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에 할인까지…’ 폴크스바겐 한국서 왜 이러나?
동아경제
입력 2015-12-03 16:41 수정 2015-12-03 16:47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과 관련된 이른바 ‘디젤게이트’ 사태로 전 세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폴크스바겐이 파격적인 프로모션에 힘입어 국내시장서 유독 큰 폭의 판매상승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폴크스바겐은 물론 산하 브랜드인 아우디와 포르쉐 역시 디젤게이트 이후 판매실적에는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폴크스바겐코리아는 국내시장서 약 3500~4000여대 수준의 판매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올해 들어 최대 판매를 기록한 지난 6월(4321대) 수준의 실적이다. 이는 전월(947대)과 비교해도 약 250% 이상 상승한 것. 지난달 미국 실적인 24.7% 하락과는 정반대다.
폴크스바겐코리아는 지난 9월 2901대를 판매하고 9월말 시작된 디젤게이트 여파로 10월에 947대 판매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달 4일 자사 파이낸셜과 공동으로 전 차종 60개월 무이자 할부와 현금 구매 시 최대 1772만 원 할인 등 파격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또한 전 차종 무상보증 기간을 기본 3년에 최대 5년 또는 12만km까지 연장했다.
폴크스바겐의 이 같은 프로모션은 디젤게이트 이후 눈에 띄게 줄어들었던 소비자의 발길을 전시장으로 끌어 당겼다. 이 결과 지난달 중순 티구안과 골프 등의 주요 인기차종은 재고물량을 상당부분 소진했고 일부 비인기 차종과 특이 색상, 고가의 모델들만 남았다. 하지만 이마져도 프로모션이 끝나는 말일 경에는 대부분 팔려 나갔다고 한다. 아우디와 포르쉐 등도 지난달 실적은 예전 수준을 회복하며 디젤게이트 여파를 무색하게 했다.
폴크스바겐 전시장을 찾은 A씨는 “뉴스를 통해 배출가스 조작 이야기를 들었지만 파격 프로모션 얘기를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시장을 찾았다”며 “60개월 무이자 할부와 현금 할인 등을 감안하면 동급 국산차와 비교해도 가격에서 별로 차이가 없어 구입을 고려했으나 원하는 차종이 다 팔려 포기했다”고 말했다.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해서는 “소비자를 속인 것은 나쁘지만 아직까지는 ‘높은 연비와 기본이 충실한 차’라는 인식이 남아있다”며 “이기적이지만 배출가스 유해성 보다 할인이 몸으로 직접 와 닫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폴크스바겐이 북미 소비자들에게는 ‘굿윌 패키지(goodwill package)’를 통해 1000달러 상당의 보상책을 내놓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도 이외 국가에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는 보상은 뒷전이고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등 기업윤리 마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아직까지 폴크스바겐의 3.0 디젤엔진과 가솔린엔진 등에 대한 배출가스 조작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조작 등의 이슈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고객에 대한 대책도 없이 판매에만 열을 올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피해자만 늘려가고 있는 행태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현재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를 상대로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에 따른 사기로 인한 매매계약 취소 및 매매대금반환청구’ 소송을 제출한 국내 소비자는 6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2390여명은 서울중앙지방법에 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국내 집단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은 미국 피해자들에게 제공한 ‘굿윌 패키지’와 동일한 보상을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폴크스바겐의 1.6리터와 2.0리터급 차량에 탑재된 구형 EA189 엔진을 장착한 티구안과 제타 등 12만5000여대에 대해 리콜 명령과 함께 141억 원의 과징금을 업체에 부과했다. 또한 향후 폴크스바겐그룹의 3.0리터 디젤엔진을 비롯해 다른 16개 제작사의 경유차에 대한 추가 조사를 오는 12월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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