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물량 급감-저금리-전월세 신고제… 상승 압력 커지는 전세시장[인사이드&인사이트]
이새샘 산업2부 기자
입력 2020-06-17 03:00 수정 2020-07-14 10:30
심상치 않은 전세가격
어떤 이들은 최근 집값이 많이 올랐으니 전셋값이 오르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2017년 말∼2018년 초 전국과 서울의 전셋값은 1년 이상 하락세였다. 서울 집값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탄 이후에도 전세가격 하락세는 한동안 계속됐다.
이 같은 하락세는 입주물량이 받쳐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2018년 무려 9510채의 신규 입주물량을 빨아들인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가 입주를 시작했다. 지난해는 강동구 고덕그라시움(4932채), 올해 초는 강동구 고덕아르테온(4066채) 등이 입주했다. 4000채가 넘는 매머드급 단지 말고도 2000∼3000채 규모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여럿 있었다. 공급이 많으면 가격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집값 상승으로 인한 전세가격 상승 압력을 대단지 입주가 어느 정도 상쇄해줬다는 뜻이다.
여기에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서울 지역의 재건축을 억제하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해 재건축 단지의 분양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1년 이후에도 서울 내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 물론 3기 신도시가 어느 정도 전세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3기 신도시가 본격적으로 분양을 시작하는 2021년 하반기(7∼12월) 전까지 한동안 서울은 ‘공급 절벽’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와 3기 신도시는 전세가격을 자극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정부가 고분양가를 억제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대부분 인근 시세의 절반 수준인 ‘로또 아파트’가 됐다. 청약 가점이 충분한 세입자라면 기존 아파트를 매매하기보다 새 아파트 청약을 노리며 기존 전세 계약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3기 신도시 분양을 기다리는 대기수요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하남 교산지구가 들어서는 경기 하남시는 6월 첫째 주 0.55%, 둘째 주 0.68% 등 높은 전세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3기 신도시 청약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이주하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약 1순위 요건을 갖추려면 최소 2년간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부동산 시장의 예측이 어려워진 점도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전세가격 상승세가 향후 매매시장 급등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2010년 40% 수준이었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2016년 초 70%에 육박했다. 서울 아파트는 70%를 훌쩍 넘어 80%에 육박했다. 결국 전세금에 조금만 더 대출을 내거나 기존 자산을 보태면 집을 살 수 있게 되면서 전세에 머무르던 대기수요가 일시에 매매시장으로 나왔고, 2017년 이후 급등세를 촉진했다고 볼 수 있다.
2017년 이후 집값은 급등하고, 전셋값은 하락하거나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치면서 전세가율은 현재 60%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최근 전세가격이 오르면서 이 같은 분위기도 반전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 5월 KB부동산 리브온이 집계한 월간 동향에서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54.8%로 전월(54.7%) 대비 소폭 상승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임대시장이 안정적인 선진국과 달리 한국의 전세시장은 급등이나 급락 등 매매시장의 불안정성을 흡수하는 안전장치로 사용되고 있다”며 “전세시장이 상승하면 매매시장 상승세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전세시장의 상승세로 이어지는 일종의 사이클이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월세 규제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단기적으로 제도 시행 전 미리 보증금을 올려 받으려는 수요가 몰리며 전셋값이 급등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도 임대인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해 전세 매물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투기과열지구에서 집을 매매할 경우 2년 이상 실거주해야 양도세 감면 혜택을 주는 등 ‘실거주할 것이 아니면 집을 사지 말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내놓는 것도 전세매물 감소의 원인이 된다.
이새샘 산업2부 기자
전세가격이 심상치 않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8일 조사)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0.04%) 대비 0.06% 오르며 상승 폭이 확대됐다. 지난해 7월 첫째 주(0.01%) 이후 50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진 것이다. 송파구(0.16%), 강동구(0.12%), 강남·서초구(0.1%) 등 강남권은 물론이고 마포구(0.12%)와 용산구(0.7%) 등 강북지역까지 골고루 상승세를 탔다. 한국감정원은 “12·16부동산대책으로 매매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금리 인하, 입주물량 감소 등으로 전세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학군 및 교통 여건이 양호하거나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이주 수요가 있는 지역 위주로 전세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 50주 연속 상승세 기록한 서울 전세
서울 외 지역도 마찬가지다. 인천은 전주(0.11%) 대비 0.16% 상승하며 상승 폭이 커졌다. 경기는 0.15% 오르며 전주(0.16%)보다 상승 폭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강한 상승세다. 12·16대책 이후 전국 전세가격 상승률 상위 지역을 살펴보면 경기 수원시 영통구 등 경기지역이 10위 안에 3곳이나 포함돼 있다. 그 외 세종, 울산, 대전 등 전국에서 골고루 올랐다. 어떤 이들은 최근 집값이 많이 올랐으니 전셋값이 오르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2017년 말∼2018년 초 전국과 서울의 전셋값은 1년 이상 하락세였다. 서울 집값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탄 이후에도 전세가격 하락세는 한동안 계속됐다.
