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74%가 ‘상속형 부자’

동아일보

입력 2014-02-07 03:00 수정 2014-02-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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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00대 부자 중 70%가 ‘자수성가’했는데…
블룸버그 ‘글로벌 억만장자’ 조사


수백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세계 최고 부자 10명 중 7명은 사업을 일으켜 재산을 모은 ‘창업형’ 부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의 주식부자들은 초기에 부모로부터 재산을 상속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의 활력을 유지하려면 창업을 통해 상류층에 진입할 수 있는 경로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 세계 최고 부자 200명 중 창업형 부자는 69.5%인 139명이었다. 상위 10대 부자 중 창업형 부자는 자산 총계가 748억 달러(약 80조7840억 원)에 이르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를 비롯해 9명이었다. 재산을 상속받은 사람은 월마트 창업자인 고 샘 월턴의 부인 크리스티 월턴(9위·364억 달러)이 유일했다.

200대 부자 중 한국인으로 이름을 올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08위·103억 달러)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194위·65억 달러)은 상속형 부자로 분류됐다. 일본인 국적으로 55위에 오른 손정의 소프트뱅크 대표가 한국계 인물로는 유일하게 창업형 부자였다.

최근 재벌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보유 주식 평가액 기준 ‘한국의 상위 1% 주식부자’ 131명 중 창업형 부자는 34명에 그쳤다. 주식부자 상위 15명 가운데 창업을 한 사람은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유일했다.

이에 대해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부자 순위는 수년째 대기업 총수 일가들이 서로 자리바꿈만 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며 “청년 창업가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부자 대열에 합류해 경제에 활력을 공급하는 ‘새 피’의 역할을 못하는 사회는 정체를 겪다 활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동철 부자학연구학회장(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국내 산업시스템이 생산·제조업 위주로 꾸려져 있다 보니 맨손으로 기업을 크게 일으킬 수 있는 환경이 못 된다”며 “부의 대물림 자체를 막기보다는 창업형 부자를 더 많이 배출할 수 있도록 경제시스템을 손질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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