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한 가운데 ‘선상횟집’…다도해의 진주 홍도 여행의 모든 것
동아일보
입력 2024-05-07 11:33 수정 2024-05-07 14:08
홍도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낭만의 바다 여행이다. 오가는 뱃길뿐만 아니라 섬에 도착한 뒤에도 바다는 내내 시야에서 사라지질 않는다. 더욱이 홍도의 자연 풍광은 눈길 닿는 곳마다 절경이다. 먼 바다에 가랑잎처럼 더 있는 홍도를 언급할 때마다 ‘다도해의 진주’, 또는 ‘서남해의 해금강’이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홍도를 한번이라도 둘러본 사람은 이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신안군 흑산면 홍도까지의 거리는 115km나 된다. 목포항을 출발한 쾌속선은 2시간 40분 동안 도초․비금도와 흑산도를 거쳐 검푸른 바다를 내달려야 홍도항에 도착한다. 오가는 뱃길이 만만치 않지만 주말, 휴일과 피서철이 되면 홍도 관문인 홍도1구 선착장은 여객선이나 유람선을 타고 내리는 관광객들로 장바닥처럼 붐비기 일쑤이다. 많은 인파에 부대끼고 배 멀미에 시달린 관광객도 일단 홍도항에만 도착하면 거짓말처럼 기분이 상쾌해진다.
대한민국 최고의 해상일주코스, 홍도 유람선
파도가 잔잔하고 시야도 깨끗한 날에 홍도를 찾았다면, 무조건 유람선 투어부터 시작해야 된다. 유람선에 몸을 싣고 홍도 바다를 한 바퀴 도는 해상일주야말로 홍도여행의 하이라이트이다. 홍도 여행의 8할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언컨대, 우리나라 최고의 해상일주코스로 꼽을 만하다.
본섬과 탑섬, 고예리도, 띠섬, 높은섬 등 20여 개의 무인도와 바위섬으로 이루어진 홍도는 전체면적 6.87㎢(207만8천여 평), 해안선의 길이 20.8㎞의 작은 섬이다. 그런데도 세상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절경이 즐비해서 한때는 '홍도33경'이라는 이름도 붙여졌다. 요즈음 홍도33경 대신에 '홍도10경'을 꼽기도 한다.
관광객을 가득 실은 유람선이 홍도항을 벗어나자마자 도승바위, 남문바위, 병풍바위, 실금리굴, 원숭이바위, 주전자바위 등의 기암절경이 잇달아 나타난다. 고개 들어 올려다보지 않고 눈높이로 편안히 바라볼 수 있는 실금리굴, 석화굴, 홍어굴 등의 해식동굴도 간간이 나타난다. 이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들에 눈길과 마음을 온통 빼앗기다보면 2시간 남짓한 유람선 투어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홍도 해상일주 프로그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선상횟집이다. 파도도 없고 바람조차 잔잔한 동쪽의 슬픈여 근처 해상에 유람선이 도착한 순간, 갑자기 나타난 어선 한척이 순식간에 선상횟집으로 변신했다. 이 횟집의 위치는 바다날씨에 따라 달라진다. 언젠가는 주전자바위 근처에 펼쳐지기도 했다.
천연보호구역 홍도의 진가를 보여주는 깃대봉 에코트레일
홍도는 섬 전체가 1981년에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편입됐다. 2009년에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으로도 지정됐고, 이미1965년에는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70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면적 661만6,357㎥에 이르는 홍도천연보호구역에는 231종의 동물(12종의 미기록종 포함)과 545종의 식물이 서식한다.
홍도는 나도풍란, 풍란, 석곡, 새우난초, 무엽란, 홍도원추리, 홍도까치수염, 영주치자, 백량금, 섬모시풀, 흰동백 등의 희귀식물, 특산식물의 서식지이다. 그중에서도 꽃향기 그윽한 나도풍란은 제주도의 일부 지역과 이 섬에만 자생하는 희귀종이다. 이름 앞에 '홍도'가 붙은 홍도원추리, 홍도까치수염은 오직 이 섬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홍도에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에 가까운 원시림이 일부 남아있다. 홍도의 두 마을(1구, 2구) 주민들이 대대손손 지극정성으로 보존해온 당산숲에는 모밀잣밤나무,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참식나무, 동백나무 등 상록활엽수가 원시림처럼 울창하다. 이처럼 많은 희귀동식물을 품은 홍도에서는 풀 한포기, 돌멩이하나도 절대로 섬 밖으로는 갖고 나갈 수 없다.
