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빅브러더’ 급등한 집값 잡을까[광화문에서/김유영]

김유영 산업2부 차장

입력 2020-09-18 03:00 수정 2020-09-1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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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산업2부 차장
“부동산 감독기구에 (검찰의) 기소 권한을 부여해야 합니다.”, “국민 주거권을 침해하는 세력에 감독 기능을 철저히 행사해야 합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감독기구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라는 토론회에서 부동산 감독 권한 강화 방안이 쏟아졌다. 내년 초 부동산거래분석원 출범을 앞두고 여당 의원실 주최로 마련된 자리였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은 대통령 지시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부동산 거래를 상시 감독하게 된다. 시장의 불법·편법 행위를 감시하겠다는 목적이지만, 금융거래와 납세 기록 등까지 샅샅이 뒤져볼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개인 정보 침해 등의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주민등록 전산정보나 등기기록, 보험료 납부 명세, 금융자산, 신용정보까지 각 기관에서 제출받아 부동산 감독에 활용할 수 있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따지고 보면 부동산 감독 체계는 이미 있다. 각종 불법·편법 행위와 관련해 세금은 국세청에서, 대출은 금융감독원 등에서 감시하고 있다. 서울이나 경기에서 웬만한 집을 사려면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동안 3억 원 이상 주택에 해당됐는데 다음 달부터는 조정대상지역이라면 모든 주택에 의무화된다. 예금 잔액과 소득증명서 등을 제출해야 할 수도 있다. 집을 사는 순간 집값과 무관하게 조사받을 수 있음을 뜻한다.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부동산 감독을 강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의 발언에서 그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참여연대 출신의 이 세무사는 “투기세력 등 집을 갖고 장난질을 하는 분들이 더 이상 시장이라든지 국민, 정부를 비웃지 않게 좀 하자”고 말한다. 대통령도 총리도 부총리도 장관도 약속이라도 한 듯 “투기세력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겠다”고 한다. 투기세력이 집값 상승의 주범이며 이들을 잡아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신념이 깔려 있다.

그래서인지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이 10억 원을 돌파했다’는 부동산 정보업체를 여당 의원은 ‘언론의 탈을 쓴 어둠의 세력’으로 칭하는가 하면, 집값 상승을 다뤘던 부동산 유튜버들은 시장 교란 세력으로 지목되자 일제히 활동을 접었다.

그런데, 과연 누가 투기세력이고 누가 집으로 장난질 했다는 말인가. 불법 행위는 없어져야 마땅하지만 최근 1, 2년간 집을 사들인 사람들은 무주택자나 일시적 2주택자 등 실수요자들이 상당수다. 바로 이런 사람들이 정부 조사를 받을까 두려워하며 자금조달계획서를 쓰고 있다. 이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자금조달계획서 작성법에 대한 문의가 넘친다. 서류를 잘못 제출했다가는 자칫 과태료나 세금까지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집값 급등은 부동산 시장을 감시할 기구가 없어서 빚어진 일이 아니다. 주택 공급은 줄고 각종 규제로 오히려 집값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이제라도 집을 못 사면 영영 못 산다는 두려움에 따라 주택 매수에 나선 사람들이 많다. 정부는 집값이 안정됐다고 하지만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집값이 상승률 0%에 수렴하며 높은 집값이 유지되고 있다. 부동산 감독 강화를 시장 안정의 해법으로 여긴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같다. 집값은 신념으로 잡히지 않는다.

김유영 산업2부 차장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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