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폭포수처럼 흐르는 ‘마터호른제색도’[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체르마트(스위스)=전승훈 기자
입력 2024-10-12 14:00

●수네가 5대호수 트레킹
스위스 알프스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트레킹이다. 천천히 걸으며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의 워낭소리를 들으면 그렇게 평화로울 수 없다. 알프스 산에서는 방목하는 소들이 어디로 가는지 쉽게 알기 위해 방울을 채운다. 가을이 되면 눈이 내리기 전에 산 위에서 방목했던 소들이 산에서 내려오고, 체르마트 마을에는 봄부터 여름까지 수고했던 목동들을 위로하는 ‘목동축제(Shepherd Festival)’가 열린다. 알프스 등반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체르마트 마을에는 가을을 맞아 클래식 음악회와 축제를 알리는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알프스 봉우리 사이로 흘러다니는 구름.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슈텔리제에 비친 마터호른.

에머랄드빛 모스예 호수.

굳이 3시간을 걷지 않았어도 될 일이었지만, 알프스 구름 속의 산책의 경험은 다시 얻기 어려우리라.


체르마트 시내에 있는 마테호른 박물관.
체르마트 시내를 흐르는 빙하천 다리 위에서 마테호른 봉우리를 바라보는 관광객들.체르마트 숙소에서 머물 때 가장 매력적인 곳은 바로 베란다다. 시내 어느 곳에서도 4478m급 마테호른 봉우리가 보이기 때문이다. 해질녘 베란다에 앉아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체르마트 맥주(Zermatt Bier)를 한잔했다.

해가 저물며 빛에 따라, 바람과 구름에 따라 변화하는 마테호른의 모습은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야구 축구 생중계보다도 더 흥미진진했다.

●골든패스 산악열차타고 빙하 트레킹


몽트뢰에서 인터라켄 오스트까지 이어지는 3시간 여 구간의 ‘골든패스(GoldenPass)’ 파노라마 열차. 레만호부터 베르네제 알프스의 황금빛 가을의 정취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산악기차 여행이다.

열차를 타면서 한가지 궁금증이 일었다. 스위스 산 속의 초원은 어떻게 그렇게 깨끗해보일까? 우리나라 같으면 잡초도 우거지고, 억새가 흔들리고, 잡목과 넝쿨도 우거져 있을텐데. 스위스 산 속 들판은 잔디를 심어놓은 골프장의 페어웨이처럼 산뜻하다.

소가 풀을 다 뜯어먹어서일까? 그렇다고 저렇게 깔끔할 수 있을까. 자세히 보니 커다란 풀깎는 기계가 경사진 산비탈을 다니고 있었다. 깎은 풀더미는 겨울철 소들의 사료로 쓰기 위해 트럭에 실려 보관창고로 가는 모습도 보인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스위스 농촌의 평화로운 모습은, 절대로 자연적으로 된 것이 아니었다. 스위스의 경관을 중요시하는 농업은, 주민과 공무원의 철저한 관리 속에 이뤄지는 ‘관광인프라’이기도 하다.

몽트뢰에서 골든패스 파노라마 열차를 타고 약 2시간. 그슈타트역에서 내렸다. 콜 뒤 피용에 있는 케이블카를 타고 ‘글래시어(Glacier) 3000’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레만호 지역에 있는 알프스 산으로 빙하 위를 트레킹할 수 있는 명소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도착하니 스위스 출신의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역에 도착한다. 그는 국내에서도 경기 화성시 남양읍에 지은 ‘남양성모성지대성당’을 설계한 것으로 친숙한 건축가다.

케이블카 역 뒷편 계단을 오르면 두개의 산봉우리를 잇는 강철 현수교인 ‘티쏘 피크 워크(Peak Walk by Tissot)’가 있다. 길이 107m, 너비 80cm의 출렁다리를 걷다보면, 알프산를 넘어오는 바람에 온 몸이 흔들린다. 거센 바람에 날아갈까봐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도 힘들다.

다리를 건너 전망대에 서니 눈 덮인 24개 이상의 4000m급 알프스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아이거, 융프라우, 마테호른, 그랑 콩뱅은 물론 저 멀리 프랑스 몽블랑까지….

전망대 아래쪽 평원에는 빙하가 펼쳐진다. 푸른 하늘색과 하얀 빙하가 어우러지는 색다른 트레킹 코스다. 이 곳 빙하에는 크레바스가 없어서 안전하다.

5월부터 9월까지 ‘알파인 코스터(총 1km)’가 운행되기도 한다. 최대 시속 40km로 질주하며, 520° 회전과 급커브와 웨이브, 6m나 솟구치기도 해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빙하 속 놀이기구다.

실제로 걸어본 빙하 평원의 곳곳에는 얼음이 녹아서 흘러내리는 도랑물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수천만년 동안 녹지 않는 빙하지대로 유명했던 ‘글래시어 3000’의 얼음도 기후변화로 거의 다 녹아내리기 직전이다. 빙하 끝까지 다녀오는 2시간 코스를 완주하려면 방수가 되는 튼튼한 등산화가 필요했다.

산 정상 케이블카 역에는 르 카르노제 카페가 있다. 알프스 연봉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산 위에서 마시는 따뜻한 핫초코 한잔은 빙하 바람에 떨었던 몸을 녹여주는 특효약이다.

에비앙 샘물 수원지에서 반려견의 이름을 새긴 생수병.체르마트(스위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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