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제네시스 꼼꼼히 뜯어보니… “고급차 생명은 안전성 뼈가 더 강해졌다”
동아일보
입력 2013-12-13 03:00 수정 2013-12-13 08:54
9일 경기 화성시 장덕동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신형 제네시스’의 개발을 총괄한 황정렬 연구개발본부 상무(앞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와 중대형 프로젝트매니지먼트센터 엔지니어들이 포즈를 취했다. 이들은 “나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한 연구진도 많은데…”라며 쑥스러워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 9일 경기 화성시 장덕동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입구에 들어서자 현대차가 내년 상반기(1∼6월) 출시할 중형 세단 ‘쏘나타
후속모델(프로젝트명 LF)’이 위장막을 쓴 채 연구동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연구소 한가운데로 가자 6층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
연구소의 핵심인 신차개발센터다. 건물 5층에는 쏘나타부터 대형 세단 ‘에쿠스’까지 중대형급 신차 개발을 총괄하는 중대형
프로젝트매니지먼트(PM)센터가 있다. 지난달 25일 출시된 대형 세단 ‘신형 제네시스’가 태어난 곳이다. 올해 현대차가 내놓은
가장 중요한 모델로 손꼽히는 신형 제네시스를 내놓은 지 1개월이 안 됐지만 이곳 연구원들은 다른 신차 개발로 여전히 분주했다. 》“1주일에 적어도 4일은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합니다.” 중대형 PM센터를 이끄는 황정렬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상무(56)는 “아침에 신형 제네시스 계약이 1만 대를 넘어섰다는 보고를 받고 기분이 좋아 힘든 것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황 상무는 “신형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자동차 개발에 대한 접근법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 고급차 기준은 ‘최고의 안전’
신형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최근 내놓은 신차들 중에서도 유독 회사 안팎의 관심이 컸다. 사내에서는 개발을 앞두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6주에 한 번씩 남양연구소를 찾아 신형 제네시스의 개발 과정을 살펴봤다. 정 회장에게 신차의 개발 상황을 설명할 때는 모든 개발진이 손에 땀을 쥐었다.
해외에서도 신형 제네시스가 기존 모델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를 주의 깊게 지켜봤다. 구형 제네시스는 미국에서 ‘저렴하고 좋은 차’에 머무르던 현대차의 이미지를 단숨에 끌어올린 모델이었다. 2010년 한국차로는 처음으로 미국 ‘올해의 차(COTY)’에 선정되는 성과를 올려 세계 자동차 업계를 놀라게 했다.
개발진의 부담도 컸다. 남양연구소와 미국 미시간 주 현대차 미국기술연구소, 독일 뤼셀스하임 유럽기술연구소 소속 최정예 엔지니어 600여 명이 모여 ‘프로젝트 DH’(신형 제네시스의 코드명) 개발팀을 꾸렸다. 이들은 ‘최고의 차’란 무엇인가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주행성능이나 연료소비효율(연비), 첨단 편의장치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안전이야말로 고급차의 본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 한국차의 유전자(DNA)를 찾아야
신형 제네시스의 지향점은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고의 안전성을 가진 차’였다. 차체 설계에 앞서 차에 들어가는 철강재부터 개발했다. 현대제철과의 협업을 통해 면적이 1mm²인 철로 60kg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초고장력강판(AHSS)급 강판을 개발해 차체의 51.5%를 채웠다. 초고장력강판의 기준은 60kg급과 80kg급으로 세분되고 있지만 세계철강협회(WAS)는 60kg급을 초고장력강판으로 분류한다고 현대차 측은 설명했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차량 앞부분의 측면 부분 충돌 시 강성을 높이는 작업이었다고 한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실시하는 추돌시험인 ‘스몰 오버랩 테스트’(차량 앞 측면 25%를 부딪혔을 때 파손 수준을 평가)를 통과하는 게 목표였다. 이를 위해 신형 제네시스는 앞부분에 사다리꼴의 강철 프레임을 보강했다.
개발 초기 시제품을 몰고 험준하기로 이름난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달렸을 때는 차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부서진 채 돌아왔다. 잇단 강성 보강을 통해 최적의 차체 만들기에 주력했다. 완성을 앞두고 자체적으로 진행한 추돌시험에서는 스몰 오버랩 테스트의 최고 등급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황 상무는 “차체 무게가 구형보다 약 150kg 늘어났지만 차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면서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뉘르부르크링 외에도 전남 영암군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과 미국 모하비 시험주행로 등 다양한 지형에서 주행 성능을 점검했다.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안락한 승차감과 유럽에서 대세인 단단한 서스펜션(차체 하단 충격흡수장치), 두 성향의 중간인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모두 맞추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신형 제네시스의 서스펜션 세팅은 한국과 미국, 유럽 등 판매시장에 따라 다르게 조정됐다.
황 상무는 “신형 제네시스를 개발하면서 사소한 데까지 신경을 쓴 것은 해외 자동차 업체들과의 결전을 위한 것”이라며 “신형 제네시스가 택한 방향이 옳았는지는 전 세계 소비자의 반응이 말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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