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노을 반신욕… 오크통에서 행복이 몽글몽글 [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깁슬랜드(호주)=전승훈 기자
입력 2024-09-01 09:00 수정 2024-09-01 15:09
호주 남동부 최대 도시 멜버른이 있는 빅토리아주는 대자연 속에서 걷고, 야생동물을 만나고, 와인과 미식을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여행지다. 멜버른에서 동쪽으로 뉴사우스웨일스(NSW) 주경계까지 542km 뻗어 있는 ‘깁스랜드(Gippsland)’는 대표적인 와인산지이자 미식 여행지. 바다를 바라보는 윌슨스 곶과 흑조가 헤엄치는 광활한 호수, 공룡이 살던 고사리숲이 우거진 타라불가 국립공원에서 경이로운 자연을 만났다.
● 공룡들이 거닐던 숲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에 사시사철 울창한 숲이 우거진 정글을 ‘우림(雨林·Rainforest)‘이라고 한다. 보통은 적도 부근에 ’열대우림‘이 많이 발달해있다. 그런데 지구상 일부 지역에는 ’냉온대 우림(Cool-temperate Rainforest)이 형성돼 있는 곳도 있다. 열대우림 보다는 인간의 생존환경에 알맞기 때문에 일찍부터 숲이 개간당해 사라져 쉽게 볼 수 없을 뿐이다.
타라불가 국립공원의 여러 트레킹 코스 중에 ’코리건 현수교(Corrigan‘s Suspension Bridge)는 30분 정도 걸으면 열대우림과 양치류가 뒤덮고 있는 계곡을 감상하는 유명한 코스다.
입구에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로얄 유칼립투스 나무는 키가 약 74m로, 영국인들이 호주에 도착한 1840년에도 있었기 때문에 200살이 넘은 나이로 추정된다고 한다.
코리건 현수교에서 아래 계곡을 내려다보면 거대한 고사리들이 우산을 펼친 듯 가득 메우고 있다. 우리나라 땅에서는 고사리가 풀처럼 자라는데, 이 곳에는 야자수처럼 쭉쭉 뻗는 ‘나무 고사리(Tree Fern)’다. 공룡들이 걸어다녔던 중생대의 풍경이 그대로 살아 있는 숲이다.
현수교를 건너 계곡 밑으로 내려가면 고대 곤드와나 대륙에 번성했다는 너도밤나무가 거대한 구렁이처럼 꿈틀거리는 뿌리를 드러내고 있다. 곤드와나 대륙은 약 3억 년 전인 고생대 후기부터 1억 년 전인 중생대 중반까지 남반구에 존재했을 것으로 추측하는 초대륙이다. 약 2000만년 전에 호주 남동부 전역에 번성했던 광활한 너도밤나무 숲의 후손이 국립공원에 일부 남아 있는 것이다. 숲 속 바닥에는 이끼와 버섯이 자라고 있다.
트레킹을 하고 나오는 길에 호주의 토종새인 ‘금조(Superb Lyrebird)’를 만났다. 미니 공작새처럼 날개를 펼치면 아름다운 새다. 호주 10센트 동전 뒷면에 새겨진 금조는 다양한 성대모사를 하는 새로 유명하다. 수컷이 암컷을 구애할 때 다양한 새소리를 따라하기도 하고, 도시에 사는 금조는 전기 드릴, 망치질, 카메라 셔터 소리, 아기 울음 소리까지 정확하게 따라해 유명해진 새다.
깁스랜드에는 윌슨스 곶 주변에 커다란 호수가 발달해 있다. 깁스랜드 호수에 있는 레이몬드섬에선 호주의 대표적인 유대류 동물인 야생 코알라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길이가 약 6km, 너비가 2km의 작은 섬. 해안에서 불과 200m 떨어져 있어 페인즈빌 마을에서 페리를 타면 5분이면 섬에 도착한다.
