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부동산 거래절벽…역대급 불황에 업계 ‘시름’

뉴시스

입력 2020-04-10 10:13 수정 2020-04-1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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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거래 급감…중개업소·이사·인테리어 업계 일감 '뚝'
부동산 경기 침체 당분간 계속…거래 활성화 대책 필요 시점



“2·3월에 이삿짐 의뢰가 단 한 건도 없었어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어요.”

서울 마포구에서 25년 동안 포장이사 업체를 운영해 온 권승철(61)씨는 뉴시스 취재진에게 거래 장부를 보여주며 “봄 이사철 성수기에 이렇게까지 힘든 적이 없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가 내민 거래 장부에는 이달 이사 예약이 한 건도 없었다.

권씨는 “아파트 포장이사만 했는데 최근에는 일감이 너무 없어 원룸 이사도 하고 있다”며 “직원을 줄이고, 밤에 대리운전을 하면서 겨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면서 공인중개업소, 이삿짐, 인테리어, 가구 등 관련 업계가 혹독한 불황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을 내놨던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는데다 매수인의 관망세가 더욱 짙어지면서 주택 거래절벽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거래절벽 현상이 장기화되면 관련 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 2월 서울 주택 거래량이 급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지난 2월 아파트 거래량이 3235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 5806건보다 44% 감소한 수치다.

실제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의 아파트 거래량도 큰 폭으로 줄었다. 강남3구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해 11월 1771건에서 12월 1150건으로 줄더니 올해 1월에는 396건으로 줄었다. 2월은 이보다 적은 225건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마용성 지역의 2월 아파트 매매 건수는 199건으로, 지난해 11월(1285건) 대비 약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도 지난해 12월 1만923건에서 올해 2월 6131건으로 43.8%나 감소했다.

거래절벽 여파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중개업소 폐업도 늘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 부동산중개업소는 개업이 1890건, 폐업이 1277건, 휴업이 96건으로 집계됐다. 중개업소 폐업은 지난 1월보다 16건 늘었다. 2월 폐업이 전달보다 늘어난 것은 최근 3년 사이 처음이다.

특히 지난달 1~10일까지 406건이었던 폐업이 11~20일 사이에 424건으로 늘더니 21~29일에는 447건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2·20 부동산 규제 대책 발표에 코로나19 확산이 겹치면서 부동산 거래가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업계도 일감이 뚝 끊겼다. 서울 송파구에서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6)씨는 지난달 딱 2일 일했다. 지인의 소개로 아파트 화장실 리모델링 공사를 2일간 진행한 게 전부였다. 그는 “작년 봄에는 한 달에 많으면 10건씩 일했는데 지금은 견적 문의 자체도 없다”며 “일 자체가 끊기다 보니 폐업도 생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구업체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싱크대와 붙박이장 등 맞춤가구 전문 업체를 운영하는 서영곤(55)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주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반토막 난 매출에 적자만 쌓이고 있다. 현재는 두 달 뒤 납품할 싱크대를 만들고 있지만, 지난 2월 중순부터 주문이 끊겨 언제 공장 문을 닫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서씨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고, 매출도 반토막이 났다”며 “문을 닫을 수 없다보니 외국인 직원 2명을 내보내고, 근무시간도 줄이면서 어떻게든 손해를 메우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의 바람과 달리 주택경기 침체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값 불확실성 가중된 가운데 집값을 높게 받으려는 매도자와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매수자간 간극이 워낙 커서 매매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거래절벽 현상을 당장 해소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이 관련 업계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잇단 규제 대책과 코로나19 장기화로 사실상 주택 거래가 끊기고, 부동산시장이 전체적으로 위축되면서 중개업소 등 관련 업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며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얼어붙은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집값 안정을 도모하면서 부동산 거래에 숨통을 틔워줄 대책을 고민할 때”라며 “공시가격 상승으로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오른 만큼 거래와 관련된 세금을 낮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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