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대성동 고분군에서 펼쳐지는 ‘가야 사절단 납시오!’
김해=민동용 기자
입력 2024-09-21 17:44 수정 2024-09-21 17:45
2024 세계유산축전 축하행사 24일까지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해 흥미진진
내용 풍부하지만 기간-대상 제한 아쉬워
23일부터 10월 말까지 4개 지역서 축전 열려
가야고분군-백제유적-선암사·갯벌-용암동굴
당신은 6세기 중엽 금관가야에 있다. 고구려 사신일 수도 있고 중국 양(梁)나라 인사일 수도 있고 수로왕 아내 허황옥의 나라 인도에서 온 사절(使節)일 수도 있다. 복장도 그럴듯하게 갖췄다. 이제 ‘시간의 문’을 지나면 약 1500년 뒤 경남 김해로 시간여행을 온다. 당신이 있던 금관가야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 시절 유적을 살펴보며 가늠해 볼 수 있다.
패총(貝冢·조개더미)을 비롯해 1~4세기 이 지역 생활상을 짐작하게 해주는 유물이 있는 봉황동 유적에서 출발한다. 과거 김해만(灣) 일대였지만 이제는 하천으로 바뀐 해반천을 따라 대성동 고분군으로 향한다.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으로 알려진 구형왕의 부인이 저 언덕마루에서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길이 약 280m, 높이 20여 m, 폭 50m의 구릉 지대다. 완만한 경사에 지금까지 10차례 발굴을 통해 150호 가까이 옛 무덤을 찾은 곳이다. 이곳에서는 붉은 보자기에 싼 금빛 상자 3개가 있다. 그 안에 든 세 가지 ‘보물’은 무엇일까.
보물을 확인했으면 우륵의 고장 가야의 마지막 왕비가 차리는 연회에 참가해 최선희가야무용단과 김해시립가야금연주단의 우아한 춤과 연주를 즐길 일이다. 대접을 잘 받았다면 인근 수로왕릉에서 가야의 마지막 날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여행 일정을 모두 마치게 된다.
짧은 연극 내용이 아니다. 국가유산청(청장 최응천) 주최, 국가유산진흥원(원장 최영창) 주관 세계유산축전 개막을 축하하는 시민 참여 행사 ‘가야 사절단 납시오!’ 얘기다.
이 행사는 올해 5회째를 맞는 세계유산축전을 알리고 가야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다. 21일부터 24일까지 시민 20명을 대상으로 매일 오후 2시부터 90분간 김해 대성동 고분군 일대에서 열린다. 행사 내용이 알차고 공연 수준도 높다.
이 같은 양질의 프로그램이 일부 시민을 대상으로 나흘 밖에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유산진흥원과 해당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 아이디어를 찾는다면 국내외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연중 행사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가유산진흥원 관계자는 20일 “축전 유치 지자체 선정 과정 및 예산 제약 등으로 행사 일정과 대상에 제한이 있다”면서도 “참여 대상 폭과 기간을 늘리는 방법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참가비 2만 원과 김해를 오가는 교통비만 부담하면 실망하지 않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참가 신청은 인터파크 티켓에서 하면 된다. 선착순이며 22일 행사는 21일 오후 5시 현재 매진됐다.
세계유산축전은 한국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열린다. 해당 세계유산이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정부 지원을 일부 받아 공연, 체험, 전시 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해 손님 맞을 준비를 마쳤다.
올해 세계유산축전은 23일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10월 6일까지)을 시작으로 27일부터 10월 17일까지 충남 공주 부여 익산 백제역사유적지구, 10월 한 달 전남 순천 선암사와 순천갯벌, 같은 달 11일부터 22일까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서 각각 열린다.
지산동 고분군 축전은 ‘잊혀진 가야 문명, 가야 고분군으로 기억되다’를 주제로 야외 추리 게임, 밤의 경관 빛의 향연 등을 선보인다. 백제역사유적지구 주제는 ‘백제 세계유산의 가치를 탐(探)하다’이다. 순천 선암사에서는 사찰음식을 맛보고 참선의 세계로 빠지는 산사 캠핑이 펼쳐진다. 갯벌에서는 ‘생태 투어’가 마련된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서는 걷기 여행과 동굴 탐험이 시선을 끈다. 한라산과 성산 일출봉에서 열리는 ‘별빛 산행 야간 투어’ 역시 역사를 엿보고 싶은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김해=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해 흥미진진
내용 풍부하지만 기간-대상 제한 아쉬워
23일부터 10월 말까지 4개 지역서 축전 열려
가야고분군-백제유적-선암사·갯벌-용암동굴
당신은 6세기 중엽 금관가야에 있다. 고구려 사신일 수도 있고 중국 양(梁)나라 인사일 수도 있고 수로왕 아내 허황옥의 나라 인도에서 온 사절(使節)일 수도 있다. 복장도 그럴듯하게 갖췄다. 이제 ‘시간의 문’을 지나면 약 1500년 뒤 경남 김해로 시간여행을 온다. 당신이 있던 금관가야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 시절 유적을 살펴보며 가늠해 볼 수 있다.