레이몬드 섬에는 1953년에 코알라 몇 마리를 들여왔는데, 그 이후에 코알라가 번식해 퍼졌다고 한다. 이 섬에는 다리를 놓지 않고 1889년부터 페리를 운항해왔기 때문에 섬은 빠른 개발로부터 보호될 수 있었다. 코알라가 유칼립투스 나무 한 그루마다 한 마리씩 평화롭게 살고 있는 그야말로 ‘코알라 천국’을 이루고 있다.
이 섬에는 캥거루와 바늘두더지, 새 등 다른 야생동물도 많다. 캥거루들이 개인주택의 울타리까지 넘어서 집 안마당까지 들어와 놀고 있는 모습이 놀라웠다.
레이몬드 섬에서 나와 페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노을이 지고 있다. 황금빛으로 물든 호수에는 검은색 새들이 많이 떠 있다. 모양은 영락없는 백조인데, 색깔이 검다. 말로만 듣던 블랙스완(Black Swan), 흑조다. 차이콥스키 발레 ‘백조의 호수’ 3막에서는 백조 오데트로 변장한 흑조 ‘오딜’이 지그프리트 왕자를 유혹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블랙 스완’에서 내털리 포트먼이 완벽하게 연기하고 싶어했던 1인 2역 변신 장면이다.
경제 용어로 ‘블랙 스완’은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흑조는 호주에만 살고 있는 특산종인데, 유럽인들이 호주에 와서 검은 백조를 처음 봤을 때 얼마나 놀랐을지 이해가 가는 용어다.
●미텅 온천의 포썸
호주 빅토리아주 깁슬랜드 호수 지역에는 지하 500미터에서 솟아나는 미네랄이 풍부한 온천도 있다. ‘미텅 온천(Metung Hot Spring)’에서 하이라이트는 광활한 깁스랜드 호수가 분홍빛으로 물들어가는 노을지는 풍경을 내려다보면서 노천에 있는 참나무로 만든 와인숙성용 오크통 안에 들어가 온천을 즐기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온천을 커다란 탕 속에서 여럿이 함께 하는 경우가 많은데, 호주인들은 각자의 오크통 안에서 하는 것을 즐긴다. 오크통 안에는 섭씨 38~40도 가량의 온천수가 솟아나는데, 통 안으로 몸을 집어 넣으면 부피만큼 물이 넘쳐난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통 안에서 ‘유레카’하면서 부피의 원리를 깨달았던 순간을 재현하는 체험이다. 개인용 오크통 온천 뿐 아니라 옆에는 여러명이 함께 들어갈 수 있는 노천탕도 있다.
호주 빅토리아주에는 1997년 모닝턴 반도에 개장한 페닌슐라 온천도 있다. 1990년대 초반 찰스와 리처드 데이비슨 형제가 일본에 머물면서 수십개의 온천을 경험하고 난 뒤 ‘왜 호주에도 온천이 있는데, 이런 시설을 갖춘 관광지가 없을까?’하며 최신 시설을 갖춘 노천온천을 개발했다.
페닌슐라 온천그룹이 깁스랜드에도 새롭게 미텅온천을 개발해 호주인들도 한해 온천 관광객이 5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온천을 즐기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고 한다.
미텅온천에는 호숫가에 럭셔리한 시설을 갖춘 글램핑 숙소가 있는데, 천막 한켠 테라스에는 노천에 있는 것과 똑같은 개인용 오크통 온천시설이 있어 숙소에서 프라이빗 온천을 즐길 수도 있다.
미텅온천에서 숙소로 가는 길에 또다른 유대류 동물인 주머니 여우 ‘포썸(Possum)’을 만났다. 긴꼬리를 흔들며 후다닥 소리를 내며 빠르게 움직이는 동물로 고양이와 미어캣를 합쳐놓은 생김새다. 얼굴은 쥐처럼 생겼고, 맑은 눈동자와 분홍색 코가 정말 귀여운 동물.
그런데 크기는 고양이 정도로 크다. 한참 사람들을 호기심어린 눈초리로 바라보더니, 살짝 다가서자 꼬리를 흔들며 빠르게 사라졌다.
