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요버스 vs 일본버스, 한국 버스시스템 세계최고지만…
동아일보
입력 2014-04-11 11:13 수정 2014-04-11 13:58
일본 버스요금 산정의 기중이 되는 ‘정리권’. 버스 승차시 반드시 뽑아 내릴 때 요금과 함께 현금함에 넣는다.
일본에선 승차시 이 정리권을 반드시 뽑아야 한다.
일본버스는 거리기준으로 요금을 산정하는데 버스실내에 장치한 버스요금 안내판이다. 내가 뽑은 정리권에 적힌 번호 아래 금액이 내릴 정류장까지 요금이다.
내릴 때는 이처럼 정리권과 함께 요금안내판에 적힌 요금을 넣으면 된다. 이 현금함은 운전시가 왼편(하차문 앞)에 있다.
일본에서 버스를 타고 내리는 방법은 우리와 정반대다. 뒷문으로 타서 앞문으로 내리며 요금도 내릴 때 정산한다. 현금 카드 모두 가능하지만 카드리더가 없는 버스도 있으니 항상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거스름돈도가 스스로 마련해야 하므로 차내엔 동전교환기가 비치돼 있다. 그림은 후쿠오카의 니시테쓰버스가 안내하는 승하차 방법. 니시테쓰 제공.
요즘 서울에선 때 아닌 버스 소동이다. 실물 '타요 버스'에 대한 어린이들의 관심이 뜨겁다. '타요'는 EBS가 방영하는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Tayo, The Little bus·사진)에 등장하는 주인공. 꼬마버스 타요(파랑색)가 개성만점의 자동차 친구들과 벌이는 유쾌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 친구들 역시 로기(초록색) 라니(노랑색) 가니(빨강색)라고 불리는 버스들이다.
소동의 발단은 지난달 26일 '대중교통의 날'을 맞아 서울시가 시내버스 네 대에 꼬마버스 타요 캐릭터를 차량표면에 입혀 운행한 데서 시작됐다. 서울시는 대중교통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캐릭터 버스를 기획했고 한 달간 네 개 노선에 운행키로 했었다. 그런데 이 특별한 버스에 대한 일반, 특히 어린이의 관심이 상상 이상으로 컸다. 이 캐릭터에 친숙한 어린이들은 보는 즉시 환호했고 심한 경우엔 유치원도 빼먹어 가며 이 버스를 찾아 정류장에 몰려들었다. 운행기간이 지난 후에도 이 버스를 없애지 말라는 요청까지 빗발쳤다.
깜짝 놀란 서울시는 대책을 숙의했고 박원순 시장은 즉시 트위터를 통해 화답했다. 버스를 100대로 늘리고 운행기간도 5월 5일 어린이날까지 연장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소동은 엉뚱한 곳에서 전혀 생각지 않았던 방향으로 비화됐다. 다름 아닌 정치권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소속인 박 시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자기 작품인 것처럼 써먹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코멘트(동아일보 4월 8일자 보도)했다. 그런 지적의 배경은 이 애니메이션 자체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제작해 서울시가 저작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캐릭터 버스를 운행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은 서울시가 아니다. 시내버스 151번 동아운수의 임진욱 대표가 낸 것이다. 그걸 서울시가 받아들여 시행한 것뿐이다. 동아운수는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 차고를 두고 버스 213대를 9개 노선에 운영 중인 서울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운수회사다. 그리고 임 대표는 버스운행에 관한 한 많은 아이디어를 낸 '버스 맨'이다.
'돌출형 번호판'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버스 문이 열리면 그 상단에 설치한 작은 번호판이 버스의 정면을 향해 돌출되도록 고안한 것. 그는 대학에서 사진과 광고를 전공하고 졸업 후엔 13년간 사진기자 생활을 했다. 버스사업은 2007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 그는 버스가 승객에게 좀더 친근하게 다가서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나는 우리나라의 버스시스템을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 어떤 나라를 가 봐도 이만큼 잘 조직되고 또 거미줄처럼 이어주는 나라는 보기 힘들다. 굳이 비교한다면 일본과 스위스가 있을 정도다. 한국에 장기체류하는 외국인, 특히 원어민강사로 온 미국과 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의 젊은이들은 이 시스템에 탄복한다. 왜냐면 미국 캐나다 등지에선 자동차 없이 지내기가 쉽지 않은데 우리나라에선 대중교통인 버스와 지하철로 아무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신용카드 한 장으로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하며 그것도 새벽까지 운행하니 말이다. 대중교통이 그야말로 자신들의 발이 되어주는 것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일본만 해도 아직은 현금을 내야하고 버스요금도 거리에 따라 차등해서 받는다. 요금계산도 승객이 직접 해야 하니 우리보단 불편하다.
