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집값 급등의 역사… 시장 맞선 규제의 후폭풍[광화문에서/김유영]

김유영 산업2부 차장

입력 2020-12-11 03:00:00 수정 2020-12-11 15: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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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산업2부 차장
올 한 해는 전 국민이 ‘집값 우울증’에 빠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비싼 아파트는 더 비싸졌고 서울에서 서민 아파트로 통했던 곳도 로또 당첨금에 육박할 만큼 올랐다. 더 나은 동네, 더 좋은 집에 이사 가려던 사람들은 대출 등 규제에 막혔고, 집 없는 사람들의 내 집 마련 기회는 더 멀어지게 됐다.

올 초만 해도 매수세는 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이 표면적으로는 잠잠했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각종 규제로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돈 좀 있는 사람들은 강남 아파트를 사들였다. ‘똘똘한 한 채’ 보유로 굳어지며 강남 집값은 조용히 오르고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해진 늦봄이 되자 강북 부동산중개업소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강남 투기 수요를 잡겠다고 9억 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출 규제를 하자 강북 아파트 값이 뛰기 시작했다. 여기에 실수요자에게 대출 한도를 늘려주겠다면서 6억 원 이하 아파트 대출 요건이 완화되자 이른바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구) 금관구(금천 관악 구로구) 아파트 값까지 급등했다.

통상 노도강 금관구가 오르면 시장 끝물로 여겨졌지만 올해는 예외였다. 전직 서울시장이 10년간 재임하는 동안 특정 시점까지 사업 진척이 없으면 정비구역에서 해제하는 등 재개발 재건축 사업을 틀어막아 공급이 달린다는 점을, 올여름 젊은 사람들은 영민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걸 뒤늦게 인정해서인지 정부는 공급대책을 내놨지만 경기 위주였고 서울 물량은 턱없이 적었다. 사람들이 살고 싶은 집, 사고 싶은 집과도 거리가 있어 집값 상승세는 여전했다.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대란에 지친 사람들까지 아파트 매수에 가세해 집값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이번엔 정부가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그랬더니 투자 수요가 지방으로 향했다. 가을로 접어드니 지방의 똘똘한 한 채에 돈이 몰려 부산 해운대구·수영구, 대구 수성구, 인천 연수구(송도국제도시), 대전 서구 등이 뛰었고, 최근엔 부산과 대구가 규제지역으로 지정되자 창원 울산까지 들썩이고 있다. 지방에서조차 15억 원이 넘는 아파트가 속속 나오니 서울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것처럼 보일 지경이 됐다. 그렇다 보니 요샌 서울 강남과 재건축 아파트 위주로 서울 집값에 다시 불이 붙었다. 전국을 순회한 집값 상승세가 도돌이표로 서울로 돌아오면서 이제는 서울과 지방 가리지 않고 단지별로 최고 가격기록이 나오고 있다.

올 한 해를 돌이켜 보면 정부는 매번 투기 세력을 잡겠다며 규제 보따리를 쏟아냈고 규제가 나올 때마다 집값은 보란 듯이 더 튀어 올랐다. “규제 불쏘시개로 전국을 ‘불장’으로 만들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주택정책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바뀐다지만 현 정부 부동산정책의 설계자로 불리는 전직 대통령비서실장의 그림자는 여전하다. 가격 통제 등 정부 개입, 개발이익과 시세차익의 공공 환수, 공공 주도 개발 등의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념과 신념에 가까운 부동산 철학을 바꾸지 않으면, 이런 시장의 흐름 역시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유영 산업2부 차장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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