●와인과 미식 여행
깁슬랜드 미첼강 계곡 위에 자리잡고 있는 라이트풋(Lightfoot) 와이너리는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드넓은 포도밭 풍경이 압권이다. 풍부한 붉은 토양을 가진 고대 석회암 능선에는 머틀 포인트 포도밭이 펼쳐져 있다. 와이너리 안에서는 피노 누아, 시라즈, 샤르도네 등 다양한 품종의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주변 농장에서 생산되는 치즈, 올리브와 함께 와인을 마신다.
호주 와인은 1800년대 중후반 유럽에서 온 개척자들이 포도나무를 심으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호주 건국(1901년) 이전부터 생산된 셈이다. 호주 와인을 대표하는 품종은 ‘시라즈’다. 호주에서 자라는 포도나무 세 그루 중 한 그루가 시라즈 품종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론 북부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품종인 시라(Syrah)가 호주로 건너가 ‘시라즈(Shiraz)’라고 불리게 됐다. 같은 품종이지만 땅에 따라 확연히 다른 맛을 낸다. 프랑스 론 북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시라가 주로 붉은 베리, 후추 등 드라이하고 강인한 맛이라면, 호주의 시라즈는 말린 베리, 초콜릿, 흙 향이 뒤섞인 부드럽고 농밀한 맛이 특징이다.
그러나 호주 와인에 시라즈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으로 유명한 피노 누아(Pinot Noir)도 많이 재배한다. 빅토리아주 모닝턴페닌슐라, 야라밸리, 깁스랜드 등에서는 좀더 화려한 풍미의 과일향이 나는 피노 누아가 생산된다.
깁스랜드의 윌슨스 곶의 뷰를 감상할 수 있는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거니스 사이다(Gurney‘s Cider)’는 영국 정통 제조방식의 사과주(Cider)를 생산하는 양조장이다. 사이다는 사과쥬를 발효해서 만드는 술. 거니스 사이다 농장에는 프랑스, 영국, 미국, 아일랜드에서 가져온 5000여 그루의 사과주용 사과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 양조장에는 ‘세상에서 가장 넓은 사이다 셀러(저장고)’라고 주장(?)하는 사과주 저장고가 있다. 지하 저장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크통에서 숙성 중인 사과주들이 보인다. 이곳에서 알콜도수 16도 짜리 사이다, 사과주를 증류한 41도짜리 브랜디를 시음할 수 있다. 양조장 아래쪽에는 폐선로를 개조해 만든 자전거길인 ‘그레이트 서던 레일 트레일(Great Southern Rail Trail)‘이 지나가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기도 한다.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한 가운데에 있는 아폴로베이에는 ’야생동물 보호구역 투어‘(Wildlife Wonders)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이 곳에서 타조를 닮은 야생 조류인 ‘에뮤(Emu)’를 만났다.
에뮤는 호주의 국조(國鳥)로, 전세계에서 호주에서만 살고 있는 대형 주조류(走鳥類)다. 몸 길이 1.8m, 몸무게 35~54kg 정도 나가는 큰 새다.
이 곳에서 파는 스폿티드 에일(Spotted Ale) 맥주병의 라벨에는 점이 박혀 있는 귀여운 야생동물이 그려져 있다. ‘주머니 고양이’로 불리는 Tiger Quoll(타이거 퀄)이다.
옆에는 ‘이 맥주를 마시면 수익금 100%를 멸종 위기에 처한 타이거 퀄 보호를 위해 쓰인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세상에 호주 밖에 없는 신기한 유대류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작은 노력을 하고자 시원한 맥주를 한잔 마셨다.
깁슬랜드(호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호주 빅토리아주 깁슬랜드 타라불가국립공원의 양치류 온대우림을 바라볼 수 있는 코리건 현수교. 호주 빅토리아관광청 제공
● 공룡들이 거닐던 숲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에 사시사철 울창한 숲이 우거진 정글을 ‘우림(雨林·Rainforest)‘이라고 한다. 보통은 적도 부근에 ’열대우림‘이 많이 발달해있다. 그런데 지구상 일부 지역에는 ’냉온대 우림(Cool-temperate Rainforest)이 형성돼 있는 곳도 있다. 열대우림 보다는 인간의 생존환경에 알맞기 때문에 일찍부터 숲이 개간당해 사라져 쉽게 볼 수 없을 뿐이다.