그러나 다양한 디자인과 정숙 운행만큼은 우리가 아직도 일본에 한참 뒤져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버스디자인은 참으로 다양하고 또 우수하다. 3주 전 규슈의 나가사키 현을 취재할 때였다. 시마바라 시내 버스센터에서 운젠온천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도착한 버스의 모습이 아주 특별했다. 보통은 버스 전면이 상자처럼 밋밋한데 이 버스는 트럭처럼 약간 돌출돼 있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어 보였다. 버스에 고전적인 성격을 부여하기 위한 디자인 다양화로 보였다. 그런데 나가사키 시내에서 본 버스는 그 디자인이 더더욱 특이했다. 통상 전면에 두는 두 개의 전조등 대신에 이 버스 정면에는 전조등이 자전거처럼 가운데 하나밖에 달려 있지 않았다. 대신 크기는 보통의 배 정도로 컸다. 이 디자인은 노면전차를 흉내 낸 것으로 보였는데 나가사키 시의 명물 탈것인 로멘덴샤(노면전차)의 패러디가 아닌가 싶었다.
구마모토 시에서도 특별한 버스를 만날 수 있었다. 그건 '구마모토 성 순환버스'(특이하게도 한글로 쓰여 있었다)였는데 하얀 버스 외벽 전체를 구마모토 성의 일러스트로 장식했다. 그리고 앞뒷문은 모두 슬라이드 개폐식이었는데 휠체어 장애인의 승하차를 돕기 위한 설계다. 타는 즐거움은 물론 노약자의 승하차 편의와 장애인에 대한 배려까지를 두루 생각한 색다른 중형버스였다.
그건 로멘덴샤도 마찬가지였다. 구마모토 시도 나가사키처럼 전차를 운행 중인데 최신형 전차와 더불어 100년쯤 전의 구식전차가 옛 모습 그대로 운행되고 있다. 새것으로 굳이 교체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도시의 연륜과 역사, 거기서 풍겨나는 분위기와 느낌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서다. 그건 나가사키 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부러웠던 것은 일본 시내버스의 정숙 운행이었다. 나는 지난해부터 규슈에서만큼은 버스를 이용해 여행지를 취재하고 있다. 그래서 일곱 개 현을 버스(보통·준급행·급행버스)로 찾아다니는데 수백 번의 탑승 중에 단 한 번도 버스에서 불편함이나 불쾌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 일본에서 버스가 과속주행하거나 신호를 위반하는 것은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일본의 버스에선 승하차도 여유롭다. 승객은 버스가 완전히 정차한 뒤에야 좌석에서 일어나 운전석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정리권(승차 때 뽑아 든 번호표)과 현금(혹은 현금카드)을 현금함에 넣고 앞문으로 내린다. 그러면 운전기사는 그제야 뒷문을 연다. 그때까지 승객들은 정류장에서 기다린다. 그리고 운전기사는 승객이 모두 버스에 올라 좌석에 앉은 걸 확인한 뒤에야 비로소 출발한다.
고속버스에 오를 때도 그 순서는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우리의 경우는 짐을 싣기 위해 짐칸으로 가면 그 뒤에 짐 없이 서있던 승객이 나보다 먼저 차에 오른다. 그런데 일본에선 그렇지 않다. 앞 승객이 짐을 싣고 돌아와 오를 때까지 그 자리에서 기다린다. 그 순서를 절대로 어기는 법이 없다. 고속버스의 경우는 전화로 좌석예약을 받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도 운전기사는 예약한 승객부터 먼저 승차시킨다.
이번 '타요 버스' 시범 운행은 서울의 시내버스 운행에 새로운 전기를 만들었다. 다양한 형태와 모습의 시내버스가 운행되면서 새롭게 바뀌게 될 서울의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람처럼 모든 도시에도 제 나름의 표정이 있다. 그런데 서울에선 그걸 느끼거나 본 적이 아직 없다. 왜. 시각디자인이 발달하지 않은 무덤덤하고 표정 없는 심심한 도시여서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우리 스스로 이 도시에 표정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시내버스부터 디자인을 다양하게 만들 것을 권한다. 한결 인상적인 도시로 바뀌게 될 터이므로.
조성하 전문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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