한탄강 탐조대 앞 모래톱. 김영호 작가 제공
철원평야 너머로 지닌 태양을 배경으로 날고 있는 두루미.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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