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함부로 올리다 정권 잃는다[오늘과 내일/신연수]

신연수 논설위원

입력 2020-11-26 03:00:00 수정 2020-11-26 10: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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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평 집 한 채에 세금이 천만 원
집값은 못 잡고 저항만 부를 수도


신연수 논설위원
올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날아들면서 여기저기서 집 가진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서울 강남은 물론이고 강북지역의 아파트도 종부세가 두 배로 뛰고, 전국의 대상자도 59만 명에서 74만 명으로 늘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정부가 종부세율과 공시가격을 올려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한 보유세가 치솟고 있다. 서울 강북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m² 아파트는 1주택자의 보유세가 2017년 150만 원에서 올해 300만 원, 내년엔 450만 원이 된다. 문재인 정부 4년 만에 세금이 3배가 되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대치래미안팰리스 84m²는 올해 보유세가 900만 원이고 내년엔 1300만 원으로 뛴다. 다주택자도 아니고 국민주택 규모의 집 한 채를 갖고 있는데 한 달에 100만 원씩 나라에 월세를 내는 셈이다.

집값이 많이 올랐으니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부 돈 많은 사람들의 일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서울 대치동이나 마래푸에 사는 사람들이 다 부자이거나 특별한 사람들은 아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집값이 낮았을 때 샀는데 크게 오른 경우도 많다.

집값이 올라서 좋은 것은 집을 팔 때 이야기다. 지금 그 집에서 살고 있는데 세금이 다락같이 오르면 막막할 수밖에 없다. 은퇴 후 신통한 벌이가 없는 노인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세금 낼 돈이 없으면 집을 팔라는 것은 호사가들의 무책임한 말일 뿐이다. “집값은 정부가 다 올려놨는데 왜 내가 벌금을 내야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게 돼 있다.

무엇보다 세금을 급격히 올리는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 집값을 잡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부의 재분배와 공평 과세를 위한 것인가. 한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보유세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보유세 강화는 주택 소유에 따른 예상 이익을 줄여 장기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위성과 현실은 다르다. 아무리 ‘공정한’ 세금이라도 갑자기 급등하거나 납세자가 감당하기 어려우면 형벌이 된다. 집값은 세금뿐 아니라 다양한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데다 정부가 ‘새 아파트를 공급한다’고 발표해도 현장에서는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보유세만 올린다고 정부 의도대로 단기간에 집값을 안정시키기는 어려울 수 있다.

정부는 공시가격이 시세와 동떨어져 있다며 시세의 90%까지 올리겠다고 한다. 시세도 많이 올랐는데 왜 굳이 지금 반영률까지 올려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 때문에 “공시가격 인상은 증세를 위한 게 아니다”라고 정부가 수차례 강조해도 ‘증세 프레임’이 힘을 얻는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돈이 부족하니 소득세 법인세 주식양도세 부동산세 등 계속 증세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신뢰를 많이 잃었다. 상황이 꼬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특정 지역의 집값과 씨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 되어선 안 된다. 집값을 잡기 위해 세금 정책을 함부로 휘두르는 것은 더더욱 위험하다. 정부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사회적 주택을 꾸준히 공급하고, 세입자 등 약자 보호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LH와 민간 건설업체들만 배불리고 ‘로또 분양’을 부추기는 기존의 주택 공급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과 공공의 토지와 금융자원을 오래도록 공공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가혹한 세금이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것은 중국 공자 시대부터 진리다. 박정희 정권을 무너뜨린 부마항쟁이나 일본 민주당이 정권을 잃은 사건도 세금 인상이 도화선이었다. 세금 문제는 이론이나 당위성이 아니라 납세자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살펴야 할 일이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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