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고시원’ 수준의 호텔전세[현장에서/정순구]

정순구 산업2부 기자

입력 2020-12-04 03:00:00 수정 2020-12-04 15: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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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안암동의 청년 공유주택 ‘안암 생활’ 기본형(전용면적 13㎡) 주택의 내부 모습.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정순구 산업2부 기자
서울 성북구 안암동의 청년 공유주택 ‘안암생활’. 과거 관광호텔이었던 건물로 장기간 공실이 이어지자 정부가 매입해서 공공임대로 공급했다. ‘11·19 전세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전세난 해결 방안 중 하나라고 밝힌 호텔 개조 임대주택의 일환이다.

1일 찾은 안암생활의 내부 시설은 예상대로 깔끔했다. 이제 막 개조를 끝낸 터라 한눈에 봐도 새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걸어서 5분이면 지하철 1·2호선 신설동역을 이용할 수 있고, 임차료도 주변 시세의 절반 이하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참 좋은’ 고시원 수준. 4평(전용면적 13m²)이 채 안 되는 집에서 장기간 거주하기는 쉽지 않다. 개별 세탁 시설도, 개별 취사 시설도 없다. 122가구인데 차는 23대만 주차할 수 있다. 물론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공공임대주택이 등장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문제는 정부가 전세난 극복 방안 중 하나로 호텔 개조 임대주택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최근 전세난의 근본적인 원인은 3, 4인 가구가 살 수 있는 아파트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1인 가구가 오래 머물기에도 적절하지 못한 주택을 시장에 공급한다고 전세난이 해결될 리 만무하다. 요리는커녕 빨래도 못 하고, 차 한 대 대기 어려운 집에서 살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총공급물량이 서울 내에서 1000채 정도로 적고, 청년 1인 가구 대상으로 공급할 예정이라 문제가 없다”는 정부 해명도 적절치 않다. 전세난 해결에 별 효과가 없는 정책이라면, 지난달 발표했던 전세 대책에서 뺐어야 했다. 호텔 개조 임대주택은 이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청년 가구 1인 특화 주택으로 추진해 오던 사업이다. 청년층에 초점이 맞춰졌던 사업을 정부가 ‘질보다 양’에 치중해 무리하게 전세 대책에 포함시키는 바람에 애꿎은 비난을 받게 된 셈이다. 알고도 포함한 것이라면 방기, 모르고 그랬다면 무능이다.

비단 호텔 개조 임대주택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전세 대책에서 발표한 공급물량 대부분은 공실 상태인 빌라나 오피스텔을 정부가 확보해 공공 전세로 내놓는 식이다. 이런 공실은 가격보다 주거환경이나 교통 등의 문제로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시세보다 싸게 전세를 준다 해도, 질적인 변화가 없는 한 차이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내년 봄 (전세 시장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고통받는 환자를 눈앞에 둔 의사가 효과가 없는 약을 처방해 놓고 병이 낫길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참 좋은 고시원’이 아파트의 대체재가 될 수 없듯, 현재 정부가 전세난을 바라보는 시선으로는 전세난을 해결할 수 없다. 이대로 전세 시장의 겨울이 끝나길 바라는 건 욕심일 뿐이다.


정순구 산업2부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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