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재규어 F타입과 레인지로버…두 車중 하나를 고른다면?
동아경제
입력 2014-04-26 09:00 수정 2014-04-26 09:00
요즘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수입차 브랜드는 단연 재규어랜드로버다. 수입차 베스트셀러의 상징처럼 불리는 일명 ‘강남쏘나타’ 계보를 재규어 세단이 넘겨받은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강남쏘나타는 부촌인 서울 강남에서 현대차 쏘나타처럼 흔하게 볼 수 있는 외제차를 의미한다.
이런 분석은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재규어는 지난해 글로벌시장에서 42%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중에서 한국은 재규어의 세계 5위 소비국이면서, 동시에 세계 4위 XJ 소비국 위치에 올라섰다. 상대적으로 수입차시장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통계는 놀랄만한 일이다. 재규어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무려 61%의 성장세를 보였다. 랜드로버도 추세는 비슷하다.
그렇다면 재규어랜드로버의 갑작스러운 인기 상승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최근 재규어 역사상 가장 역동적이며 아름답다는 2인승 컨버터블 스포츠카 F타입(Type)과 ‘사막의 롤스로이스’라고 불리는 랜드로버의 올 뉴 레인지로버를 번갈아 시승했다.
#‘터프가이의 영원한 로망’ 재규어 F타입
F타입은 3.0리터 V6 슈퍼차저 엔진을 탑재한 F타입과 여기에 스포츠성향을 가미한 F타입 S, 5.0리터 슈퍼차저 V8 엔진을 탑재한 F타입 V8 S 등 3가지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기본형인 F타입이다.
F타입은 우주항공 기술에서 사용하는 에폭시 접합과 리벳본딩 방식으로 작업한 고강도 초경량 알루미늄 모노코크 차체를 채택했다. 이런 차체는 효율성과 주행성능을 향상시킨다. 공차중량은 1680kg으로 그랜저 HG330(1640kg)과 비슷하다. 하지만 차체는 44cm 짧고, 폭이 6.3cm 넓다. 비율은 고성능 스포츠카의 전형적인 형태로, 고속주행에서도 운전자의 의도대로 차량을 제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구불구불한 커브길에서 속도를 크게 줄이지 않고도 안정적인 코너링이 가능했다. 빗길의 고속도로에서도 어지간한 커브길은 차체가 도로에 잘 밀착돼 매끄럽게 달렸다. 다만 급한 가감속과 과격한 핸들링에서 차량의 후미가 살짝살짝 미끄러지는 느낌을 몇 차례 받았는데, 서스펜션과 전체적인 밸런스의 문제로 보였다. 시속 100km 이상에서는 리어스포일러가 작동해 고속 안정감을 더하는 기능이 있다.
이 차는 최고출력 340마력(6500rpm), 최대토크 45.9kg.m(3500~5000rpm)를 발휘한다. 엔진은 앞에 있고 뒷바퀴 굴림으로 움직이는 FR 방식이다. 25개의 프로그램이 입력돼 주행습관 및 도로 조건에 따라 빠르게 반응하는 8단 퀵시프트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다. 운전의 재미를 더하려면 스티어링 휠 뒤쪽에 붙어있는 패들시프트를 사용하면 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5.3초에 도달하고, 안전최고속도는 260km/h이다.스포츠카의 연비를 따지는 운전자는 많지 않지만 복합연비는 8.9km/l,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0g/km로 나쁘지 않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더블위시본이다. 덕분에 스포츠카치고는 승차감이 좋고 조종성도 뛰어났지만, 조금 과격한 운전에는 약점을 보였다.
지붕을 완전히 개방하는데 12초가 걸리고 시속 50km 이하에서 작동 가능한 신슐레이트 소재의 소프트 톱을 적용했다. 3000rpm이상에서 독특하고 풍부한 배기음을 제공하는 액티브 배기시스템을 갖췄다.
