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 떠난 쿠바에 빠진 한국여인… “햇살이 덤빌때면 살아있는걸 느껴요”

사지원 기자

입력 2024-04-03 03:00 수정 2024-04-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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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주씨 ‘쿠바에서는…’ 책 출간
현지인과 결혼후 미술해설사로
여유-유머 많은 그들의 삶 소개



“매일 아침 창문을 열면 청명한 햇빛이 와락 덤벼들어요. 그때마다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신간 ‘쿠바에서는 사랑을 구걸하지 않는다’(마음의숲)의 저자 장희주 씨(51·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하던 2010년 겨울 배낭여행을 계기로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이후 쿠바 남성과 결혼해 2017년부터 수도 아바나에서 살며 여행가이드와 국립미술관 해설사로 일하고 있다.

신간은 여행자가 아닌 생활인으로서 본 쿠바의 문화, 경제 상황 등이 속속들이 담긴 에세이다. 쿠바는 2월 14일 한국과 공식 수교를 맺으면서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다.

신간 제목이기도 한 ‘쿠바에서는 사랑을 구걸하지 않는다’는 쿠바 가정법원 담벼락에 쓰인 문구다. 사랑에 있어 윤리와 도덕의 잣대를 엄격히 들이대기보다 당장의 열정을 중시하는 쿠바의 일면을 보여준단다. 그는 “최근 한국의 이혼율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쿠바에서는 애초에 결혼을 많이 하지 않기 때문에 이혼 자체가 별로 없다”며 “쿠바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도 남녀로 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화에 대해 쿠바인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한다고. “우리 혈관의 피가 태양에 끓기 때문이죠.”

쿠바에서 살아가는 것은 잠깐 방문하는 배낭 여행과는 달랐다. 특히 미국 트럼프 정부가 강력한 쿠바 봉쇄 정책을 펼치면서 물자를 구하기 어려워졌다. 생활용품이 귀하기에 오래된 물건도 형태를 바꿔 고쳐 쓰는 ‘인벤타(Inventa·뭐든 창의적으로 만들어내는 것)’를 발휘해야 했다.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문화도 낯설게 느껴졌다. 2022년 강타한 허리케인 이언으로 5일간 전기 없이 살기도 했다. 끝없는 불편함을 견디면서도 쿠바에 있는 이유를 묻자 “태양이 주는 이곳의 낙천적인 기질이 좋다. 여기에선 버스 옆자리 사람하고도 ‘스몰 토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 앞에 펼쳐진 바다에서 수영을 즐길 때도 쿠바 사람들의 유쾌함을 마주한다. 1층 아주머니는 “파도가 높으니 위험해”란 말 대신 “지금 바다 나가면 파도 타고 비행기표 없이 한국 간다”고 말한다. 그는 “일상에서 유머러스함이 묻어나는 쿠바의 여유가 좋다”고 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에서 자본주의 물결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정부 일자리를 통해 지급되는 쿠바 화폐(페소)만으로는 삶을 영위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최근 쿠바 정부는 개인이 해외에서 물건을 수출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쿠바는 혁명가 체 게바라의 나라 또는 미국 대문호 헤밍웨이가 좋아한 곳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이 땅에 튼튼한 발을 딛고 살아가는 쿠바 사람들의 또 다른 이야기도 많답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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