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리단길 인근 빈방이 ‘마을호텔’로 변신

명민준 기자

입력 2024-03-14 03:00 수정 2024-03-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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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첫 도심공유숙소 4곳 문 활짝
마을주민이 운영 참여하는 숙박시설… 도시재생사업으로 내국인 이용 가능
수익 일부는 마을 발전 위해 환원… “주민들과 상생하며 원도심에 활력”


11일 경북 경주시 황오동 황촌마을의 황오여관에서 주낙영 경주시장(왼쪽)과 이정진 황오여관 대표가 호텔 개업을 축하하며 직접 현판을 달고 있다. 경주시 제공


경북 경주시가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상권 붕괴로 쇠퇴 일로를 걷고 있는 원도심을 되살리기 위해 팔을 걷었다.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고안한 상생 방안으로 원도심 활성화에 의한 외지 자본에 밀려 원주민과 주변 상인들이 되레 쫓겨나는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주시는 11일 황오동 황촌마을에서 마을호텔 4곳의 문을 열었다. 이날 개업한 행복꿈자리와 블루플래닛, 황오여관, 스테이황촌 등 마을호텔 4곳은 한옥 등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숙박 시설이다. 현재 집주인이 거주하지만 자녀들이 출가하거나 여러 이유로 방치해둔 빈방 등 유휴 공간을 활용해 숙박 시설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일종의 민박집인데 도심 공유 숙소로 불린다.

그런데 현행법상 민박집은 농어촌 지역이나 한옥을 제외한 도심에서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할 수 없고 외국인만 받을 수 있다. 황촌마을의 마을호텔은 다르다. 2020년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된 황촌마을의 마을호텔에서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것이다.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에 따라 도시재생사업구역 내 마을기업이 운영하는 공유숙소는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관련 법에 따라 내외국인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도심 공유숙소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경북에서는 첫 번째로 문을 열었다고 한다.

마을호텔이 문을 연 황촌마을은 지금은 문을 닫은 옛 경주역 동편에 자리 잡고 있다. 지역 대표 관광지인 보문관광단지와는 차로 15분 이상 거리지만 전국구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는 황리단길과 쫄면 등 소문난 맛집이 즐비한 중심 상권까지는 걸어서 10분 내외 거리로 가깝다. 정수경 행복황촌 협동조합 이사장은 “호텔이나 리조트 등 유명 숙박시설에서 벗어나 구도심에 머물면서 여행하고 싶어 하는 내국인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촌마을에는 앞으로 20여 곳의 마을호텔이 문을 열 예정이다. 모두 집주인이 거주하면서 빈방이나 유휴 공간을 이용해 조성한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호텔 운영에 참여해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고 원주민과 지역 상권이 상생할 수 있는 성공 모델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인접한 황리단길은 낙후된 원도심의 부활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으나 외지 자본 등에 밀려 원주민과 기존 영세 상인이 되레 쫓겨나 버렸다. 2016년 6400여 명이었던 주민 수는 현재 3900여 명으로 줄었다.

민대식 행복황촌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은 “‘일상이 여행이 되는 마을’을 목표로 주민 공동체가 도시재생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젠트리피케이션 없이 원주민들이 쫓겨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겠다”며 “특히 마을호텔 수익의 일부는 마을의 발전을 위해 다시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낙영 경주시장도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와 경주관광 5000만 명 시대가 기대된다. 마을호텔이 지역 관광 활성화를 이끌어내고 원주민의 이탈 없이 상생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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