아트로드/호주 깁슬랜드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그런데 호주 멜버른에서 남동쪽으로 약 180km 떨어진 사우스 깁슬랜드에 있는 ‘타라불가 국립공원(Tarra-Bulga National Park)은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 온대우림을 만나볼 수 있다. 양치류로 뒤덮인 울창한 숲에는 최상위 층에 유칼립투스와 거대한 마가목, 머틀너도밤나무가 지붕을 이루고 있고, 그 아래 숲에는 나무고사리와 버섯, 이끼 등이 자라고 있다.타라불가 국립공원의 여러 트레킹 코스 중에 ’코리건 현수교(Corrigan‘s Suspension Bridge)는 30분 정도 걸으면 열대우림과 양치류가 뒤덮고 있는 계곡을 감상하는 유명한 코스다.
입구에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로얄 유칼립투스 나무는 키가 약 74m로, 영국인들이 호주에 도착한 1840년에도 있었기 때문에 200살이 넘은 나이로 추정된다고 한다.
코리건 현수교에서 아래 계곡을 내려다보면 거대한 고사리들이 우산을 펼친 듯 가득 메우고 있다. 우리나라 땅에서는 고사리가 풀처럼 자라는데, 이 곳에는 야자수처럼 쭉쭉 뻗는 ‘나무 고사리(Tree Fern)’다. 공룡들이 걸어다녔던 중생대의 풍경이 그대로 살아 있는 숲이다.
현수교를 건너 계곡 밑으로 내려가면 고대 곤드와나 대륙에 번성했다는 너도밤나무가 거대한 구렁이처럼 꿈틀거리는 뿌리를 드러내고 있다. 곤드와나 대륙은 약 3억 년 전인 고생대 후기부터 1억 년 전인 중생대 중반까지 남반구에 존재했을 것으로 추측하는 초대륙이다. 약 2000만년 전에 호주 남동부 전역에 번성했던 광활한 너도밤나무 숲의 후손이 국립공원에 일부 남아 있는 것이다. 숲 속 바닥에는 이끼와 버섯이 자라고 있다.
트레킹을 하고 나오는 길에 호주의 토종새인 ‘금조(Superb Lyrebird)’를 만났다. 미니 공작새처럼 날개를 펼치면 아름다운 새다. 호주 10센트 동전 뒷면에 새겨진 금조는 다양한 성대모사를 하는 새로 유명하다. 수컷이 암컷을 구애할 때 다양한 새소리를 따라하기도 하고, 도시에 사는 금조는 전기 드릴, 망치질, 카메라 셔터 소리, 아기 울음 소리까지 정확하게 따라해 유명해진 새다.
깁스랜드에는 윌슨스 곶 주변에 커다란 호수가 발달해 있다. 깁스랜드 호수에 있는 레이몬드섬에선 호주의 대표적인 유대류 동물인 야생 코알라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길이가 약 6km, 너비가 2km의 작은 섬. 해안에서 불과 200m 떨어져 있어 페인즈빌 마을에서 페리를 타면 5분이면 섬에 도착한다.
레이몬드 섬에는 1953년에 코알라 몇 마리를 들여왔는데, 그 이후에 코알라가 번식해 퍼졌다고 한다. 이 섬에는 다리를 놓지 않고 1889년부터 페리를 운항해왔기 때문에 섬은 빠른 개발로부터 보호될 수 있었다. 코알라가 유칼립투스 나무 한 그루마다 한 마리씩 평화롭게 살고 있는 그야말로 ‘코알라 천국’을 이루고 있다.