홍도에는 총 231종의 곤충류, 조류, 파충류 등 동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곤충류의 일종인 남색남방공작나비는 제주도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종이다. 홍도는 철새나 나그네새들의 이동 경로상에 위치해 있어서 사시사철 내내 다양한 종의 새들이 발견된다. 홍도의 깨끗한 바다에는 해조류 24종, 무척추동물류 117종, 어류 233종 등도 분포한다. 이처럼 많은 생물들이 어우러져서 살아가는 홍도 바다는 천연의 해양수족관처럼 아름답다.
홍도는 우리나라 서남해지역의 섬들을 대표할 만큼 자연생태가 잘 보존돼 있어서 오랫동안 사람들의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됐던 구역도 많았다. 섬의 최고봉인 깃대봉(365m)에도 올라갈 수 없었고, 홍도1구와 2구 사이를 이어주던 산길도 한동안 끊겨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홍도1구마을에서 깃대봉 정상을 거쳐 홍도2구마을과 홍도등대까지도 누구나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깃대봉 에코트레일'로 이름 붙여진 이 탐방로를 한번 걸어보기만 해도 홍도의 자연이 얼마나 아름답고 잘 보존돼 있는지를 오감으로 느껴볼 수 있다.
제3전망대를 지나면 곧바로 '연인의 길'이 시작된다. 이 구간의 길가에는 뿌리가 다른 2그루의 구실잣밤나무가 중간쯤에서 하나로 이어진 연리지가 있다. 연인들이 이 길을 함께 걸으면 부부의 연을 맺게 되고, 부부가 걸으면 금슬이 더 좋아진다는 속설이 있다.
깃대봉 등산로에서는 둥글고 길죽한 돌 2개가 눈에 띈다. 단순한 돌이 아니라 돌미륵이다. '청어미륵'(靑魚彌勒, 또는 '죽항미륵'竹項彌勒)이라 불리는 이 미륵불은 일반적인 미륵불처럼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각각 남미륵, 여미륵이라 부른다.
청어미륵 중 남미륵은 20년 전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바람에 높이 64cm의 자연석을 그 자리에 세워 놓았던 적이 있었다. 다행히 2013년에 신안군이 탐방로 정비작업을 하던 중에 인부들이 남미륵을 발견해 제자리에 복원해 놨다고 한다.
홍도의 숲속에는 지금도 숯가마터 18곳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인 1925~1935년 사이에 '정숙이'라는 주민이 숯을 굽던 곳이어서 '정숙이숯굴'이라고도 불린다. 홍도 사람들은 숯을 팔아 곡식과 소금을 사기도 했고, 빗물을 받아놓은 항아리나 쌀독 등에 넣어 세균과 나쁜 기운을 없애는데 사용했다.
홍도1구마을을 출발해 에코트레일에 들어선지 약 1시간 10분만에 깃대봉 정상(해발 365m)에 도착했다. 빠르면 40~50분만에 도착할 만한 거리지만, 이것저것 사진도 찍고 전망대에서 쉬기도 하면서 느긋하게 올랐다. 한국 100대 명산 중 하나로도 꼽히는 깃대봉 정상에서는 가까운 흑산도는 물론이고, 시야가 좋으면 점점이 떠 있는 상·중·하태도와 '중국의 닭울음소리가 들리는 섬' 가거도까지도 아스라이 보인다.
