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가격대란 앞두고 기업윤리 도마에… 결국 소비자가 ‘봉’
동아경제
입력 2015-02-12 08:00 수정 2015-02-12 09:19
국내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려가고 있는 수입차 업계가 오는 9월 차량 가격을 큰 폭으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 유로6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한 원가 상승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1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 신규등록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6.4%, 전월 보다는 34.2% 증가한 1만9930대로 집계됐다. 이는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로 종전 최다인 1만8112대(2014년 7월)를 넘어선 기록이다. 이에 따라 국내시장 점유율도 18.1%로, 지난해 최대치 15.4%를 단숨에 갈아 치웠다.
지난달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는 수입차 사상 최초로 월간 판매 4000대 고지를 넘어서며 점유율을 21.91%까지 끌어 올렸다. 아우디는 A6 45 TDI 콰트로(533대)의 선전으로 2위에 안착했으며, BMW와 폴크스바겐은 5대의 차이로 각각 3위와 4위에 올랐다. 브랜드별 등록대수는 메르세데스벤츠 4367대, 아우디 3550대, BMW 3008대, 폴크스바겐 3003대 등으로 여전히 독일 디젤차 중심의 강세가 유지됐다.
하지만 오는 9월부터 유로6 시행으로 수입차 증가세가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유로6 기준에 맞는 후처리 장치 탑재로 원가상승이 불가피하고, 현재 유로5 모델의 재고떨이를 위한 할인도 중단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체들이 원가상승을 감안해 차량 가격을 올린다면 판매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는 유럽연합이 지난해부터 도입한 디젤차 배기가스 규제를 그동안 총중량 3.5톤 이상 차량에만 적용했으나, 9월부터는 3.5톤 미만의 중소형 승용차까지 확대한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디젤차는 기존 유로5 기준보다 입자상물질(PM)은 50%, 질소산화물(NOx)은 80% 가량을 줄여야 한다. 9월부터는 유로6에 부합되지 않는 모든 차량의 생산이나 수입이 금지된다.
유로5에서 유로6로 기준을 높이려면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거나 기존 엔진을 촉매법 등으로 개선하는 등 후처리 장치 추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으로 대당 약 3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있다. 원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이번 문제는 특히 국내시장에서 대당 판매 이익이 크지 않던 브랜드는 추가 비용 반영에 따라 시장 반응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민감한 모습이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유로6를 먼저 적용한 국내 상용차는 모델별로 약 5~15% 가격이 인상됐다. 시행 1개월이 넘은 현재까지 일부 업체는 유로6에 대응하는 모델을 내놓고 있지 못하거나 큰 폭으로 오른 가격 때문에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일부 수입 상용차 업체들은 지난해 말 유로5 모델을 대량으로 수입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이른바 ‘밀어내기’ 판촉에 나서 혼란을 가중시켰다. 지난해 수입된 물량은 오는 6월까지 판매할 수 있다는 규정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 같은 상용차 업계의 상황은 수입 중소형차 시장에도 반영돼 지난달 판매량 상위 10개 모델 중 아우디 A6 35 TDI, 폴크스바겐 파사트 2.0 TDI,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 아우디 A6 45 TDI 콰트로, 폴크스바겐 골프 TDI 등이 유로6 규제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현재 수입차 중 유로6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업체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뿐이다.
상용차 업계의 밀어내기 판촉은 수입 중소형차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유럽보다 1년 늦게 제도가 시행되는 탓에 유럽에서 판매 금지된 유로5 모델들을 들여와 오는 8월까지 대대적인 할인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것.
아우디코리아는 A6 모델을 최대 900만 원까지 할인해주고 있으며, 폴크스바겐코리아도 법인 설립 10주년을 내세워 파사트, 티구안, 골프 등을 100만~700만 원 할인 판매한다.하지만 수입차의 할인 판매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통상 국내에서 잘 팔리는 모델의 경우 2~3개월 여유를 두고 생산지에서 선적되는 탓에 이미 국내에 들어왔거나 들여올 예정인 유로5 물량이 소진될 경우 각 브랜드의 프로모션은 눈에 띄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시기가 오는 8월에서 9월로 넘어가는 시점과 맞물리면 소비자 입장에선 큰 폭의 가격 상승을 체감할 수도 있다.
한편 업계 한 관계자는 “오는 9월 차량 가격이 오르지 않게 되더라도 결국 수입사 입장에선 악화된 수익을 부품값이나 공임비를 통해 보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프로모션을 통해 보다 싼 가격에 당장 차를 사게 돼 이익을 보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중고차 감가율 등을 보더라도 어떤 것이 유리한지 깊게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겉으로는 양적 성장을 거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번 유로5의 밀어내기 식 판매 등은 수입차 시장의 어두운 뒷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수입차 업체도 당장 많이 파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시장에 정착하려면 기업 윤리를 한 번 더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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