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불안 심해진 세입자[현장에서/조윤경]

조윤경 산업2부 기자

입력 2020-07-29 03:00:00 수정 2020-07-29 17: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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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달 사이 서울 주택 전세가격이 급등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동아일보DB
조윤경 산업2부 기자
“가격은 둘째 치고 물량이 너무 없어요. 매물이 나오면 집 보러 갈 새도 없이 금방 나가 버린다니까요.”

올해 10월 결혼을 앞둔 회사원 A 씨(32)는 “서울에서 전셋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서울 광화문에, 예비신랑은 경기 수원시에 각각 직장이 있다. 두 달 전부터 서울 서초구 인근에 신혼집을 알아보고 있지만 그 사이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다. 그는 “덜 힘들게 출퇴근하려고 교통이 편리한 곳 찾다 보니 그 지역이 하필 강남이었다”며 “정부가 3기 신도시를 조성한다고 하지만 직장이 멀어 우리 부부에겐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나 지방에서 이직 등의 이유로 수도권에 집을 구해야 하는 젊은층이 유독 힘들어한다. 주택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이들은 계약 갱신이 가능한 기존 세입자나 실거주 전입이 가능한 집주인과 달리 세입자 신분을 얻기조차 어려워하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이달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74.6으로 전세대란이 한창이던 2016년 4월(174.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서울 전역에서는 최근 한두 달 사이 전세 가격이 1억∼2억 원가량 오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6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신반포팰리스’ 전용 84m² 전세가 16억 원에 거래됐다. 불과 두 달 전인 5월 초(13억5000만 원)보다 2억5000만 원이나 올랐다. 이달 21일 보증금 7억90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진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84.9m²는 5월 전세 거래가(6억 원)보다 1억9000만 원 올랐다.

부동산업계는 전세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각종 규제로 인한 ‘매물 잠김’ 현상을 꼽는다. 6·17대책으로 재건축 실거주 2년 의무 요건을 채우려는 집주인들이 많아졌고 수도권 전역이 조정지역대상으로 묶여 대출이 어려워지자 집을 매매하려는 수요도 전세로 돌아서고 있다. 7·10대책으로 조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려는 집주인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더 큰 문제는 전세가격이 앞으로도 상승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임대차3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신고제)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어 전세 시장 불안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 정책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생애 최초로 전세’를 구해야 하는 젊은층이다. 정부 정책은 더욱 신중하고 세심할 필요가 있다. 다주택자와 투기세력을 잡기 위한 목표로 인해 국민들의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살펴야 한다. 애꿎은 실수요자에게 피해가 가선 안 된다.

조윤경 산업2부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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