이 같은 하락세는 입주물량이 받쳐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2018년 무려 9510채의 신규 입주물량을 빨아들인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가 입주를 시작했다. 지난해는 강동구 고덕그라시움(4932채), 올해 초는 강동구 고덕아르테온(4066채) 등이 입주했다. 4000채가 넘는 매머드급 단지 말고도 2000∼3000채 규모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여럿 있었다. 공급이 많으면 가격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집값 상승으로 인한 전세가격 상승 압력을 대단지 입주가 어느 정도 상쇄해줬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세가격 흐름이 이전과 다를 거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상승세는 시작일 뿐 자칫하다간 2010년대 초반의 ‘전세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최근 2년 동안 입주물량이 많았지만 앞으로 입주물량이 감소하는 데다 정부의 거래 규제로 전세에서 자가로 이전하는 움직임이 더뎌졌다”며 “한동안 전세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입주물량 절반으로…“오를 일만 남았다”
전세가 상승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입주물량이 급감한다는 점이다.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내년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1739채로 올해(4만2012채 예정)의 절반 수준이다. 2010년 이래 가장 적다. 특히 2000채 이상 대단지 입주는 아예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1996채)와 강동구 ‘고덕자이’(1824채)가 내년에 입주 예정인 대단지 아파트로 꼽힌다. 여기에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서울 지역의 재건축을 억제하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해 재건축 단지의 분양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1년 이후에도 서울 내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 물론 3기 신도시가 어느 정도 전세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3기 신도시가 본격적으로 분양을 시작하는 2021년 하반기(7∼12월) 전까지 한동안 서울은 ‘공급 절벽’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와 3기 신도시는 전세가격을 자극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정부가 고분양가를 억제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대부분 인근 시세의 절반 수준인 ‘로또 아파트’가 됐다. 청약 가점이 충분한 세입자라면 기존 아파트를 매매하기보다 새 아파트 청약을 노리며 기존 전세 계약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3기 신도시 분양을 기다리는 대기수요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하남 교산지구가 들어서는 경기 하남시는 6월 첫째 주 0.55%, 둘째 주 0.68% 등 높은 전세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3기 신도시 청약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이주하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약 1순위 요건을 갖추려면 최소 2년간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부동산 시장의 예측이 어려워진 점도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
여기에 초저금리와 이로 인한 유동성 확대는 전세가격 상승세를 뒷받침해주는 근본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지금처럼 금리가 낮으면 집주인은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한다. 세입자들도 저렴한 전세대출 금리에 힘입어 전세 보증금을 올려주는 데 거부감이 덜하다. 정부가 올해부터 2000만 원 이하 임대수익에 대해 과세하면서 3주택 이상이며 보증금 합계가 3억 원을 초과하면 전세 보증금에 정기예금금리를 적용해 월세 수익으로 간주하고 이를 과세하기로 해 다주택자들이 전세임대를 유지할 요인도 적어졌다.
○ 전셋값 상승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
일각에서는 지금 전세시장이 ‘전세대란’이라 불렸던 2009년 금융위기 직후와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당시 주택 매매시장이 침체하면서 신규 아파트 계약자가 구매를 포기하거나 지연하면서 미분양이 발생했다. 이들은 원래 살던 전셋집에서 나가지 않고, 새 집을 계약해 전세를 내놓지 않았다. 그러자 총 주택 공급량은 충분한데 전세물량 공급은 부족해지는 현상이 빚어졌다. 이처럼 미분양이 발생해 주택 경기가 악화하자 건설 인허가 실적이 감소하고, 신규 입주물량 자체가 줄어들며 전세가격은 더 올랐다. 주택 경기가 침체했다는 신호가 뚜렷해지자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사람들은 전세 계약을 연장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핵심 지역에 보금자리주택을 건설해 공급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본격화하기를 기다리는 대기수요까지 겹쳤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결국 ‘전세대란’을 낳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전세가격 상승세가 향후 매매시장 급등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2010년 40% 수준이었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2016년 초 70%에 육박했다. 서울 아파트는 70%를 훌쩍 넘어 80%에 육박했다. 결국 전세금에 조금만 더 대출을 내거나 기존 자산을 보태면 집을 살 수 있게 되면서 전세에 머무르던 대기수요가 일시에 매매시장으로 나왔고, 2017년 이후 급등세를 촉진했다고 볼 수 있다.
2017년 이후 집값은 급등하고, 전셋값은 하락하거나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치면서 전세가율은 현재 60%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최근 전세가격이 오르면서 이 같은 분위기도 반전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 5월 KB부동산 리브온이 집계한 월간 동향에서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54.8%로 전월(54.7%) 대비 소폭 상승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임대시장이 안정적인 선진국과 달리 한국의 전세시장은 급등이나 급락 등 매매시장의 불안정성을 흡수하는 안전장치로 사용되고 있다”며 “전세시장이 상승하면 매매시장 상승세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전세시장의 상승세로 이어지는 일종의 사이클이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 불확실성 더하는 정부 규제
여기에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전월세 3법’은 향후 전세시장 전망을 안갯속으로 만들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전월세 신고제는 현재 여당이 발의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통한 임대차 기간 연장, 전월세 임대료 증액 상한제를 위한 전 단계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월세 규제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단기적으로 제도 시행 전 미리 보증금을 올려 받으려는 수요가 몰리며 전셋값이 급등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도 임대인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해 전세 매물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투기과열지구에서 집을 매매할 경우 2년 이상 실거주해야 양도세 감면 혜택을 주는 등 ‘실거주할 것이 아니면 집을 사지 말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내놓는 것도 전세매물 감소의 원인이 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 상한제 등 전월세 규제가 본격화되면 전세 매물이 급감해 전세대란을 촉발할 수 있다”며 “세입자 보호를 위해 상한제를 실시하더라도 일괄적으로 ‘5% 룰’을 적용하는 대신 금리와 연동되도록 하는 등 시장 상황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새샘 산업2부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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