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잡범에 SWAT 출동… 군인이냐 경찰이냐

동아일보

입력 2013-07-23 03:00 수정 2013-07-2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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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첨단무기 과잉무장 논란


지난해 1월 인구 8만 명인 미국 유타 주의 중소도시 오그던 경찰은 마리화나 약물 재배 용의자의 집을 급습했다. 12명으로 구성된 오그던 특수기동대(SWAT)는 출입문을 대형 망치로 뚫고 들어가 섬광탄을 터뜨려 용의자를 진압한 뒤 M16 총탄 250발을 난사했다. 이라크전 참전 용사로 우울증을 치료하려고 집에서 소량의 마리화나를 재배했던 용의자는 총상을 입고 체포됐다. 치료용 마리화나 재배 용의자를 잡으려고 특공대까지 투입한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경찰은 범인이 중무장했을 가능성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살벌한 경찰 진압 작전에 충격을 받은 용의자는 재판이 열리기도 전에 감옥에서 자살했다.

소형 범죄사건에도 최첨단 화기로 무장하고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는 미국 경찰의 치안 유지 전략이 논란을 빚고 있다. 중무장 경찰의 초전박살형 진압은 영화에서는 흥미진진할지 몰라도 실제 상황에서는 불필요한 사상자를 만들어내고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총격전을 벌이며 범죄자를 제압하는 미 경찰의 무장화가 위험한 수위에 이르렀다”고 21일 분석했다.

인구 5만 명 내외의 소도시 가운데 군 특수부대와 비슷한 훈련을 받는 경찰 특공대를 설치한 곳은 1983년 13%에 불과했지만 현재 80%를 넘어섰다. 특공대가 출동하는 진압 작전은 1970년대 연 100여 건에서 1980년대 3000여 건으로 증가하더니 2000년대 중반 5만 건을 넘어섰다. 특공대의 무차별적인 작전은 시민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 내무부 교육부 등 치안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기관들도 특공대 보유 대열에 합류했다. 2011년 교육부가 학생 융자금 사기사건 범인을 잡는다며 특공대를 투입하자 “교육부까지 특공대를 보유하고 있느냐”는 반응이 가장 먼저 터져 나왔다.

미 경찰의 무장화는 1960년대 중반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 인종 폭동 진압 목적의 특공대가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마약과의 전쟁에 경찰은 군인들과 함께 헬리콥터와 U2 정찰기를 타고 합동 군사작전을 펼쳤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대(對)테러 전쟁에 돌입하면서 탄탄한 재정적 뒷받침까지 확보했다. 국토안보부는 2002∼2011년 10년 동안 경찰의 군사무기 구매 예산으로 340억 달러(약 38조290억 원)를 지원했다. 2011년 국방부의 경찰 무기 지원 예산은 5억 달러로 국방부 연간 지원액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2011년 매사추세츠공대(MIT) 강연에서 “뉴욕 경찰이 세계 일곱 번째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뉴욕 시의 경찰 인원은 4만4650명으로 군인 수로 따진다면 세계 72위에 해당하지만 무장력을 기준으로 한다면 세계 7위에 해당할 정도라는 것이다. 이는 같은 해 독일과 맞먹는 수준이다.

경찰의 과도한 중무장화를 막기 위해 연방정부의 지원을 줄이고 경찰 무장에 관대한 총기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중무장화를 연구해온 피터 크래스카 이스턴 켄터키대 교수(범죄학)는 “경찰은 ‘중화기로 무장한 범죄자들에게 맞서기 위한 방어용’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미국에서 중화기를 사용한 살인 사건은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고 밝혔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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