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3년간 시제품 3000개… “스마트 타이어 탄생”

동아일보

입력 2013-06-10 03:00 수정 2013-06-1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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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성능 타이어 ‘노블2’ 출시, 한국타이어 중앙硏개발현장

4일 대전 유성구 장동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에서 이 회사 길기종 PC개발2팀 초고성능(UHP) 타이어 개발팀장이 지난달 출시된 신제품 ‘벤투스 S1 노블2’ 옆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제공
4일 대전 유성구 장동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의 3차원(3D) 프로파일 측정실. 선반 위 타이어의 표면에 연둣빛 레이저를 쏘자 타이어의 패턴과 파인 홈의 깊이, 재질 등의 정보가 모니터에 나타났다. 연구소가 올해 초 도입한 이 측정기는 스캐너처럼 순식간에 타이어의 정보를 분석하는 첨단기기다.

이 연구소는 다양한 첨단 설비를 갖추고 있다. 소리를 빨아들이는 흡음재로 벽을 메운 무향실에 들어서자 순간 귀가 먹먹해졌다. 레일 위에 올려놓은 타이어가 제자리에서 구르기 시작하자 연구원들은 주의 깊게 마이크를 통해 들려오는 소음을 측정했다. 재료실험실에서는 연구원들이 천연고무와 합성고무 등 다양한 재료를 배합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한국타이어는 2000년부터 승용차용 초고성능(UHP) 타이어 개발에 나섰다. UHP 타이어는 통상 최고속도 240km 이상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해 스포츠카나 고급차에 적합한 제품으로 가격은 일반 타이어의 2배 수준이다. 한국타이어는 2008년 출시된 대표 모델 ‘벤투스 S1 노블’의 후속 제품인 ‘노블2’를 지난달 출시하고 UHP 타이어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노블2는 한국타이어가 최근 내놓은 신제품 중에서도 특히 공을 들여 개발한 제품이다. 3년여의 개발 기간에 약 3000개의 시제품이 제작됐다. 기존 모델은 고급차 운전자의 취향에 맞춰 정숙성과 안락함을 강조했지만 신형은 고속주행이나 코너링 등 달리기 성능을 함께 갖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개발을 시작한 지 약 1년이 지났을 무렵 가장 큰 고비를 만났다. 시제품에서 원하는 만큼 코너링 성능이 나오지 않자 길기종 PC개발2팀 UHP 타이어 개발팀장은 이를 백지화하고 재개발을 결심했다. 수천만 원을 들여 시제품의 금형까지 짜 놓은 단계였다. UHP 개발팀이 생긴 2001년 초기 멤버였던 그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회사가 재개발을 흔쾌히 허락했다”고 말했다.

노블2는 연구소 실험은 물론이고 포뮬러원(F1) 대회가 열리는 전남 영암군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과 미국 텍사스의 테스트 트랙에서 전문 드라이버가 참여한 가운데 끊임없이 개선작업을 실시했다. 그 결과 노블2의 제동과 코너링 성능이 기존 모델보다 약 5% 개선됐다. 타이어 표면의 안쪽과 바깥쪽 패턴을 비대칭으로 설계해 안쪽은 빗길에서의 배수 능력을, 바깥쪽은 코너링 성능을 높였다. 길 팀장은 “새 제품은 해외 선두업체의 제품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최근 국내외에서 UHP 타이어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만드는 차의 주행성능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진 데다 성능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타이어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7년 3227억 원이던 한국타이어의 UHP 타이어 매출액은 지난해 1조7790억 원으로 5년 만에 5.5배로 늘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7조291억 원)에서 차지한 비중은 25.3%였다.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판매가 늘고 BMW, 아우디 등 고급차 업체에 공급하는 물량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UHP 타이어는 회사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대표 제품군”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고성능 제품을 개발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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