깃대봉 정상에서 홍도2구마을까지도 1.7km 길이의 산길이 이어진다. 홍도1구에서 올라오는 코스보다는 상대적으로 순한 편이다. 10년 전쯤 그 길을 통해 홍도2구에서 깃대봉을 거쳐 홍도1구마을까지 걸었던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일정이 촉박해서 홍도2구마을까지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홍도1구를 출발해서 깃대봉을 들른 뒤 홍도2구나 홍도등대까지 갔다가 다시 깃대봉을 거쳐 1구 마을로 되돌아오는 사람도 종종 있다.
내연발전소 방면으로 하산하는 길은 종종 원시림을 통과한다. 깃대봉 정상에서 내연발전소까지의 거리는 2.3km이고, 내연발전소에서 홍도1구 마을까지의 데크 탐방로는 600m쯤 된다. 이 탐방로가 너무 아름답고 인상적이어서 다음날 아침에 또 한번 걸었다. 이 데크로드에서는 홍도1구 마을의 전경이 조감도처럼 훤히 보이기도 한다.
홍도1구 일출전망대
막 홍도항을 벗어난 유람선에서 홍도항 뒤편의 가파른 비탈에 놓인 데크로드와 전망대를 우연히 발견했다. 홍도여객선터미널에서 650m 거리의 산중턱에 자리 잡은 일출전망대였다. "내일 새벽에 저기 올라가서 해뜨는 광경을 지켜봐야지"라고 다짐하며 스마트폰 알람을 5시에 맞춰놓았다.
새벽 5시에 맞춰 놓은 알람보다 먼저 잠을 깼다. 밖은 어둑했지만 숙소(천사모텔)를 출발해 여객선터미널 앞을 지나고 홍도관리사무소에 도착할 때까지는 가로등이 환해서 랜턴이 필요하진 않았다. 홍도관리사무소를 지나면서부터는 칠흑 같은 어둠 속의 숲길과 데크로드가 이어졌다. 비상용 헤드랜턴을 챙겨온 덕택에 어렵지 않게 일출전망대에 올라섰다. 숙소에서 전망대까지 약 20분이 소요됐다.
일출시각이 가까워지자 차츰 동쪽 하늘이 차츰 붉어지더니 어느덧 떠오른 해가 맞은편 암봉에 가려 버렸다. 바다 건너에는 검고 길게 뻗은 흑산도가 또렷이 보였다. 급히 드론을 꺼내 제한고도(150m)까지 올렸다. 흑산도 북쪽에 위치한 대둔도 위로 붉은 태양이 힘차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머나먼 다도해의 작은 섬, 홍도의 인적 끊긴 전망대에서 동쪽 하늘을 불사를 듯한 해돋이를 바라본다. 짜릿한 전율과 황홀한 감동이 온몸으로 느껴질 만큼 감동적인 해돋이다. 그곳을 떠나온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그 날 아침에 일출전망대에서 지켜본 해돋이를 떠올릴 때마다 그 순간의 진한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든다.
여행정보
◆ 교통
▶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 ↔ 홍도 여객선/ 1일 2회 왕복운항(목포발 07:50, 12:30/ 홍도발10:30, 15:10). 운항 소요시간(편도)은 2시간 40분
※ 여객선은 요일, 홀짝수일, 바다날씨 등의 다양한 변수에 의해 운항시간과 운항여부가 갑자기 변동될 수 있으므로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과 선사(남해고속, 동양훼리)에다 미리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 홍도유람선/ 홍도항여객선터미널에서 1일 2회(07:30, 12:30) 출항해서 두고 약 2시간동안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온다. 유람선 투어 요금은 대인 28,000원 소아 14,000원이다. ※ 문의 및 예약/ 홍도유람선협업
◆ 숙박
홍도1구에는 모텔급 숙박업소가 많지만, 관광객이 몰리는 준성수기의 주말이나 여름철 성수기(휴가철)에는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천사모텔, 섬사랑모텔, 엘도라도모텔, 남문펠리스호텔 등은 바다 전망이 좋다.