아트로드/호주 깁슬랜드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레이몬드 섬에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코알라 트레일’을 즐길 수 있다. 유칼립투스 나무 밑을 지날 때는 고개를 들어 나무 위를 쳐다봐야 한다. 나무 위에 커다란 인형같은 코알라가 한 마리씩 앉아 있다. 코알라는 잠을 자거나, 유칼립투스 잎을 먹고 있고, 운이 좋으면 손을 뻗어 가지를 붙잡고 느릿느릿 움직이거나, 요가를 하고 있는 코알라를 만날 수도 있다. 이 섬에는 캥거루와 바늘두더지, 새 등 다른 야생동물도 많다. 캥거루들이 개인주택의 울타리까지 넘어서 집 안마당까지 들어와 놀고 있는 모습이 놀라웠다.
레이몬드 섬에서 나와 페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노을이 지고 있다. 황금빛으로 물든 호수에는 검은색 새들이 많이 떠 있다. 모양은 영락없는 백조인데, 색깔이 검다. 말로만 듣던 블랙스완(Black Swan), 흑조다. 차이콥스키 발레 ‘백조의 호수’ 3막에서는 백조 오데트로 변장한 흑조 ‘오딜’이 지그프리트 왕자를 유혹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블랙 스완’에서 내털리 포트먼이 완벽하게 연기하고 싶어했던 1인 2역 변신 장면이다.
경제 용어로 ‘블랙 스완’은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흑조는 호주에만 살고 있는 특산종인데, 유럽인들이 호주에 와서 검은 백조를 처음 봤을 때 얼마나 놀랐을지 이해가 가는 용어다.
●미텅 온천의 포썸
호주 빅토리아주 깁슬랜드 호수 지역에는 지하 500미터에서 솟아나는 미네랄이 풍부한 온천도 있다. ‘미텅 온천(Metung Hot Spring)’에서 하이라이트는 광활한 깁스랜드 호수가 분홍빛으로 물들어가는 노을지는 풍경을 내려다보면서 노천에 있는 참나무로 만든 와인숙성용 오크통 안에 들어가 온천을 즐기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온천을 커다란 탕 속에서 여럿이 함께 하는 경우가 많은데, 호주인들은 각자의 오크통 안에서 하는 것을 즐긴다. 오크통 안에는 섭씨 38~40도 가량의 온천수가 솟아나는데, 통 안으로 몸을 집어 넣으면 부피만큼 물이 넘쳐난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통 안에서 ‘유레카’하면서 부피의 원리를 깨달았던 순간을 재현하는 체험이다. 개인용 오크통 온천 뿐 아니라 옆에는 여러명이 함께 들어갈 수 있는 노천탕도 있다.
호주 빅토리아주에는 1997년 모닝턴 반도에 개장한 페닌슐라 온천도 있다. 1990년대 초반 찰스와 리처드 데이비슨 형제가 일본에 머물면서 수십개의 온천을 경험하고 난 뒤 ‘왜 호주에도 온천이 있는데, 이런 시설을 갖춘 관광지가 없을까?’하며 최신 시설을 갖춘 노천온천을 개발했다.
페닌슐라 온천그룹이 깁스랜드에도 새롭게 미텅온천을 개발해 호주인들도 한해 온천 관광객이 5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온천을 즐기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고 한다.
미텅온천에는 호숫가에 럭셔리한 시설을 갖춘 글램핑 숙소가 있는데, 천막 한켠 테라스에는 노천에 있는 것과 똑같은 개인용 오크통 온천시설이 있어 숙소에서 프라이빗 온천을 즐길 수도 있다.
미텅온천에서 숙소로 가는 길에 또다른 유대류 동물인 주머니 여우 ‘포썸(Possum)’을 만났다. 긴꼬리를 흔들며 후다닥 소리를 내며 빠르게 움직이는 동물로 고양이와 미어캣를 합쳐놓은 생김새다. 얼굴은 쥐처럼 생겼고, 맑은 눈동자와 분홍색 코가 정말 귀여운 동물.
그런데 크기는 고양이 정도로 크다. 한참 사람들을 호기심어린 눈초리로 바라보더니, 살짝 다가서자 꼬리를 흔들며 빠르게 사라졌다.
