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멀리… 몸은 낮게 보라, DMZ 식물 세상[김선미의 시크릿가든]
글·사진 양구=김선미 기자
입력 2024-06-01 01:40
북방계 식물 전시원에서 만날 수 있는 북한 식물 백두산떡쑥.인근 DMZ펀치볼둘레길, 대암산 용늪, 두타연에도 야생의 위로가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좀체 볼 수 없는 우리 식물을 참 많이 만났다. 시야를 넓혀서 걷다가 몸을 낮추고 겸손하게 들여다봐야 가능한 만남이었다. 허둥지둥 앞만 보고 가서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나태주 시인은 시 ‘풀꽃’에서 읊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북한-북방계 식물을 만나다
달콤한 꽃향기를 풍기는 댕강나무들.
북방계 식물 갯활량나물.
강원 양구 국립DMZ자생식물원에서 볼 수 있는 북한 식물 오랑캐장구채.
구슬댕강나무 뒤로 멀리 양구 펀치볼이 내려다보인다.
산림청 지정 멸종위기 희귀식물 부채붓꽃.●DMZ 비밀의 숲에서 보낸 찬란한 하루
국립DMZ자생식물원 뒤편 DMZ펀치볼둘레길이야말로 비밀의 숲이었다. 금강초롱꽃, 함박꽃나무, 관중, 금강제비꽃, 도깨비부채, 쪽동백나무, 감자난초 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둘레길이 전국 어디에 또 있을까. 다만 기억할 것! 시야는 넓게, 몸은 낮춰야 작고 담백한 우리 식물이 보인다는 것을.
DMZ펀치볼둘레길 ‘부부 소나무’ 너머로 펀치볼을 조망할 수 있다.오유밭길에서는 쪽동백나무가 숲길에 깔아준 ‘하얀 별 카펫’을 밟았다. 쪽동백나무가 떨군 하얀 꽃은 다른 행성에서 지구로 불시착한 별일지도 모른다. 고광나무도 한창 순백의 꽃 잔치를 벌이고 있다. 싱아도 만났다. 박완서 작가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던 그 싱아는 싱그러운 풀이었다.
잊지 못할 순간은 주먹 크기의 꽃을 주렁주렁 매단 함박꽃나무를 만났을 때였다. 말간 얼굴의 꽃이 나를 향해 함박웃음을 지어주는 것 같아 괜히 눈물이 났다. 나 힘들다고 애써 설명하지 않았는데 알아봐 주고 환하게 지어주는 그 함박웃음 . 누군가에게, 때로는 스스로에게 저 따스한 웃음을 전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전쟁의 상처를 다독여주는 국립DMZ자생식물원 ‘워(War) 가든’ 철조망 앞에 피어 있는 꽃도 함박꽃이었다.
DMZ펀치볼둘레길을 걸어 본 다음 국내 람사르 습지 1호인 대암산 용늪으로 향했다. 해발 1280m로 오르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굽이굽이 비포장 임도(林道)를 30분 정도 운전해야 다다를 수 있다. ‘반만년 생태계의 신비, 대암산 용늪’이라고 적힌 표지판에는 네 개의 관련 부처 설명이 달려 있다. 산림청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환경부는 람사르 습지, 국가유산청은 천연보호구역, 국방부는 통제보호구역으로 관리하는 곳. 용늪은 철쭉이 이제야 한창이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한 달여를 거슬러 올라간 또 다른 세계였다. 용늪에 와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DMZ는 우리가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소중한 생태 공간이었다.
1000년 전 있었다는 사찰 두타사에서 유래한 두타연. 물줄기가 모여 한반도 같은 모양을 만든다.글·사진 양구=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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