◆ 맛집
홍도1구 마을의 숙박업소들은 대체로 식당을 겸하고 있어서 숙식을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다. 손맛 좋은 남도인데다 해산물이 풍부한 섬답게, 어느 식당을 선택해도 음식 맛은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 공공기관
· 신안군 홍도관리사무소
·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홍도탐방지원센터
· 홍도보건진료소
· 홍도우체국
· 목포해양경찰서 흑산파출소 홍도출장소
글·사진/ 양영훈(여행작가, 여행사진가) travelmaker@naver.com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신안군 흑산면 홍도까지의 거리는 115km나 된다. 목포항을 출발한 쾌속선은 2시간 40분 동안 도초․비금도와 흑산도를 거쳐 검푸른 바다를 내달려야 홍도항에 도착한다. 오가는 뱃길이 만만치 않지만 주말, 휴일과 피서철이 되면 홍도 관문인 홍도1구 선착장은 여객선이나 유람선을 타고 내리는 관광객들로 장바닥처럼 붐비기 일쑤이다. 많은 인파에 부대끼고 배 멀미에 시달린 관광객도 일단 홍도항에만 도착하면 거짓말처럼 기분이 상쾌해진다.
대한민국 최고의 해상일주코스, 홍도 유람선
파도가 잔잔하고 시야도 깨끗한 날에 홍도를 찾았다면, 무조건 유람선 투어부터 시작해야 된다. 유람선에 몸을 싣고 홍도 바다를 한 바퀴 도는 해상일주야말로 홍도여행의 하이라이트이다. 홍도 여행의 8할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언컨대, 우리나라 최고의 해상일주코스로 꼽을 만하다.
본섬과 탑섬, 고예리도, 띠섬, 높은섬 등 20여 개의 무인도와 바위섬으로 이루어진 홍도는 전체면적 6.87㎢(207만8천여 평), 해안선의 길이 20.8㎞의 작은 섬이다. 그런데도 세상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절경이 즐비해서 한때는 '홍도33경'이라는 이름도 붙여졌다. 요즈음 홍도33경 대신에 '홍도10경'을 꼽기도 한다.
관광객을 가득 실은 유람선이 홍도항을 벗어나자마자 도승바위, 남문바위, 병풍바위, 실금리굴, 원숭이바위, 주전자바위 등의 기암절경이 잇달아 나타난다. 고개 들어 올려다보지 않고 눈높이로 편안히 바라볼 수 있는 실금리굴, 석화굴, 홍어굴 등의 해식동굴도 간간이 나타난다. 이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들에 눈길과 마음을 온통 빼앗기다보면 2시간 남짓한 유람선 투어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홍도 해상일주 프로그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선상횟집이다. 파도도 없고 바람조차 잔잔한 동쪽의 슬픈여 근처 해상에 유람선이 도착한 순간, 갑자기 나타난 어선 한척이 순식간에 선상횟집으로 변신했다. 이 횟집의 위치는 바다날씨에 따라 달라진다. 언젠가는 주전자바위 근처에 펼쳐지기도 했다.
천연보호구역 홍도의 진가를 보여주는 깃대봉 에코트레일
홍도는 섬 전체가 1981년에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편입됐다. 2009년에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으로도 지정됐고, 이미1965년에는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70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면적 661만6,357㎥에 이르는 홍도천연보호구역에는 231종의 동물(12종의 미기록종 포함)과 545종의 식물이 서식한다.
홍도는 나도풍란, 풍란, 석곡, 새우난초, 무엽란, 홍도원추리, 홍도까치수염, 영주치자, 백량금, 섬모시풀, 흰동백 등의 희귀식물, 특산식물의 서식지이다. 그중에서도 꽃향기 그윽한 나도풍란은 제주도의 일부 지역과 이 섬에만 자생하는 희귀종이다. 이름 앞에 '홍도'가 붙은 홍도원추리, 홍도까치수염은 오직 이 섬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홍도에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에 가까운 원시림이 일부 남아있다. 홍도의 두 마을(1구, 2구) 주민들이 대대손손 지극정성으로 보존해온 당산숲에는 모밀잣밤나무,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참식나무, 동백나무 등 상록활엽수가 원시림처럼 울창하다. 이처럼 많은 희귀동식물을 품은 홍도에서는 풀 한포기, 돌멩이하나도 절대로 섬 밖으로는 갖고 나갈 수 없다.
