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이 새 임대차법 때문이 아니면…[오늘과 내일/허진석]

허진석 산업2부장

입력 2020-11-13 03:00:00 수정 2020-11-13 11: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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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그대론데 전세금은 가파르게 올라
원인 제대로 못 짚으면 결과도 뻔해


허진석 산업2부장
실수를 만회하려 자꾸 변명과 거짓말을 하는 상황이 떠오른다. 전세난의 원인에 대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답변과 인식 얘기다.

김 장관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9일 한 답변은 주택정책 주무 장관의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최근 전세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이다, 임대차3법 때문이다, 이렇게 말씀드리기는 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요인에 대해서 지금 같이 점검하고 있다. 그래서 상응하는 대책이 나올 수 있도록 검토해서 나오는 대로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새 임대차법을 요인으로 여기지 않으니 뾰족한 대책을 찾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새 임대차법이 주요 원인이 아니라면서 내세우는 논리는 이거다. 계약갱신요구권으로 한곳에서 더 오래 사는 세입자가 많아지면 전세 공급량이 줄게 되지만 그만큼 수요도 같이 줄게 된다는 것이다. 공급이 준 만큼 수요도 줄었으니 가격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상과는 거리가 멀다. 핵심을 보고 싶다면 좀 더 극적인 상황을 생각해보면 된다. 만약 서울에 평균 10개씩 있던 전세 매물이 갑자기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로 1개로 줄었다고 해보자. 시장에서는 원래 있던 세입자만 전셋집을 구하는 게 아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말처럼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누군가는 전근·전학을 가면서 새로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이런 전세시장 신규 진입자들이 1개의 전셋집을 놓고 경쟁을 하게 되면 전세가격은 뛸 수밖에 없다. 금리가 낮은 상황이면 그 폭은 더 클 수밖에 없다. 10개이던 매물이 반대로 100개로 늘어났다면 세입자는 협상력을 가지게 돼 전세금이 급등할 일은 없는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매물이 부족한 상태에서 좀 더 비싸게 매겨진 전세금은 기존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같은 아파트 단지의 같은 평형인데도 수억 원씩 전세금 차이가 나는 곳이 비일비재하다.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세입자라 하더라도 2년 뒤를 생각하면 불안하다. 2년을 더 살다가 새로 집을 구해야 할 때는 높아진 전세금을 치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4년간의 상승폭을 미리 지불하고 이사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그렇게 훌쩍 뛰게 된 전세금은 또 다른 세입자가 전셋집을 구할 때의 새로운 가격 기준으로 작동할 공산이 크다.

장관은 낮은 금리 때문에 전세금이 상승하고 있다고 믿고 싶을 수 있다.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임대차법이 시행되기 이전인 5월 말부터 지금까지 죽 0.5%로 변동이 없는 상태다. 전세금이 급등한 요인은 아닌 것이다.

장관의 답변을 보면 새 임대차법이 지금 전세금 급등이나 매물 부족의 주요 원인이 아니기에 대책이 나오더라도 공공임대 확대 등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공공만 동원하는 방식으로는 물량으로나 시기로나 시장의 수요를 해소하기 역부족이다.

질병의 원인을 모르면 치료도 할 수 없다. 기껏해야 덜 아프게 하는 대증요법이 전부인 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국민들은 또 고통스럽게 되는 것이다. 세입자의 주거안정이라는 목표에는 문제가 없다. 시장 원리에 어긋나지 않게, 충분한 준비를 거쳐, 적절한 시기에 집행한다는 원칙을 곱씹어 볼 때다. 정권의 목표도 시장 원리에 맞아야 실현된다.

허진석 산업2부장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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