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 지리산-섬진강 품은 ‘화엄사 순례길’ 걸어요”
이진구 기자
입력 2024-02-20 03:00 수정 2024-02-20 07:52
화엄사 암자 7곳 잇는 6km 코스
천연기념물 ‘홍매화’ 등도 볼거리
“걷는 맛 더해 힐링까지 얻어가”
밀물처럼 올라오고 있는 남도의 봄. 꽃과 나무가 흐드러진 조용한 지리산 산길을 걸으며 겨우내 움츠린 몸과 지친 마음을 펴는 것은 어떨까. 그 길의 끝에 구도의 길도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전남 구례 화엄사(주지 덕문 스님) 칠암자 순례길은 트레킹과 순례 모두 즐길 수 있는 금상첨화 코스다. 지리산 둘레길의 미니어처 축소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칠암자 순례길은 화엄사 내 일곱 암자(지장암, 금정암, 내원암, 미타암, 보적암, 청계암, 연기암)를 잇는 약 6km의 호젓한 산길이다. 험하지 않은 데다 섬진강과 지리산을 끼고 있어 마음을 비우며 걷는 맛이 일품이다. 보통 가장 아래에 있는 지장암에서 출발하는데, 이곳에서는 높이 약 12m, 둘레 약 4m의 당당한 풍채를 자랑하는 올벚나무(국가 유산 천연기념물·추정 수령 약 350년)를 만날 수 있다. 꽃이 잎보다 먼저 피고, 다른 벚나무보다 일찍 꽃을 피우기 때문에 올벚나무라고 부른다. 벚나무는 목질이 단단해 창과 칼자루로 많이 사용됐는데, 병자호란(1636년)의 치욕을 겪은 인조(재위 1623∼1649년)가 이후 전쟁을 대비해 많이 심게 했다고 한다. 당시 화엄사 벽암 선사가 이에 찬성해 절 주변에 올벚나무를 많이 심었는데 지금은 이 한 그루만 남아있다.
금정암은 화엄사를 대표하는 산내 암자. 조선 명종 17년(1562년) 설응 선사가 창건하고 고종 때 칠성각을 건립했다. 1991년 화재로 소실된 후 1993년 중건했는데, 화엄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미타암은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처. 대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대문을 지나면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부처님 석상을 만날 수 있다. 절 내 가지런히 놓인 장독대가 말할 수 없는 포근함을 준다.
성기홍 화엄사 홍보기획위원장은 “화엄사가 화려하고 장엄한 아버지 같은 느낌이라면, 칠암자는 수줍음 많은 우리네 할머니, 어머니를 보는 듯한 매력이 있다”며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마니아 사이에서는 걷는 맛, 보는 맛은 물론이고 힐링까지 얻을 수 있어 인기”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천연기념물 ‘홍매화’ 등도 볼거리
“걷는 맛 더해 힐링까지 얻어가”
밀물처럼 올라오고 있는 남도의 봄. 꽃과 나무가 흐드러진 조용한 지리산 산길을 걸으며 겨우내 움츠린 몸과 지친 마음을 펴는 것은 어떨까. 그 길의 끝에 구도의 길도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전남 구례 화엄사(주지 덕문 스님) 칠암자 순례길은 트레킹과 순례 모두 즐길 수 있는 금상첨화 코스다. 지리산 둘레길의 미니어처 축소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칠암자 순례길은 화엄사 내 일곱 암자(지장암, 금정암, 내원암, 미타암, 보적암, 청계암, 연기암)를 잇는 약 6km의 호젓한 산길이다. 험하지 않은 데다 섬진강과 지리산을 끼고 있어 마음을 비우며 걷는 맛이 일품이다. 보통 가장 아래에 있는 지장암에서 출발하는데, 이곳에서는 높이 약 12m, 둘레 약 4m의 당당한 풍채를 자랑하는 올벚나무(국가 유산 천연기념물·추정 수령 약 350년)를 만날 수 있다. 꽃이 잎보다 먼저 피고, 다른 벚나무보다 일찍 꽃을 피우기 때문에 올벚나무라고 부른다. 벚나무는 목질이 단단해 창과 칼자루로 많이 사용됐는데, 병자호란(1636년)의 치욕을 겪은 인조(재위 1623∼1649년)가 이후 전쟁을 대비해 많이 심게 했다고 한다. 당시 화엄사 벽암 선사가 이에 찬성해 절 주변에 올벚나무를 많이 심었는데 지금은 이 한 그루만 남아있다.
연기암에서 바라본 전남 구례 풍경. 화엄사 칠암자 순례길은 지리산과 섬진강의 멋과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어 인기다. 화엄사 홍보기획위원회 제공
화엄사에서 바로 가장 위에 있는 연기암(530m)을 먼저 오른 뒤 내려오는 코스도 있다. 화엄사∼연기암 길에서는 우렁찬 물소리를 내는 화엄사 계곡을 만날 수 있다. 봄여름 우거진 녹음 아래를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걷는 맛이 일품인데, 절로 힐링이 된다고 ‘치유의 숲길’, 화엄사 창건주 연기 조사가 어머니를 업고 올랐다고 해 ‘효심의 길’ ‘어머니의 길’로도 불린다. 연기암은 시원하게 펼쳐진 섬진강과 구례 시가지를 감상하는 최적의 장소다. 푸른 강과 지리산을 보는 눈맛이 그만이다. 그리 높지 않은데도 운무를 볼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금정암은 화엄사를 대표하는 산내 암자. 조선 명종 17년(1562년) 설응 선사가 창건하고 고종 때 칠성각을 건립했다. 1991년 화재로 소실된 후 1993년 중건했는데, 화엄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미타암은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처. 대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대문을 지나면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부처님 석상을 만날 수 있다. 절 내 가지런히 놓인 장독대가 말할 수 없는 포근함을 준다.
정갈하게 놓인 장독대가 아기자기한 맛을 주는 미타암. 화엄사 칠암자 순례길은 지리산과 섬진강의 멋과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어 인기다. 화엄사 홍보기획위원회 제공
7암자 순례길 코스에는 없지만, 최근 국가 유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화엄사 경내 홍매화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마침 25일부터 한 달 동안 ‘제4회 화엄사 홍매화·들매화 사진 콘테스트’도 열린다. 현재 꽃망울이 맺힌 상태로 다음 달 중순쯤이면 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엄사가 있는 전남 구례에서는 다음 달 9∼17일 산수유꽃 축제도 열린다.성기홍 화엄사 홍보기획위원장은 “화엄사가 화려하고 장엄한 아버지 같은 느낌이라면, 칠암자는 수줍음 많은 우리네 할머니, 어머니를 보는 듯한 매력이 있다”며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마니아 사이에서는 걷는 맛, 보는 맛은 물론이고 힐링까지 얻을 수 있어 인기”라고 말했다.
화엄사 칠암자 순례길.
화엄사 칠암자 순례길.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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