홍도에는 총 231종의 곤충류, 조류, 파충류 등 동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곤충류의 일종인 남색남방공작나비는 제주도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종이다. 홍도는 철새나 나그네새들의 이동 경로상에 위치해 있어서 사시사철 내내 다양한 종의 새들이 발견된다. 홍도의 깨끗한 바다에는 해조류 24종, 무척추동물류 117종, 어류 233종 등도 분포한다. 이처럼 많은 생물들이 어우러져서 살아가는 홍도 바다는 천연의 해양수족관처럼 아름답다.
홍도는 우리나라 서남해지역의 섬들을 대표할 만큼 자연생태가 잘 보존돼 있어서 오랫동안 사람들의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됐던 구역도 많았다. 섬의 최고봉인 깃대봉(365m)에도 올라갈 수 없었고, 홍도1구와 2구 사이를 이어주던 산길도 한동안 끊겨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홍도1구마을에서 깃대봉 정상을 거쳐 홍도2구마을과 홍도등대까지도 누구나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깃대봉 에코트레일'로 이름 붙여진 이 탐방로를 한번 걸어보기만 해도 홍도의 자연이 얼마나 아름답고 잘 보존돼 있는지를 오감으로 느껴볼 수 있다.
제3전망대를 지나면 곧바로 '연인의 길'이 시작된다. 이 구간의 길가에는 뿌리가 다른 2그루의 구실잣밤나무가 중간쯤에서 하나로 이어진 연리지가 있다. 연인들이 이 길을 함께 걸으면 부부의 연을 맺게 되고, 부부가 걸으면 금슬이 더 좋아진다는 속설이 있다.
깃대봉 등산로에서는 둥글고 길죽한 돌 2개가 눈에 띈다. 단순한 돌이 아니라 돌미륵이다. '청어미륵'(靑魚彌勒, 또는 '죽항미륵'竹項彌勒)이라 불리는 이 미륵불은 일반적인 미륵불처럼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각각 남미륵, 여미륵이라 부른다.
청어미륵 중 남미륵은 20년 전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바람에 높이 64cm의 자연석을 그 자리에 세워 놓았던 적이 있었다. 다행히 2013년에 신안군이 탐방로 정비작업을 하던 중에 인부들이 남미륵을 발견해 제자리에 복원해 놨다고 한다.
홍도의 숲속에는 지금도 숯가마터 18곳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인 1925~1935년 사이에 '정숙이'라는 주민이 숯을 굽던 곳이어서 '정숙이숯굴'이라고도 불린다. 홍도 사람들은 숯을 팔아 곡식과 소금을 사기도 했고, 빗물을 받아놓은 항아리나 쌀독 등에 넣어 세균과 나쁜 기운을 없애는데 사용했다.
홍도1구마을을 출발해 에코트레일에 들어선지 약 1시간 10분만에 깃대봉 정상(해발 365m)에 도착했다. 빠르면 40~50분만에 도착할 만한 거리지만, 이것저것 사진도 찍고 전망대에서 쉬기도 하면서 느긋하게 올랐다. 한국 100대 명산 중 하나로도 꼽히는 깃대봉 정상에서는 가까운 흑산도는 물론이고, 시야가 좋으면 점점이 떠 있는 상·중·하태도와 '중국의 닭울음소리가 들리는 섬' 가거도까지도 아스라이 보인다.
깃대봉 정상에서 홍도2구마을까지도 1.7km 길이의 산길이 이어진다. 홍도1구에서 올라오는 코스보다는 상대적으로 순한 편이다. 10년 전쯤 그 길을 통해 홍도2구에서 깃대봉을 거쳐 홍도1구마을까지 걸었던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일정이 촉박해서 홍도2구마을까지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홍도1구를 출발해서 깃대봉을 들른 뒤 홍도2구나 홍도등대까지 갔다가 다시 깃대봉을 거쳐 1구 마을로 되돌아오는 사람도 종종 있다.