●와인과 미식 여행
깁슬랜드 미첼강 계곡 위에 자리잡고 있는 라이트풋(Lightfoot) 와이너리는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드넓은 포도밭 풍경이 압권이다. 풍부한 붉은 토양을 가진 고대 석회암 능선에는 머틀 포인트 포도밭이 펼쳐져 있다. 와이너리 안에서는 피노 누아, 시라즈, 샤르도네 등 다양한 품종의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주변 농장에서 생산되는 치즈, 올리브와 함께 와인을 마신다.
호주 와인은 1800년대 중후반 유럽에서 온 개척자들이 포도나무를 심으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호주 건국(1901년) 이전부터 생산된 셈이다. 호주 와인을 대표하는 품종은 ‘시라즈’다. 호주에서 자라는 포도나무 세 그루 중 한 그루가 시라즈 품종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론 북부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품종인 시라(Syrah)가 호주로 건너가 ‘시라즈(Shiraz)’라고 불리게 됐다. 같은 품종이지만 땅에 따라 확연히 다른 맛을 낸다. 프랑스 론 북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시라가 주로 붉은 베리, 후추 등 드라이하고 강인한 맛이라면, 호주의 시라즈는 말린 베리, 초콜릿, 흙 향이 뒤섞인 부드럽고 농밀한 맛이 특징이다.
그러나 호주 와인에 시라즈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으로 유명한 피노 누아(Pinot Noir)도 많이 재배한다. 빅토리아주 모닝턴페닌슐라, 야라밸리, 깁스랜드 등에서는 좀더 화려한 풍미의 과일향이 나는 피노 누아가 생산된다.
깁스랜드의 윌슨스 곶의 뷰를 감상할 수 있는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거니스 사이다(Gurney‘s Cider)’는 영국 정통 제조방식의 사과주(Cider)를 생산하는 양조장이다. 사이다는 사과쥬를 발효해서 만드는 술. 거니스 사이다 농장에는 프랑스, 영국, 미국, 아일랜드에서 가져온 5000여 그루의 사과주용 사과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 양조장에는 ‘세상에서 가장 넓은 사이다 셀러(저장고)’라고 주장(?)하는 사과주 저장고가 있다. 지하 저장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크통에서 숙성 중인 사과주들이 보인다. 이곳에서 알콜도수 16도 짜리 사이다, 사과주를 증류한 41도짜리 브랜디를 시음할 수 있다. 양조장 아래쪽에는 폐선로를 개조해 만든 자전거길인 ‘그레이트 서던 레일 트레일(Great Southern Rail Trail)‘이 지나가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기도 한다.
호주 빅토리아주 그레이트 오션로드로 가는 헬기에서 찍은 둥그런 무지개.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호주 빅토리아주 그레이트 오션로드로 가는 헬리콥터 안에서 비가 갠 후 둥그런 원형 모양의 무지개를 만났다. 지상에서 보면 무지개는 반원으로 보이지만, 하늘에서 보면 무지개가 원형으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그레이트 오션로드의 한 가운데에 있는 아폴로베이에는 ’야생동물 보호구역 투어‘(Wildlife Wonders)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이 곳에서 타조를 닮은 야생 조류인 ‘에뮤(Emu)’를 만났다.
에뮤는 호주의 국조(國鳥)로, 전세계에서 호주에서만 살고 있는 대형 주조류(走鳥類)다. 몸 길이 1.8m, 몸무게 35~54kg 정도 나가는 큰 새다.
이 곳에서 파는 스폿티드 에일(Spotted Ale) 맥주병의 라벨에는 점이 박혀 있는 귀여운 야생동물이 그려져 있다. ‘주머니 고양이’로 불리는 Tiger Quoll(타이거 퀄)이다.
옆에는 ‘이 맥주를 마시면 수익금 100%를 멸종 위기에 처한 타이거 퀄 보호를 위해 쓰인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세상에 호주 밖에 없는 신기한 유대류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작은 노력을 하고자 시원한 맥주를 한잔 마셨다.
깁슬랜드(호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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