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위한다는 정부의 ‘K자형 부동산 격차’[광화문에서/김유영]
김유영 산업2부 차장
입력 2020-11-20 03:00 수정 2020-11-20 16:50
김유영 산업2부 차장
최근에 만난 후배 A는 올해 5월에 서울 강북 지역에 집을 샀다고 했다. 한동안 부동산 커뮤니티와 단톡방을 열심히 드나들던 남편이 “지금이라도 사자”며 있는 돈 탈탈 털고 무리해서 대출까지 받았다. 당시 오를 대로 오른 집값인데도 반 년 만에 2억 원 넘게 올랐다. 부부 연봉을 합한 금액의 두어 배를 앉은 자리에서 벌어들인 셈. 그런데 그는 “하나도 좋지 않다”고 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맞춰 학군 좋은 곳에 이사 가서 살고 싶지만, 그런 동네는 감히 엄두도 못 낼 만큼 가격이 치솟았다. 서울 강남권에서 시작돼 서울 강북은 물론 경기 인천 부산 대구 울산에 이르기까지 집값이 연이어 오르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지역에서 집값이 평등하게 오르는 것은 아니다. 지역별 집값 격차는 오히려 ‘K자형’으로 더 벌어지고 있다.
대단지이면서 국민주택 규모(전용 85m²)인 서울 각지의 아파트 값을 살펴보면 서울 강북구 SK북한산시티는 최근 7억5000만 원에 팔렸다. 현 정부 출범 때인 2017년 5월에 4억 원에 거래됐으니 3억5000만 원 올랐다. 이 기간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7단지도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올랐다. 이들 단지 집값은 모두 2배 가까이로 올랐지만, 금액으로 치면 강남권 아파트와는 비교가 안 된다. 서울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는 2017년 16억∼17억 원에서 30억∼31억 원으로 치솟았고, 서울 송파구 리센츠는 12억5000만 원에서 23억 원으로 급등했다.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이 실물이 아닌 자산으로 잠기면서 집값 상승은 어느 정도 예견은 됐었다. 하지만 국민주택 크기의 집값이 특정 지역에서 로또 당첨금에 버금갈 정도로 10억 원 넘게 뛴 것은 유동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핀셋 규제를 한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지만 해당 구역뿐 아니라 인접 지역까지 풍선 효과로 가격을 높였고 재건축 추진도 어렵게 만들어 공급은 여전히 옥죄고 있다. 양도세 중과로 파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만들어 매물도 예전처럼 많이 안 나온다.
이처럼 공급이 달리며 품귀 현상이 빚어졌고 수요는 여전히 높아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건 경제학 원론에 나오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현 정부 출범 직후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세금과 대출 등 고강도의 규제책을 쏟아냈지만 정작 강남 집값은 규제에도 아랑곳없이 더 많이 오르며 연일 최고 가격으로 거래되는 게 현실이다.
사실 후배 A 부부는 그나마 나은 경우다. 집을 보유했고 그 집값도 오르긴 했다. 진짜 문제는 집 없는 ‘진짜 서민’들이다. 티끌을 아무리 많이 모아도, 높아진 집값에 비하면 여전히 티끌인 시대가 됐다. 고로, 이들의 내 집 마련 기회는 더 멀어졌다. 서민 위한다는 정부가 집값 격차를 키우면서 서민에게 상대적인 빈곤감과 박탈감을 심어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누구나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지금의 부동산시장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평등하지 않고 기회도 막혀 있다. 수요 공급 원리를 무시하고 가격을 통제하는 정책으로는 영원히 집값을 잡을 수 없다. 정부가 이제는 시장과 화해했으면 한다.
김유영 산업2부 차장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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