내연발전소 방면으로 하산하는 길은 종종 원시림을 통과한다. 깃대봉 정상에서 내연발전소까지의 거리는 2.3km이고, 내연발전소에서 홍도1구 마을까지의 데크 탐방로는 600m쯤 된다. 이 탐방로가 너무 아름답고 인상적이어서 다음날 아침에 또 한번 걸었다. 이 데크로드에서는 홍도1구 마을의 전경이 조감도처럼 훤히 보이기도 한다.
홍도1구 일출전망대
막 홍도항을 벗어난 유람선에서 홍도항 뒤편의 가파른 비탈에 놓인 데크로드와 전망대를 우연히 발견했다. 홍도여객선터미널에서 650m 거리의 산중턱에 자리 잡은 일출전망대였다. "내일 새벽에 저기 올라가서 해뜨는 광경을 지켜봐야지"라고 다짐하며 스마트폰 알람을 5시에 맞춰놓았다.
새벽 5시에 맞춰 놓은 알람보다 먼저 잠을 깼다. 밖은 어둑했지만 숙소(천사모텔)를 출발해 여객선터미널 앞을 지나고 홍도관리사무소에 도착할 때까지는 가로등이 환해서 랜턴이 필요하진 않았다. 홍도관리사무소를 지나면서부터는 칠흑 같은 어둠 속의 숲길과 데크로드가 이어졌다. 비상용 헤드랜턴을 챙겨온 덕택에 어렵지 않게 일출전망대에 올라섰다. 숙소에서 전망대까지 약 20분이 소요됐다.
일출시각이 가까워지자 차츰 동쪽 하늘이 차츰 붉어지더니 어느덧 떠오른 해가 맞은편 암봉에 가려 버렸다. 바다 건너에는 검고 길게 뻗은 흑산도가 또렷이 보였다. 급히 드론을 꺼내 제한고도(150m)까지 올렸다. 흑산도 북쪽에 위치한 대둔도 위로 붉은 태양이 힘차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머나먼 다도해의 작은 섬, 홍도의 인적 끊긴 전망대에서 동쪽 하늘을 불사를 듯한 해돋이를 바라본다. 짜릿한 전율과 황홀한 감동이 온몸으로 느껴질 만큼 감동적인 해돋이다. 그곳을 떠나온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그 날 아침에 일출전망대에서 지켜본 해돋이를 떠올릴 때마다 그 순간의 진한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든다.
여행정보
◆ 교통
▶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 ↔ 홍도 여객선/ 1일 2회 왕복운항(목포발 07:50, 12:30/ 홍도발10:30, 15:10). 운항 소요시간(편도)은 2시간 40분
※ 여객선은 요일, 홀짝수일, 바다날씨 등의 다양한 변수에 의해 운항시간과 운항여부가 갑자기 변동될 수 있으므로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과 선사(남해고속, 동양훼리)에다 미리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 홍도유람선/ 홍도항여객선터미널에서 1일 2회(07:30, 12:30) 출항해서 두고 약 2시간동안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온다. 유람선 투어 요금은 대인 28,000원 소아 14,000원이다. ※ 문의 및 예약/ 홍도유람선협업
◆ 숙박
홍도1구에는 모텔급 숙박업소가 많지만, 관광객이 몰리는 준성수기의 주말이나 여름철 성수기(휴가철)에는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천사모텔, 섬사랑모텔, 엘도라도모텔, 남문펠리스호텔 등은 바다 전망이 좋다.
◆ 맛집
홍도1구 마을의 숙박업소들은 대체로 식당을 겸하고 있어서 숙식을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다. 손맛 좋은 남도인데다 해산물이 풍부한 섬답게, 어느 식당을 선택해도 음식 맛은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 공공기관
· 신안군 홍도관리사무소
·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홍도탐방지원센터
· 홍도보건진료소
· 홍도우체국
· 목포해양경찰서 흑산파출소 홍도출장소
글·사진/ 양영훈(여행작가, 여행사진가) travelmak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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