재규어를 소개하면서 디자인을 빼놓을 수는 없다. F타입은 재규어 고유의 관능적인 곡선과 보닛 위의 돌출된 파워 벌지(Power Bulge), 조개껍질 모양의 크램쉘 보닛, 측면의 하트라인 등으로 독특한 아름다움을 완성했다. 이런 디자인은 정지상태에서도 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디자인은 이안 칼럼(Ian Callum)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가 맡았다.
가격은 F타입 1억320만 원, F타입 S 1억1910만 원, -타입 V8 S 1억5870만 원이다.
#‘사막의 롤스로이스’ 레인지로버 타고 오른 토암산
차를 레인지로버로 바꿔 타고 경주 토암산 자락 오프로드 코스로 이동했다. 몇몇 장애물과 급경사, 모굴(Mogul) 구간을 포함한 전체 시승코스는 약 16km. 이 길에서 약 3시간동안 시승했다.
먼저 군데군데 웅덩이가 파인 오르막 산길에 들어섰다. 아무리 험한 비포장 길도 잘 닦여진 포장도로처럼 달린다고 해서 붙여진 ‘사막의 롤스로이스’라는 별명답게 거침없이 산길을 정복해갔다. 깊이 50cm가량의 연속된 웅덩이를 가볍게 통과했다. 이날 직접 시험할 기회는 없었지만, 깊이 85cm의 물속에서도 달릴 수 있다고 한다.
이 차는 디젤과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5개 라인업을 갖췄다. 디젤 3개 모델은 3.0~4.3리터의 터보엔진을 장착했고, 가솔린 2개 모델은 5.0리터의 V8 슈퍼차저 엔진을 적용했다. 모두 사륜구동에 8단 자동변속기를 물렸다. 최고급 모델은 5.0리터 LR-V8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510마력(6000~6500rpm), 최대토크 63.8kg.m(2500~5500rpm)을 발휘한다. 공차중량이 2490kg에 달하지만,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5.4초에 도달할 정도로 힘이 넘친다.
일반, 풀/자갈/눈, 진흙/바퀴자국, 모래, 암벽, 자동 등 6가지 주행모드 선택이 가능하고 서스펜션의 높이, 엔진반응, 트랙션 컨트롤 개입 등을 자동으로 조절해 다양한 환경에서도 최적의 주행환경을 만든다.
실제로 미끄럽고 울퉁불퉁한 진흙길에서 액티브 바이어싱 기능이 4바퀴에 토크를 자동으로 배분해 미끄러짐이나 바퀴가 헛도는 것을 막아줬다.이날 오프로드 시승의 백미는 인공경사로 및 급경사로 주행이었다. 산길과 모굴을 모두 지나자 좌측으로 30도가량 기운 인공 경사로가 나타났다. 거리낌 없이 경사로에 들어서는 순간 운전자의 왼쪽 어깨가 땅에 닿을 것처럼 차가 급하게 기울었다. 이대로 구르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레인지로버는 약 80m 길이의 좌우 경사로를 아무러치도 않게 통과했다. 한쪽으로 치우쳐도 충분히 무게를 지탱하는 강력한 차체와 지능형 사륜구동시스템 덕분이다.
이어진 급경사로에서도 차는 스스로의 성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30도가 넘어 아래쪽이 보이지도 않는 급경사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가 스스로 브레이크를 조절하며 내려갔다. 오르막 경사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르막길 중간에서 차를 세운 뒤 다시 출발해도 차가 전혀 뒤로 밀리지 않고 가볍게 올라갔다. 이런 주행이 가능한 것은 최첨단 언덕 미끄러짐 방지(HDC)시스템 덕분이다.
레인지로버는 포장도로에서 그 어떤 고급 세단 못지않은 승차감과 편안함을 자랑한다. 장거리 주행에서도 보통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을 탈 때의 피곤함을 느끼기 힘들다. 하지만 이 차의 진정한 가치는 비포장 험로를 충분히 주행한 뒤에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차량가격은 1억6350만~2억60만 원까지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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