패총(貝冢·조개더미)을 비롯해 1~4세기 이 지역 생활상을 짐작하게 해주는 유물이 있는 봉황동 유적에서 출발한다. 과거 김해만(灣) 일대였지만 이제는 하천으로 바뀐 해반천을 따라 대성동 고분군으로 향한다.
김해 대성동 고분군 전경. 김해=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으로 알려진 구형왕의 부인이 저 언덕마루에서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길이 약 280m, 높이 20여 m, 폭 50m의 구릉 지대다. 완만한 경사에 지금까지 10차례 발굴을 통해 150호 가까이 옛 무덤을 찾은 곳이다. 이곳에서는 붉은 보자기에 싼 금빛 상자 3개가 있다. 그 안에 든 세 가지 ‘보물’은 무엇일까.
하늘에서 본 대성동 고분군 전경. 국가유산청 제공
보물을 확인했으면 우륵의 고장 가야의 마지막 왕비가 차리는 연회에 참가해 최선희가야무용단과 김해시립가야금연주단의 우아한 춤과 연주를 즐길 일이다. 대접을 잘 받았다면 인근 수로왕릉에서 가야의 마지막 날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여행 일정을 모두 마치게 된다.
20일 ‘가야 사절 납시오!’ 행사 중 가야 마지막 왕비가 주최하는 연회에서 최선희가야무용단과 김해시립가야금연주단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김해=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짧은 연극 내용이 아니다. 국가유산청(청장 최응천) 주최, 국가유산진흥원(원장 최영창) 주관 세계유산축전 개막을 축하하는 시민 참여 행사 ‘가야 사절단 납시오!’ 얘기다.
이 행사는 올해 5회째를 맞는 세계유산축전을 알리고 가야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다. 21일부터 24일까지 시민 20명을 대상으로 매일 오후 2시부터 90분간 김해 대성동 고분군 일대에서 열린다. 행사 내용이 알차고 공연 수준도 높다.
이 같은 양질의 프로그램이 일부 시민을 대상으로 나흘 밖에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유산진흥원과 해당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 아이디어를 찾는다면 국내외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연중 행사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가유산진흥원 관계자는 20일 “축전 유치 지자체 선정 과정 및 예산 제약 등으로 행사 일정과 대상에 제한이 있다”면서도 “참여 대상 폭과 기간을 늘리는 방법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20일 ‘가야 사절단 납시오!’ 행사에 참가한 시민이 3가지 보물 중 하나인 청동 요대 장식을 들어보이고 있다.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참가비 2만 원과 김해를 오가는 교통비만 부담하면 실망하지 않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참가 신청은 인터파크 티켓에서 하면 된다. 선착순이며 22일 행사는 21일 오후 5시 현재 매진됐다.
세계유산축전은 한국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열린다. 해당 세계유산이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정부 지원을 일부 받아 공연, 체험, 전시 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해 손님 맞을 준비를 마쳤다.
올해 세계유산축전은 23일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10월 6일까지)을 시작으로 27일부터 10월 17일까지 충남 공주 부여 익산 백제역사유적지구, 10월 한 달 전남 순천 선암사와 순천갯벌, 같은 달 11일부터 22일까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서 각각 열린다.
지산동 고분군 축전은 ‘잊혀진 가야 문명, 가야 고분군으로 기억되다’를 주제로 야외 추리 게임, 밤의 경관 빛의 향연 등을 선보인다. 백제역사유적지구 주제는 ‘백제 세계유산의 가치를 탐(探)하다’이다. 순천 선암사에서는 사찰음식을 맛보고 참선의 세계로 빠지는 산사 캠핑이 펼쳐진다. 갯벌에서는 ‘생태 투어’가 마련된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서는 걷기 여행과 동굴 탐험이 시선을 끈다. 한라산과 성산 일출봉에서 열리는 ‘별빛 산행 야간 투어’ 역시 역사를 엿보고 싶은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김해=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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